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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 '0점' 해수부, 언론 대응은… '충격 상쇄 아이템 발굴하라', '감동적 스토리 제공하라'…
해양수산부 비상안전담당관실이 작성한 '위기 대응 매뉴얼'에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피하기 위해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동적 휴먼 스토리'를 발굴해 기자들에게 제공하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정부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물 타기' 기사를 만들어 내라는 주문으로 읽힐 소지가 있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양사고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에는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발굴하는 등 여론 주의를 분산시킬 대체 기사를 개발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런 문구가 들어간 것은 있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취지를 오해한 면이 있다. 자원봉사 같은 미담 사례 등도 기사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북핵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에 정부의 의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해수부가 선박 사고 외의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작성한 매뉴얼에 포함된 언론 대응 지침에는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발굴하라"며 "위기가 발생하면 기자는 사건 뒷이야기나 미담에도 관심을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매뉴얼 중의 "위기 발생 후 언론에 보내는 제1보가 위기 확산 여부를 좌우한다"는 내용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언론이 위기를 확산시킨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또 언론의 '보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도를 생산하기 위한 기자의 취재 활동을 관찰 대상으로 삼은 것은 언론 자유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해수부 매뉴얼에는 "언론매체 취재동향 관찰(필터링실시)"라는 항목을 대변인실이 위기시 해야 할 조치 사항으로 포함시킨 것도 있다. 

해수부는 언론의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예시로 만들어 문구까지 제공하기도 했다. 기자가 '현장에 없는 사람이나 조직을 인용하면서 그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질문을 피한다"라는 지침과 함께 "그 상황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지금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라고 답하라는 충고가 곁들여져 있다. 

'단언 또는 확언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빠른 시간 내에 위기에 적절한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현재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가정해 질문하는 경우'에는 "가정하여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하라고 비상안전담당관실은 적고 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포함한 많은 경우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답변이 판에 박힌 듯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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