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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각 동맹' 설계자, 주한미국대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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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각 동맹' 설계자, 주한미국대사 됐다 [정욱식 칼럼] 오바마가 마크 리퍼트를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한 이유
성김 주한미국대사의 후임자로 마크 리퍼트(Mark Lippert)가 신임 대사로 내정됐다. 이를 두고 국내 상당수 언론은 ‘미국의 주일 대사나 주중 대사에 비해 급이 낮다’거나, ‘오바마의 최측근이니 한반도 관련 현안에 잘 대처할 것’이라는 식의 보도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그가 주한미국대사로 내정된 맥락과 의도를 정확히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리퍼트는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설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올해 만 41세인 리퍼트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전문위원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 재직 시절 외교보좌관을 거쳐,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 국방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척 헤이글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러한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적인 ‘군사 전략통’으로 통한다.

리퍼트는 4월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안보 토의(DTT)'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차관보급 회의인 이 회의의 미국 측 수석대표는 국방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줄곧 맡았었다. 그런데 리퍼트는 국방장관 비서실장 자격으로 이 회의를 직접 챙겼다. 그러곤 "이 회의가 매우 생산적이고 실질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DTT는 '컨트롤 타워'

여기서 박근혜 정부와 언론이 '3자 안보 토의'라고 이름 붙인 회의체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회의의 공식 명칭은 '한-미-일 3자 국방회담(U.S.-Japan-ROK Defense Trilateral Talks, DTT)'이다. 정부가 국방을 안보로, 회담을 토의로 바꿔 부르고 있는 데에는 이 회담의 군사적 성격을 탈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미국대사 내정자. 리퍼트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연합뉴스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한미일 삼각동맹 추진의 기회로 여겼던 미국은 MB의 임기 첫해인 2008년에 DTT 창설을 제안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2008년 4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안보정책구상(SPI)에서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데이비드 세드니는 "미국은 일본과 한국이 함께하는 3자 안보협의를 열성적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제국 국방부 정책실장은 "안보 위협이 더욱 복잡해지고 초국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더 강력한 3자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너무 눈에 띄면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에 따른) 인지된 위협에 대처하고자 중-러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2008년 9월 8일 서울에서 열린 SPI 회의에서 한미 공동 미사일 방어체제(MD) 기구와 함께 한-미-일 3자 DTT 창설을 거듭 제안했다. 2008년 11월 4일 자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 전문에 따르면, 한국 측은 독도 문제를 들어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가, "9월 22일 전제국 정책실장이 제임스 신 국방부 차관보에게 서한을 보내 2008년 11월에 (워싱턴에서) 열리는 3자 대화에 참석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MB 정부가 DTT에 왜 난색을 표했다가 참여로 선회했느냐는 문제이다. 전제국 실장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MB 정부 일각에서도 한-미-일 결속이 중-러 결속을 야기해 동북아 신냉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또한 독도 문제 등 한일관계를 고려할 때,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가기 위한 DTT 참여를 결정한 데에는 MB 정부의 흡수통일 야망이 똬리를 틀고 있었을 공산이 크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 관련 질환으로 쓰러지면서 MB 정부 안팎에서는 흡수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2008년 11월 시작된 DTT는 철저하게 '로우키(low key)'로 진행됐다. MB 정부가 국민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일 3국은 DTT가 3자 간의 안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한-미-일 안보대화는 DTT, 3자 합참 전략기획 전략대화(Trilateral J-5 Strategy Talks), 반민반관 형식의 트랙 1.5 협의 등 세 축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 가운데 DTT는 "지침을 정하고 정책급 감독을 제공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다.

MB 정부 때 매년 1차례 정도 열렸던 DTT는 박근혜 정부 들어 잠시 중단됐다. 아베 신조 정권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대일 강경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하순 오바마가 주재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빗장은 다시 풀리고 말았다. 이 회의에서 오바마는 DTT 재개를 제안했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동의하면서 4월 중순 워싱턴에서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리퍼트, "아베가 좀 더 해야 할 일은"

이 회의 수석대표를 맡은 리퍼트는 4월 30일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3국은 올해 초 한일관계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을 토대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5월 30-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3국 국방장관이 다시 함께 모여 협력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퍼트 내정자는 △한미일 3자 MD 협력 강화 △MD 기능을 탑재한 미국 이지스함 2척 일본에 추가 배치 △일본 군사력 확대 및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추진 환영 등의 입장을 밝혔다.

그의 아시아 전략에 대한 구상은 2013년 5월 29일 자 <아사히 신문> 영문판에 게재된 장문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한 "장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이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며, 이는 2020년까지 미국 해군력의 60%를 이 지역에 집중키로 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는 단순히 양적인 배분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능력 있는 군사적 자산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거부 전략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또한 '일본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재균형 전략은 안보에 많은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적·경제적 전략"이라며 일본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적극 참여하고, 호주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솔직히 말해 일본이 인도와 강력한 양자 관계를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리퍼트는 또한 "미국 국방부는 아베 신조 총리의 안보 정책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며 "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DTT와 같이 3자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핵심 임무는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은 기피하면서 북한 위협을 근거로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오바마의 입장이 그의 내정을 통해 거듭 확인되는 것 같아 참으로 우려스럽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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