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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홍 교육감 출마, 곱게 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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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덕홍 교육감 출마, 곱게 볼 수 없는 이유 [민교협의 정치시평] 정당 주변에 얼쩡거린 사람이 뒤늦게…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왜 이제 와서’라는 의구심이 들던 차라, 자연스레 그의 출마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의혹과 논란에 눈길이 간다.  
  
지난 3월 민주진보 진영은 서울시 교육감 단일 후보를 내기 위하여 시민경선 절차를 통해 조희연 교수를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윤덕홍 예비후보는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단일화 절차를 몰랐다고 해명했단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시민경선절차가 진행된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언론에 공개된 터라, 그가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또한 단일화 경선을 주관한 ‘2014 서울시 좋은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는 윤 예비후보 측에 단일화 경선절차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시민경선 참가를 권유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변명은 거짓인 셈이다.
  
지난 6일 윤 예비후보 측은 민주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선출된 조희연 교수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한다. 무슨 제스처인지 고개가 꺄우뚱해진다. 진보진영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경선이 진행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참여하지 않았던 그가, 뒤늦게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화를 운운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적 논란에 대한 그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의하면, 교육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시・도지사 피선거권 자격 외에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로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 당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선관위는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받을 때 ‘비당원확인서’를 받는다. 비당원확인서는 예비후보자 본인이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당적 유무를 명확히 판별할 수 없으므로, 선관위는 각 정당에 확인절차를 거쳐 후보자 자격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서울시 선관위는 윤 예비후보의 당적 유무에 관하여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회신을 요청한 상태인데,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당적 포기 규정은 5월 15일이 기준이 된다. 2013년 5월 15일 이전에 탈당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윤 예비후보는 2013년 4월에 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4월에 민주당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는데 실무자의 착오로 제때 처리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당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고, 중앙당은 대구시당의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왜 미적거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행보를 보면, 2013년 4월에 탈당했다는 그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는 2014년 1월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당 단배식에 참석하였다. 당원이 아닌데 정당의 단배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 그는 4월 22일 새정치민주연합 경북도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하였다. 4월 28일 교육감 출마 선언을 하기 불과 6일 전의 일이었다. 선관위의 회신 요청에 답변을 미루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측의 태도도 미심쩍고, 당적 논란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는 윤 예비후보 측의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여정부 시절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낸 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줄곧 정치권에 있었다. 2004년 총선 출마에 이어 2008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기도 하였다. 당적 보유를 둘러싼 논란에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가 출마선언 며칠 전까지도 제도권 정치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는 사실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교육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도권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한 목적에서 교육감 선거에는 정당공천제를 두지 않았다. 그런 만큼 정치권과의 친밀성보다 시민사회 진영의 교육개혁 열망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의 첫 단계는 진보적 교육시민사회 진영의 후보 단일화였다. 그는 이 절차를 거부했다. 여기에 당적 보유를 둘러싼 논란까지 이어지니, 지켜보는 이의 마음은 참담한 심정이다. 
  
윤 예비후보의 해명에 진솔함이 느껴지지 않는 나의 심정은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태에 관한 씁쓸했던 기억으로 연결된다. 학생들의 모든 개인정보를 교육부 내지 교육청 서버에 집적하는 시스템인 NEIS에 대해 당시에 일선 교사들은 물론, 법률가, 정보인권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였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도 NEIS 체제의 폐기를 권고할 정도였다. 그 때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뒤늦게나마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NEIS의 교무・학사/보건/입학・진학 등 3개 영역에 대해서는 NEIS 체제의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인 2003년 6월 1일 교육부는 3개 영역에 대해서 학교 자율적으로 입력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공표하였는데, 이는 사실상 NEIS의 전면시행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그 당시에 전국 초・중・고교의 99% 이상이 자료를 NEIS로 이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NEIS의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던 발표를 나흘 만에 뒤집어버린 이가 바로 윤덕홍 교육부총리였다.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국가기관에서 대량으로 집적하는 시스템에 대해 학생인권을 보살피려는 마인드가 없다는 것에 개탄스러웠던 기억과 함께, 당시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의 말 바꾸기가 교육계에 얼마나 큰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는지, 불편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윤덕홍 예비후보와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 오랜 기간 교육계에서 활동했던 탄탄한 그의 경력과 헌신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머리 속에선 이런 질문이 맴돈다. 진보 교육진영에서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수많은 이들이 굳은 일 마다 하지 않고 애쓸 때, 제도권 정당 주변을 얼쩡거렸던 그였다. 그런데 뒤늦게 교육감 출마한다고 하면서 이미 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로 선출된 조희연 예비후보에게 이제 와서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하는 그가 과연 ‘민주적’ 교육개혁을 이끌 수 있을까. NEIS 사태에서 보듯이, NEIS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교사와 학부모들을 꼼수 같은 변명으로 기만했던 그가 ‘올바른’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당적 논란조차 시원스레 해명하지 못하면서, 오직 대중적 지명도만을 내세워 교육감 선거에 뛰어든 그가 ‘자주적’ 교육을 실천할 수 있을까.
  
이 당혹스러움에 대해 윤덕홍 예비후보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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