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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용산 재개발 왜 지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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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용산 재개발 왜 지금인가? [서울시장 선거, '개발'을 묻다 <2>] 박근혜 정부보다 후퇴한 정몽준 공약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정몽준 의원이 확정되며 서울시 지방선거가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 2006년 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뉴타운' 정책은 이번에도 선거전 시작과 동시에 언급됐다. 지난 12일 정 후보는 "박원순 시장은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용산 개발 사업 등 전부 부정적으로 말한다"며 "저는 가능하면 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불도저식 도시 개발 사업의 폐해를 많은 이들이 목격했다. 서민 주거권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음은 물론,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도시 개발의 방식과 그를 뒷받침하는 철학을 재정돈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계속된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프레시안>에 [도시 이야기]를 연재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관련 글을 보내왔다. 이 글을 시작으로 모두 3회에 걸쳐 소개되는 글을 통해 바람직한 2014년 서울시 개발상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길 바란다. <편집자>

□ 서울시장 선거, '개발'을 묻다


앞선 연재에서 설명했듯, 미국의 초기 재개발은 우리의 뉴타운 개발처럼 대규모 철거 후 임대 아파트 건설이라는 물리적 환경 개선에 주안점을 두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르러 임대아파트 단지의 문제점이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게 된다.


197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 중심지 뉴욕마저도 파산에 직면할 만큼 미국의 많은 대도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 시 정부의 재원이 부족한 형편이었기에 중앙정부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였다. 하지만 중앙정부 역시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 재정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여러 도시가 요구하는 도시 재개발 사업을 지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시들은 중앙정부의 도움이 너무도 절실했기에, 미국 중앙정부는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한다.

미국 중앙정부는 도시 정부 간 경쟁을 유도하면서,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으로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방향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즉, 각 도시가 나름의 도시 재개발과 경제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면 중앙정부는 이를 심사하여 일부 도시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커뮤니티 개발 포괄 보조금 정책 (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 이하 CDBG)이다.)

이는 도시 정부들이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고, 경쟁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1980년대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세액 공제 제도(Low-Income Housing Tax Credit, 이하, LIHTC - 지역 커뮤니티 임대 아파트를 건설하는 경우 중앙정부가 건설 이자를 지원하는 정책)가 시행되면서 지역마다 민간 비영리 개발 회사들이 우후죽순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커뮤니티 기반 비영리 민간 회사들의 건설을 독려하는 금융 지원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그 결과 미국의 도시개발 전략은 공공이 직접 대규모 임대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1) 공공은 금융적 지원을 해주면서 2) 지역 커뮤니티와 지자체가 해당 지역을 발전시킬 전략을 짜고 3) 지역 소재 비영리 민간 개발 회사들이 임대 주택을 여러 곳에 소량으로 건설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미국의 주택도시개발부(Dep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는 토건 족이라기 보다는 금융을 통한 지원기관의 형태로 변모하였다.

50년 흘러 2014년 4월 서울시 창신동의 모습

서울시 창신동은 서울시에서 최초로 뉴타운 개발에서 해제된 지역이다. 이 지역의 다양한 계층은 뉴타운 개발에 크게 반대하였다. 동대문 패션 상권 배후 생산기지로 이 지역에는 많은 봉제 공장 노동자와 업주들이 살면서 현업에 종사한다. 이 중에는 자본을 축적한 건물주인들도 상당수다.

따라서 봉제업 종사자뿐 아니라 임대 거주자 그리고 상당한 자본력의 건물주인까지 반대 행렬에 합류하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앗아갈 가능성이 컸던 서울시의 결정에 지역 커뮤니티의 의견이 존중되지 못했던 것을 크게 못마땅해했다. 그로 인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 개발이 예정됐던 서부이촌동 전경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정부의 놀라운 시도

박근혜 정부는 지난 4월 도시 재생 선도지역 13곳을 지정하였는데, 서울에서는 창신동이 선정되었다. 도시 재생 선도사업은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후, 그중 나름의 심사 기준에 맞는 지역에 포괄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창신동에는 향후 4년간 200억 원가량의 중앙정부 보조금이 투여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보조금은 대규모 철거 후 임대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성격을 파괴하지 않는 한에서 불량한 거리 및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든지 지역 내 침체한 경제 기반 향상에 사용되어야 한다.

즉, 미국 도시개발패턴을 바꾼 CDBG와 같은 성격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현 정책은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토건식 정책으로 무조건 무언가를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금융 정책을 활용하여 지역 기반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뉴타운과 전혀 다른 모양새의 실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기대할 만한 정책이다.

뉴타운으로 된통 당했던 창신동 커뮤니티는 초기 도시 재생 선도사업의 진의를 신뢰하지 못했다. 이는 매우 당연한 것으로 정부 정책에 의해 본인들의 재산권에 손해가 갈 상황을 경험했던 터에, 창신동이라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정책 시도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시와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동네를 찾아와 정책 취지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초기 주민들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공무원들의 노력은 사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었고 이는 지역 커뮤니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좋은 시도였다.

노력의 결과인지는 모르나, 과거 뉴타운 반대 운동을 함께했던 지역 커뮤니티 리더들도 지역 주민 설득에 나섰다. 이 정책이 절대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철거 개발이 아니라, 지역 주거 환경 개선과 봉제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자 지역민들은 차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고, 반대에서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그럼에도 다시 나타난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

박근혜 정부의 도시 재생 선도사업의 의미는 정부가 특정 지역을 철거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수성 (장소성 및 역사성)을 인정하면서 (또는 커뮤니티를 보전하면서) 주거환경 개선 및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정책이 주는 의미는 상당하다. 비록 그 시작이 매우 미미할지 모르나, 이 계획이 좀 더 구체화하고 대상이 넓어지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과거와 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도할 것이다.

즉,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세운 후 끝이었던 이명박·오세훈의 뉴타운 정책이 아니라,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나름 미래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고민할지 모른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토교통부는 미국의 주택도시개발부 (Dep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와 같이 토건족이 아닌 금융기관으로의 탈바꿈을 마주할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마저도 커뮤니티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고려하면서 도시 재생 선도지역을 선정하는 이때에 동일 정당의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산에 처한 이 개발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주민 커뮤니티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알려진 게 전혀 없다. 과거와 달리 공무원들이 나서 선도사업 지정을 위해 주민들에게 곤욕을 당하면서 설득을 했고 공무원들이 커뮤니티와 함께 재생을 하고자 하는 이때다.

코레일 소유의 부지 (용산국제 업무지구 중 서부이촌동을 제외한 지역)는 언젠가 반드시 개발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분석 측면에서 과연 현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용산부지에는 결국 아파트와 (금융 및 서비스 회사들이 사용할) 오피스 건물과 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쇼핑몰과 서울시 오피스 시장을 살펴보았을 때, 과연 현시점이 옳은 것인지는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서 한다.

*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 연재를 아래 '필자의 다른 기사'를 클릭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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