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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문제 핵심은 '바닥권리금' 산정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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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권리금 문제 핵심은 '바닥권리금' 산정 방식 [토지+자유 비평]지대이론 외면한 권리금 보호방안은 사상누각
지난 2월 25일 정부는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중에서 주목받고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바로 상가 권리금 보호 방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까지 검토된 바 있었던 상가 권리금 문제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것은 그동안 상가 권리금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왔던 시민사회 진영과 임차상인 단체인 전국상가세입자협회(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09년 용산참사 이후 5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상가 권리금의 법적인 보장을 추진하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는 다소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상가 권리금 보호제도 도입방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장에서는 관행적으로 거래되어 왔지만 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상가 권리금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상가 권리금의 정의 및 보호범위 규정, 상가 권리금 표준계약서 작성), 둘째, 임차상인들의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상가 권리금 회수 기회를 확대하는 것(모든 임차인 5년 갱신기간 보장, 상가 권리금 보험상품 개발, 상가 권리금 분쟁 조정 기구 설치)으로 나눌 수 있다.

상가 권리금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과 임차상인들의 상가 권리금 회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임대인에 비해 임차인에 대한 안전망이 현격히 부족한 현행 임대차 시장 상황에서 임차상인들의 안정적인 영업과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번 상가 권리금 보호 방안 중 상가 권리금 실체 인정의 핵심인 ‘권리금 거래 표준계약서 작성’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기에 실효성이 부족하며, ‘권리금 보험상품’ 등은 정책 아이디어 수준이라 정책 입안 시 여러 첨예한 쟁점들에 부딪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상가 권리금에 대한 여러 정책적 대안들을 모색하다 결국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의 영업 손실 보상금 기준을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는 조치로 마무리한 선례가 있기에 상가 권리금 보호 방안 입법화를 순조롭게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본 비평에서는 상가 권리금 입법화 과정에서 발생할 쟁점과 권리금 제도화 방안의 대략적인 방향을 짚어보도록 한다.

▲지난 1월 16일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상가 세입자 등 참석자들이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상가 권리금의 핵심쟁점 검토

상가 권리금 제도화 과정에 있어 발생할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가 권리금 보호범위의 문제, 둘째, 영업・바닥・시설 권리금의 평가 문제, 셋째, 재개발・재건축 등 권리금 연결고리가 끊길 시 권리금 보상 주체의 문제 및 재원 마련 방안이다.

상가 권리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상가 권리금은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know-how) 혹은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로 정의할 수 있다.(대법원 2002.7.26 선고 2002다25013 판결). 학계와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합의된 상가 권리금은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에 대한 대가인 시설권리금, 거래처·신용·영업상의 노하우(know-how)를 반영하는 영업적 이익의 대가인 영업권리금,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을 반영한 바닥권리금의 총합을 말한다.

- 쟁점 ① 상가 권리금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상가 권리금 입법화에 있어 첫 번째 쟁점은 바닥‧영업‧시설권리금 중 어느 부분까지 법의 보호범위로 규정하여 임차상인에게 귀속시킬 것인지의 여부이다. 여기에서는 각 권리금의 소유권적 정당성 등과 같은 재산권 논의가 쟁점이 될 것이다.

세 가지 권리금 중 가시적인 유형물의 대가인 시설권리금은 논란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점포 위치에 따른 입지적 유리함의 대가인 바닥권리금과 거래처・신용・영업상의 노하우(know-how)를 반영하는 영업적 이익의 대가인 영업권리금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영업・시설・바닥권리금 전체를 임차상인의 영업권으로 보고 권리금 보상범위로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바닥권리금은 보상 범위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상가 권리금의 보호범위 규정 문제는 상가 권리금의 규모와 보상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입법화에 있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 쟁점 ② 영업・바닥・시설권리금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두 번째 쟁점은 상가 권리금 중 영업・바닥・시설권리금의 평가 문제이다. 상가 권리금은 이론상으로는 영업・바닥・시설권리금으로 분류하지만 현실 임차시장에서는 상가 권리금이란 단일 명목으로 거래되고 있기에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상가 권리금 중 가시적인 유형물인 시설권리금은 현행 감정평가 방식으로도 측정이 가능하여 논쟁의 여지가 적지만 비가시적인 이익의 대가인 영업권리금과 바닥권리금의 분리 및 측정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대세이다.

하지만 각 권리금 평가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각 권리금의 성격과 보호범위를 규정한다 하더라도 보호범위에 걸맞은 권리금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영업・바닥・시설권리금의 평가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상가 권리금 전체를 임차인의 권리로 보거나 임차인의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제도,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이러한 ‘all or nothing’ 방식으로는 입법화 과정에서 임차인의 권리를 파격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 도입보다는 현재의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용산참사의 핵심이 권리금 문제임을 알았음에도 ‘영업 손실 보상금 3개월 분에서 4개월 분으로 증가’라는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것 역시 상가 권리금 보상기준에 필수적인 각 권리금 평가 방안을 찾지 못한 이유가 크다.

- 쟁점 ③ 권리금의 보상 주체는 누구이며 보상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 번째 쟁점은 권리금 연결고리가 끊길 시 권리금 보상 주체 및 재원 마련 방안 문제이다. 권리금 관련 분쟁은 임대인의 개입에 의한 미회수 외에도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권리금 연결고리가 끊기는 상황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2009년 용산참사 역시 재개발로 인한 권리금 연결고리가 끊기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권리금 연결고리가 끊길 때, 누가 권리금을 보상해 줄 것인지의 권리금 보상 주체의 문제와 권리금 보상에 들어갈 재원 마련 방안이 쟁점이 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권리금 보험이라는 정책 아이디어를 담았다. 현재는 아이디어 수준이라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권리금 보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권리금 보험시장이 보험회사들이 뛰어들만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권리금 보험에서의 보상은 현재의 상가 권리금 시세 수준으로 할 것인지 등 상인들과 권리금 보험 운용 주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권리금의 개념에 대한 명확한 규정없이 권리금 보험제도를 만든다면 권리금 거품과 폭락이라는 변수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권리금 제도화 방안의 출발점 – 지대이론에 기초한 권리금 개념 규정에서부터 시작해야

권리금 제도화 과정에서 앞서의 쟁점들을 풀어가기 위해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 권리금에 대한 엄밀한 개념 규정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권리금에 대한 이상적인 제도와 현실에 적합한 제도를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비평에서 자세히 다룰 수는 없지만 상가 권리금을 구성하고 있는 바닥‧영업‧시설 권리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권리금은 입지적 요인으로 인한 장소적 이익의 대가인 바닥권리금이다. 따라서 권리금 문제의 핵심은 바닥권리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바닥권리금은 해당 토지에서 발생하는 매년 전체 지대(地代) 중 임차인이 가져가는 부분을 자본화한 금액이다. 바닥권리금이 지대의 일부라는 이해 없이 권리금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든다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경험했던 거품형성과 폭락이 권리금 시장에서도 재현될 것이다. 지대이론에 기초한 권리금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자영업 생태계에서도 권리금 거품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과 피해를 보는 사람들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

권리금 보호제도의 도입은 권리금 시장 양성화의 시작점이다. 건강한 권리금 시장을 만들 것인지 거품과 폭락을 반복하는 권리금 시장을 만들 것인지의 여부는 지대이론에 기초한 권리금 개념과 제도 마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한 권리금 시장 형성을 위한 권리금 보호제도의 출발은 지대이론에 기초한 권리금 개념 규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토지+자유 비평]은 토지+자유연구소에서 시사적인 이슈에 대해 쓴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토지정의 철학의 현실적 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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