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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통일'이 진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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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통일'이 진짜 '대박' [한반도 브리핑] 통일준비위원회의 성격과 시민참여
어떤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2014년 신년 벽두부터 한국사회에서 통일논의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말하고, 조선일보가 '통일은 미래다'라고 말하자, 그동안 통일논의에 소극적이었거나 심지어 반통일적이었던 사람들도 통일논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지만, 다른 한편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회의감이 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반(反)시민참여형 통일논의?

하지만 아무런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통일운동이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 속에서 이뤄진 데 비해서 정부와 언론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굳어진다면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시민배제형 통일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백낙청 교수는 이러한 통일논의를 '반통일'이 아니라 '반시민참여'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통일을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떤 통일'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어떤 통일이란 통일이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1차적인 목표는 남과 북의 '공존공영'이다. 이것은 90년대 이후 통일논의과정에서 이미 국민적인 합의에 도달한 목표이다. 이러한 국민적 합의는 우리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남북연합'이라는 중간단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어떻게'에 대한 답으로는 '과정', '평화','참여'로 요약할 수 있다. '과정'이란 통일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점진적, 단계적 과정에서 통일을 준비하고 만들어 가야한다. '평화'는 넓은 의미에서는 과정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급속한 통일이 아닌 과정을 거치는 '슬로우(slow) 통일'을 말한다.

어떤 통일을 어떻게
 
여기서 '평화'는 좁은 의미로 평화로운 과정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한반도 비핵화와 군비통제를 이루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평화보장 장치이다. 또 미국과 중국이 대외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도록 만드는 것도 평화로운 과정을 보장하는 외교적인 장치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평화적인 통일과정에서 '시민참여'는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 가능한 통일을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어떤 통일을 어떻게'라는 답을 찾아나가는 단위는 '통일준비위원회'이다. 정부조직에서 위원회는 관계부처로부터 독립이 필요해서 만들어지는 합의제 기구이다.  '위원회'가 아닌 심의회, 협의회 등으로 이름 붙여질 수도 있다. 이런 합의제 기구들은 대개 정부부처에 자문하거나 조정, 협의, 의결 등의 활동을 한다. 이 가운데 자문위원회는 집행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대통령령이나 부령에 의해 설립된 자문위원회는 정책 수립이나 부처 업무 지원, 추진 실적의 평가가 그 범위이다. 

위원회는 헌법에 직접 규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있다. 법률에 직접 규정된 사회보장심의위원회도 있다. 이들을 정부조직법에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행정기관에 둘 수 있게 되어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소속은 대통령 직속이고, 대통령령에 의해 설치된 기관으로서 법적으로 설치근거는 충분하다. 그 기능은 단순 자문하는 자문위원회와 일부 행정집행권을 가진 행정위원회의 중간적인 위치에서 '의결'의 기능을 가지는 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법적 근거와 기능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통일부는 통일부장관이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조직이다. 따라서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 및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정책의 수립이라는 측면에서 업무가 중복될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의결사항은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를 기속하는 힘을 가지기 때문에 업무 중복을 피해야 한다.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의 업무를 분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통일부가 행정집행기관이고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중장기적인 통일준비에 대한 방향을 수립하는 기구로 구별정립이 가능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통일문제, 안보정책, 외교정책 등 현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정책조정하는 기구이다. 하지만 국가안보장회의의 운용 역시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서 성격이 결정될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도 헌법상 자문기구이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 통일관련 대통령 자문기능과 통일준비위원회의 기능도 확실하게 구분해야할 것이다. 

민주평통, 통일고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와 통일준비위원회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구성에서 다른 위원회와 큰 차이를 보인다. 통일준비위원회에는 기획재정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등 통일준비와 관계된 중앙행정기관 및 이에 준하는 기관의 장, 대통령비서실 과 국가안보실의 정무직공무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장,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정부부처의 책임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여 민관협력을 하는 위원회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이 헌법상 자신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부기관의 책임자를 참여시켜서 민관협력을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통일준비위원회의 구상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이 관건

민주평통이나 통일고문회의의 구성을 살펴본다면 민간전문가들 사이에서 대통령에게 자문을 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책임자는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여론수렴기관으로서 위상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기능 역시 통일준비위원회의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중복되는 기능이다. 하지만 구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민공감대 형성과 여론수렴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접근으로 해석 가능하다. 

결국 통일준비위원회는 그 구성에서 관련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민간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기구의 성격을 지니며, 이는 대통령의 통일준비에 대한 의지로 읽힌다. 따라서 통일준비위원회는 취지나 목적보다는 구성이나 운영방법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민관협력이라고 하지만 정부정책에 비판하는 세력을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지, 대통령의 의견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이다. 통일준비위원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서 ‘반시민참여형 통일준비’를 할 것인지, '시민참여형 통일준비'를 첫 번째 가늠이 가능할 것이다.  

통일준비시민위원회

시민참여는 민주주의 공간을 확대시켜서 통일논의를 촉발시킨다. 통일논의 활성화는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통합을 이루는 기초이다. 시민참여는 통일운동의 일상화 생활화를 통해서 일상에 녹아 있는 분단의 잔해들을 해소하는 것으로 시민차원의 통일준비운동이다.

시민참여는 점진적 통일과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시민의 다양한 권리들을 실현하면서 통일을 이루어간다고 할 때 그 통일은 '과정'을 필요로 하고, 이것은 통일준비 시민운동의 모습을 띨 것이다. '과정으로서 통일'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과거 6.15 공동선언 이후 부문 간의 사회문화교류나 대북인도적 지원이 대표적인 시민참여 과정이었다. 이제는 시민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의제들과 분단극복의 과제로 결합시키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통일준비위원회에 쌍을 이루는 차원에서 '통일준비시민위원회'의 차원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역할은 지금까지 민화협에서 담당해왔으나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에 맞춰서 민화협을 포함하여 포괄적인 위원회 조직으로 통일준비시민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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