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등학교 페이스북의 '마지막 공지글'이 화제다.
단원고 페이스북의 전 운영자이자, 마지막 공지글의 주인공 최승원(20) 씨. 최 씨는 2년 전 졸업한 단원고 동문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단원고 페이스북을 통해 진도 팽목항의 소식을 알리고 정부와 언론의 무능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좋아요'가 12만 건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지만 공격도 받았다. "왜 단원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는 것이었다. 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그는 모교 선생님의 울먹이는 목소리까지 들었다.
최 씨는 결국 12일 운영 중단을 고하며 마지막 공지글을 띄웠다. 정치적인 글을 올린 데 대한 반성문이 아니었다. 도리어 그는 "저는 '정치적이지 말라' 하는 '반정치 선동'에 넘어가지 않겠다", "저는 기어이 정치적이고자 한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잊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야말로 제 후배님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지금 여기서 저는 감히 여러분을 선동하고자 한다"며 "정치적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 글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으며 포털사이트 게시판,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 곳곳에 퍼지고 있다.
단원고 페이스북의 전 운영자이자, 마지막 공지글의 주인공 최승원(20) 씨. 최 씨는 2년 전 졸업한 단원고 동문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단원고 페이스북을 통해 진도 팽목항의 소식을 알리고 정부와 언론의 무능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좋아요'가 12만 건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지만 공격도 받았다. "왜 단원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는 것이었다. 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그는 모교 선생님의 울먹이는 목소리까지 들었다.
최 씨는 결국 12일 운영 중단을 고하며 마지막 공지글을 띄웠다. 정치적인 글을 올린 데 대한 반성문이 아니었다. 도리어 그는 "저는 '정치적이지 말라' 하는 '반정치 선동'에 넘어가지 않겠다", "저는 기어이 정치적이고자 한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잊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야말로 제 후배님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지금 여기서 저는 감히 여러분을 선동하고자 한다"며 "정치적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 글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으며 포털사이트 게시판,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 곳곳에 퍼지고 있다.
그는 1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정치적 비극"이라고 단언했다. "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선원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그것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생명보다 이윤이 중요한 사회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정치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그를 비난한 이들 가운데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도 있었다. 최 씨는 "내가 아는 후배와 선생님들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사고가 나올 수 있는지 화가 난다"면서 "정치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인 선동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진실을 외면하는 언론에도 일갈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팽목항 소식을 직접 전한 것도 언론을 믿지 못해서였다. '전원 구조'라던 보도는 터무니없는 오보였고, 팽목항에 있는 유족들의 분노,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지적은 가뭇없이 묻혔다. 그는 "국가나 언론에 대해서 기본적인 것들은 지켜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접 진도에 가서 보니까 정부나 언론이나 그저 숫자놀음만 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 유족들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고 보도한 보수 언론에 대해선 "유족들의 분노를 직시하지 않고, 왜 분노하는지도 확인하지도 않는다"며 "색깔론을 동원해 유족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공지글과 인터뷰를 통해 거듭 과연 어떤 '선동'이 옳은지 도발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페이지 운영은 중단됐지만 단원고 페이스북 계정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이곳에서 최 씨 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다음은 최 씨와 전화로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프레시안 : 단원고 페이스북 운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최승원 : 이전 공지글(☞ )에서 자세히 얘기했다. 2012년 제가 단원고에 다니던 시절, 동기들 몇 명과 함께 분실물 찾아주고 소식 알리는 일을 하려고 단원고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졸업한 이후엔 운영을 안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월호 참사 당일인 16일 전원 구조 보도를 동문에게 공유했다.
일단 전원 구조라고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이 해결될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다 오보라는 게 밝혀졌을 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알고 보니 제가 좋아했던 선생님, 후배들도 실종자 명단에 있었다.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직접 진도 현장에 내려가 5일 동안 머물렀다. 그러면서 단원고 페이지를 사고 현장 소식, 언론이 잘 보도해주지 않는 소식들을 공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구호물자가 부족하면 뭐가 부족한지, 그런 소식들도 공유하고, 사망자나 실종자 소식이 궁금한 지인들이 있으면 현황판에서 보고 바로 공유했다.
프레시안 : 단원고 계정 사용 문제로 학교에 항의 전화가 많았고, 전화한 이들 가운데 '일베' 회원도 있다고 했다.
최승원 : 항의 전화가 많다는 얘기는 동문회에서 전화가 와서 알았다. 그리고 제가 직접 3학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선생님이 이번 일을 수습하시느라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항의 전화를 처리하는 일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페이스북 운영을)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교에 전화한 사람들 중에 일베 회원도 있다는 건 제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대강 짐작으로 알았다. 그러다가 제가 직접 일베에 들어가봤더니, 베스트글 두 개가 단원고 페이스북 페이지 주소가 실린 글이었다. 댓글을 보니, 전화해야겠다며 학교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실제로 전화하고 인증한 글도 베스트게시글에 있었다. 저는 처음엔 단원고 공식 입장으로 착각할 수 있으니 문제라는 식으로 순수하게 지적하는 걸로 알았는데, 결국 그게 아니었다. 단지 제가 올린 글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공격한 것 같다.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 누가 어떤 사람이 후배와 선생님들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사고가 나올 수 있는지 정말 화가 난다. 그런데, 그렇게 정치적이지 말라고 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인 선동이라는 걸 (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좋아요'가 거의 12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승원 :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져줄 거라곤 예상 못 했다. 제가 팽목항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알려줘서 그런 것 같다. 구독자 수가 폭증한 게 4월 18, 19일, 20일이었다. 이때 '청와대 행진' 건이 있었다. 그때 실시간으로 동영상, 사진 올렸더니 조회수가 폭증했다.
프레시안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 보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최승원 : 전 예전엔 국가나 언론에 대해서 기본적인 것들은 지켜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접 진도에 가서 보니까 정부나 언론이나 그저 숫자놀음만 하고 있었다. 정부는 배를 몇백 척을 동원했다고 하고, 언론은 그걸 받아쓰고. 그런데 그게 다 '뻥'이었다.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마치 현장에서 본 것처럼 받아쓰기만 하더라. 가족들이 배 타고 나가서 항의해도 언론은 보도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전 현장에서 가족들이 분노하고 항의하는 걸 지켜봤다. 저도 보면서 같이 분노했다. 유가족들이 무엇을 답답해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에 대한 보도가 나온 건 이미 생존에 대한 희망을 다 놓아버린 때였다. 너무 늦었다. 언론에 정말 실망을 많이 했다.
최근까지도 일부 보수 언론들은 유가족들이 무슨 얘기만 해도 반정부적이라고, 종북몰이를 한다. 유가족 대표가 정의당 소속이라고 문제 삼고, 직접적으로 '시체 팔이'라곤 안 하지만, 그런 뉘앙스로 보도한다. 실제로 얼마 전 청와대 앞에 유족들이 갔을 때도 보수 언론들은 '시위대 안에 선동꾼이 있다', '특정 정치 세력이 끼어있다'는 식으로 분노를 퇴색시키려 들었다. 유족들의 분노를 직시하지 않고, 왜 분노하는지도 확인하지도 않고 그저 누구에게 이용당하고만 있다고만 주장한다, 지금 유가족분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건 하도 보수 언론이 그런 식으로 종북몰이를 하다 보니 본인들도 반정부세력으로 호도될까 무서워 그러는 거다. 색깔론을 동원해 유족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거다.
보수 언론, 보수 세력은 항상 이런 상황을 무서워했다. 지금 보수 언론들을 보면 그저 위기에 몰린 정권을 보위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언론뿐 아니라 보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보수 정치인들은 '청와대는 컨트롤타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이 없다'고 선 긋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유족들은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궁극적인 메시지는 바로 이건데, 그들은 구조적인 변화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만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세월호 사건'의 본질이 뭐라고 보는가.
최승원 : 저는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비극이라고 완벽히 규정하고 있다. 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선원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그것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생명보다 이윤이 중요한 사회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낡은 배를 수입하도록 한 건 규제 완화 덕분이었고, 화물을 더 싣게 하고 화물을 결박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불법적인 일들을 승인한 건 다 관행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한 지적은 뒤로 밀리고 그저 승무원과 선장만 '죽일 놈'이 됐다. 개인만 조지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선장은 아무런 지위도 권한도 없는 비정규직, 촉탁직이었다는 게 뒤늦게 알려지고 있다. 또 승무원 가운데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그들에게 지위도 부여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지위에 걸맞은 책임감을 발휘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나.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다.
프레시안 : 마지막 공지글에서 '잊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다. 무엇을 할 건가.
최승원 : 제가 대학생인데, 사실 페이지 운영을 하면서 학업에 지장이 많았다. 그런데도 다 내팽개치고 진도에 다녀왔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제가 할 일은 공부가 아니었다. 안산분향소에 동문회 부스가 있는데 거기서 봉사활동을 했다. 거기서 하던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지금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리고 제가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만들어나가거나, '가만히 있으라'(세월호 참사 규탄 조직)와도 같이 활동해볼까 한다.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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