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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를 떠난 예술가들, 그들이 돌아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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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대를 떠난 예술가들, 그들이 돌아오려면… [기고] 지역당 '마포파티'를 아시나요?
지난 3월 29일, 쫓겨난 카페 '분더바'를 되찾는 문화제 ‘Save the Wunderbar’가 열렸다. 운도 없지, 그날 차가운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음향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텐트를 쳐야 했다. 텐트를 펼치자마자 경찰이 몰려와 훼방을 놓았다. 경찰은 인간의 온기가 없었고 피가 흐르지 않았다. 우리는 반 시간 넘도록 피가 흐르지 않는 서대문경찰서 사이보그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급기야 정보과장을 만나, 음향장비를 보호하려는 거다, 공연이 끝나면 자진 철거하겠다, 하물며 집회 신고한 장소에서 하는 공연 아닌가, 텐트 설치를 묵인하라고 사정했다. 정보과장은 듣지 않았다.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

그때 홀연히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나타났다. 우리가 정보과장과 실랑이를 하는 동안, 장 의원은 서대문경찰서장과 서대문구청장에게 텐트 설치를 허하라고 전화기에 대고 불을 뿜었다. 장 의원의 통화로 막혔던 출구가 열렸다. 문화제를 여는 동안 우리는 텐트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두 차례나 텐트 철거를 단행했던 경찰 태도가 급변해, 쫓겨난 부부가 거처할 수 있도록 텐트 철거를 당분간 보류한다고까지 했다.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이 쫓겨난 자들의 희망이 되었다.

떠돌이 여포의 뒤안길

장 의원과는 대척점에 마포구의회가 있다. 물론 말이 구의회지 영락없는 복마전이다. 비리와 추접스러움은 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구민들의 입에서 오죽하면 구의회를 없애버리자는 권리 포기선언까지 나올까. 그만큼 마포구의회는 뇌물 주고받는 곳, 해외여행 공짜로 하는 곳, 자기사업 키우느라 환장한 자들이 모여든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8년 후반기 마포구의회 의장선거 때였다. 의장에 출마한 이매숙 씨는 동료의원 8명에게 물경 9000만 원의 돈을 거침없이 뿌렸다. 의장에 당선되면 월 330만 원의 업무추진비, 의장 사무실, 관용차와 운전기사, 개인비서까지 지원되니 물불 안 가리고 뿌려댄 거였다. 그래도 그렇지 그 많은 돈을 그리도 쉽게 뿌려대다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아아, 글쎄 그 돈이 자기 돈이 아니었다. 재개발지역 조합장에게 의장이 되면 적극 협조한다는 약속의 떡값으로 받은 거였다.

2012년 마포구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때 상임위원장에 출마한 마동환 씨 역시 복마전의 전형인물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상임위원장 출마선언 직후, 동료의원 집을 찾아가 한 표를 부탁하면서 200만 원을 건넸다. 다행히 동료의원은 뇌물수령을 거부했다.

마 씨는 뒤에 "동료 의원에게 돈 봉투 건넨 적 있다"는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구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듯했다. 물론 거기까지였다. 그는 곧바로 양심선언을 뒤집는, "그건 미안하지만 실언이었다"는 실언선언을 하고 말았다. 복마전에 개그맨도 섞여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2011년 4월26일은 또 어떤가. 개과천선, 또는 심기일전을 위해 마포구의원들이 인천공항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해외연수를 통해 구의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당찬 각오로 비행기 트랩을 밟았다. 목적지는 터키와 그리스였다. 마침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MBC 기자가 "혹시 외유 아녜요" 하고 트랩 끄트머리에서 몹시 들뜬 표정을 짓는 구의원 조영덕 씨에게 물었다. 조 씨는 엄청나게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외유가 아니라 비교 시찰하러 갑니다요" 하고 답했다. MBC 기자가 "뭘 비교 시찰하러 가시는데요" 하고 묻자 조 씨는 대답 대신 황급히 총총 사라졌다.

마포구의원들의 해외연수비용은 물경 5000만 원이었고, 그 돈은 모두 구민들로부터 뜯어 모은 세금이었다. 오죽하면 공짜 해외여행을 즐기고 싶으면 구의원이 되라는 시쳇말이 떠돌겠는가.

그 같은 구의원들이니 재개발로 쫓겨나는 세입자들의 눈물을 알겠는가. 그 같은 구의원들이니 재산권 행사는 고사하고, 억대를 웃돌지도 모를 추가 분담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재개발지역 주택소유자들의 살 떨림을 알겠는가. 그 같은 구의원들이니 대형마트 입점으로 문 닫고 떠나야 할지도 모를 재래시장 상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치명적인 불안감을 알겠는가. 그 같은 구의원들이니 마포에 피를 돌게 하고 마포를 살찌워온 예술가들의 유목행렬을 보고도 눈 하나 꿈쩍하겠는가.

그러니 마포구의회를 이대로 버려둔다면 마포야말로 떠돌이 여포의 뒤안길을 걷겠다. 차라리 마포구의회를 없애버리자는 교각살우의 길로는 더더욱 갈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비틀즈의 물갈이

홍대 앞 네거리에 서서 패기 발랄한 청춘들에게 “혹시 비틀즈를 아세요” 하고 묻는다면 멋진 답이 돌아온다. “혹시 약 드셨어요” 하는 답이다. 누구나 비틀즈를 알거나 좋아 죽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60년대 중반부터 1970년까지 세계를 휩쓸었던 비틀즈를 알뿐, 1961년 이전 비틀즈에 대해선 낯설겠다. 비틀즈 매니저로 활동한 엡스타인은 리버풀 촌놈들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내고 빠르게 개선시켜나갔다. 그중 제일은 비틀즈 드러머 피트를 내보내고 새로운 드러머 링고 스타를 끌어들인 거였다. 피트에겐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비틀즈에게는 프로 근성을 제대로 불어넣는 물갈이였다. 첫 정규앨범 도 링고 스타가 합류한 뒤에야 나왔다. 비틀즈는 이제 리버풀과 함부르크를 벗어나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밴드로 거듭났다.

고인 채로 계속 썩는 게 분명하다면 비틀즈 경우처럼 물갈이는 필연이다. 마포구의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복마전 주인공들은 당을 등에 업고 다시금 표를 구걸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이란 하도 식상해서 역겹기까지 하다. 구민들이 출마하지 말라고 소리치는데도, 구민 목소리를 듣겠다며 한 표를 달라고 구걸한다. 뇌물 구의회에 대한 절절한 사과도 없이 구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서울시로부터 돌려받은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용도 변경하겠다고 기립박수를 쳤던 자들이 예술이 흐르는 마포,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마포를 꿈꾼다고 설레발 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마포의 미래가 두렵다. 국회의원 장하나 같은 인물들로 구의회를 물갈이하지 않고서는 마포의 미래는 마포의 절망이 되겠다. 링고 스타를 끌어들인 비틀즈의 고육책에 눈길을 돌리는 건 그래서다.

ⓒ마포파티

지역당 마포파티의 도전

지난 3월17일, 마포구 서교동 가톨릭센터에선 마포파티가 열렸다. 마포에 뿌리를 내린 마포의 증인들이 지역당을 꿈꾸며 판을 벌인 파티였다. 마포파티에선 6.4지방선거를 통해 마포구의회를 물갈이하고 마포를 살려낼 4명의 무소속 구의원 후보를 추천했다. 대흥동 염리동 용강동에서 출마를 선언한 윤성일, 성산2동 상암동에서 출마를 선언한 오진아, 망원2동 성산1동 연남동에서 출마를 선언한 설현정, 망원1동 서교동 동교동에서 출마를 선언한 조영권이 그들이다. 네 명은 그동안 마포 바닥을 돌며 한숨을 귀로 들었고, 눈물을 눈으로 보았고, 아픔을 가슴으로 느꼈다.

지역당 마포파티가 윤성일, 오진아, 설현정, 조영권을 6.4지방선거 마포구의원 후보로 추천한 건 그래서이다. 그들 네 명의 후보가 마포파티의 염원대로 구의원에 당선된다면 마포는 전례 없는 바닥의 아픔과 눈물을 닦아주는 구가 되겠다. 떠나간 예술가들이 다시금 돌아와 마포의 피를 돌리고 마포의 살이 되겠다.

지역공동체운동의 새로운 출발로서 지역당 마포파티의 시도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6.4지방선거를 통해 지역당 마포파티가 안착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범이 되기를 온전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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