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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강요 릴레이 면담"…떠는 KT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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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강요 릴레이 면담"…떠는 KT 직원들 "안 나가면 전출" 압박…이사용 박스 지급하기도
대규모 명예퇴직을 추진 중인 KT가 비희망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퇴사를 종용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각종 장비 반납과 업무 인수인계를 지시하고, 잔류 시 비연고지 전출을 시사하는 등 강도 높은 '내보내기' 작업에 착수한 모습이다.

KT 강서지사는 17일 소속 직원들에게 '곧 발령이 날 테니 짐을 싸라'며 이사용 종이박스를 지급해 퇴사 분위기를 조성했다. 명예퇴직과 전환배치를 위한 공식 인사위원회를 앞둔 상황에서 일단 '짐 싸는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강서지사에서 일하는 김태혁(59) 씨는 "아침에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 발령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며 "이후 (지사장 밑) 부장이 사무실로 와서 영업·개통·설치 직원들을 상대로 업무 인수인계와 차량·공구 반납을 지시하고 박스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오늘만 해도 3~4명이 '더러워서 나간다'며 명퇴서를 쓰고 집으로 가버렸다"며 "버텨 보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위기가 험악하다. 명퇴 계획이 발표된 날부터 며칠째 지사장, 부장, 팀장이 돌아가며 개별 면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면담 자리에선 '이번이 (명예퇴직으로 나갈) 마지막 기회다', '다음부턴 이런 명퇴 없다', '잔류하면 힘든 교육을 받고 지방으로 재배치 된다더라' 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고 했다. 김 씨는 "괴로워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개별 면담 전국 동시 진행…"안 나가면 전출시킨다"

▲ KT 강서지사 사무실에 놓여 있는 이사용 박스.
이와 같은 일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계열사로 업무가 넘어가는 현장 영업·개통·유지보수(AS)·플라자(영업 창구) 직원들을 상대로는 '연고지를 제외한' 희망 근무지 조사가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포항 지사에서 일하는 원병희 씨는 "(희망근무지 조사는) 퇴사 압박용"이라며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쓰라고 했는데 우리가 속한 대구 본부는 제외하고 전남, 강원, 서울 같은 다른 본부 중에 세 개를 골라 쓰라고 했다. 이건 그냥 나가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일부 제주 직원들은 육지로 전출될 위기에 처했다. 제주에서 일하는 김치훈(49) 씨는 "면담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명퇴서 안 쓰면 타 본부로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며 "제주에는 본부가 1개라 이건 육지로 가게 된단 얘기"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여기서 일하는 사람 중 99%가 제주 사람이다. 모두 육지로 발령 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김 씨는 "나도 육지로 발령 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면담이 1시간 30분에 걸쳐 장시간 진행되는 경우도 들린다. 광주 지역에서 일하는 김 모 씨는 "58년생 남자 직원을 지사장이 한시간 반이나 면담했다"며 "5자가 들어간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려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지사에서는 50년대생 세 명을 불러서 '통신 기술 활용 방안'에 대한 에이포 세장짜리 글을 쓰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장기 근속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퇴사 압박을 토로했다.

명퇴 시행 며칠 앞두고 사내 게시판도 폐쇄

명예 퇴직 마감일을 며칠 앞당겨 압박 수위를 높일 거라는 시각도 있다. KT새노조가 이날 공개한 음원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지사장에게 명퇴 종료 날짜가 21일이라고 전달한 게 사실이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전북본부 업무지원부의 한 매니저는 '그렇다. 공식적인 계획은 18일 오전에 나올거다'라고 대답했다.

KT는 명예퇴직 시행 발표를 며칠 앞두고 사내 게시판도 폐쇄했다.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공지가 폐쇄된 게시판에 띄워져 있지만 일부 직원들은 "명예퇴직과 관련한 직원들의 대화나 불만 표출, 집단 항의 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포항지사 원 씨는 "황창규 회장 체제는 이석채 때와 다를 줄 알았다"며 "자살을 방지하겠다며 잠근 옥상 문도 여전히 폐쇄돼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KT새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마음을 굳건히 가지고 버텨주길 바라고 있지만 명퇴 압력이 거세 걱정이 많다"며 "명퇴 목표 인원이 단지 6000~7000명이 아니라 '다다익선'이라고 말하는 관리자도 있었다. 2009년 때와 다를 거 없이 비인간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KT는 24일까지 명예퇴직 희망자 접수를 받고 25일 심사를 해서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었다"며 "그러나 인사도 나기 전에 벌써부터 희망근무지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강요"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밀리면 결국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라며 KT의 인사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KT "제2노조의 일방적 주장…강요는 없다"

한편, KT는 '강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KT 측은 "강서지구의 박스는 퇴직을 신청한 사람들에게만 지급된 것이"이라며 "명예퇴직이 비인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제2노조(새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이트 폐쇄에 대해선 "공지된 대로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한 개선 작업을 위함"이라고 밝혔으며, "희망근무지 조사는 안 하는 게 더 문제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KT는 지난 8일 '경영 악화'와 '사업 합리화'를 내세우며 대규모 명예퇴직 안을 발표했다.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2만3000여 명이 대상이다. KT는 지난 2009년에도 명예퇴직을 시행해 6000명이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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