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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청와대에 끈 대는 일 성공' 문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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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길환영, 청와대에 끈 대는 일 성공' 문자 받아" [전문] KBS 시사 프로 개입 정황 폭로…사측 간부였던 장영주 CP 폭로
"사장님이 강할 때는 찍소리 못하고 따르다가 사장님이 사면초가에 몰린 약자가 되자 바로 등에 칼을 대는 비열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

한국방송공사(KBS) 길환영 사장의 방송 개입에 대한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번엔 보도 본부가 아닌 TV 제작 본부에서 터져 나왔다. 폭로의 주인공은 얼마 전 보직 사퇴에 동참한 장영주 책임프로듀서(CP)다.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사측 간사를 맡았던 주요 간부다. 방송 제작 개입 정황이 사측 입장을 대변했던 인물에게서 나온 터라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장 CP는 지난 3일 오후 10시경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저도 전 보도국장처럼 파렴치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장 CP는 여기서 그간 의혹만 무성하게 제기됐던 △<심야토론> 개입 △ 아나운서 교체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 편 소송 논란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관여 사실을 밝혔다.

그는 우선 <심야토론> 건에 대해, "아이템이고 출연자고 프로듀서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하고 기다렸다가 정했고 책임프로듀서인 나도 맥없이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어디에선가 컨펌을 받은 토론주제는 우리가 하고자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다.
또 출연자 선정에도 통제가 들어와 "여론 조작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하며, 그 지시가 내려온 곳은 단적으로 본관 6층 '사장님'이라고 밝혔다.

장 CP가 밝힌 <심야토론> 아이템 선정 등 개입은 이미 의혹 제기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제공한 지난 2012년 7월 13일자 '20차 공정방송위원회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총선 이후 토론 주제가 북한 관련 이슈에 집중됐다. 아울러 2012년 방송분 주제는 '종북 세력 국회 입성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로, 통합진보당 일부 의원들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한 토론을 벌인 바 있다.

보고서에는 "길환영 부사장이 아이템 선정과정에서 직접 개입을 하고 있다는 증언을 여러 명으로부터 확보했다"며 당시 부사장이었던 길 사장이 제작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한 사실은 시인했으나 개입 사실은 완강히 부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개입 의혹이 장 CP의 폭로를 통해 결국 확인된 셈이다.

▲장영주 CP가 3일 오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 게시 후 약 1시간 만에 KBS 법무실에 의해 삭제 조치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장 CP는 출연진 교체 논란 또한 길환영 사장 때문에 불거진 일이었음을 밝혔다. 장영주 전 CP는 "<진품명품> 관련PD, 국장, 심지어 본부장까지 자르지 않았던가. 그러고는 결국 <진품명품>은 외주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한 당사자는 '사장께서 이 건으로 청와대에 끈을 대는 일에 성공했다'고 제게 문자를 보내왔다"며 "김시곤 전 국장이 말한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란 증거를 제발 대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 편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 이후 행정소송을 준비했다가 무산된 이유 역시 길환영 사장의 반대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장의 재가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는 발언이 내부에서 나오자 발설자 색출 작업까지 있었음을 밝혔다.

장 CP는 마지막으로 "사장님이 잘되기를 바랐습니다"면서도 "너무 많이 나가셨습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변정리를 하시고 명예로운 퇴진을 결심해달라"며 '사장님의 용단'을 부탁했다.

한편, 장 CP의 글은 게시된 지 한 시간 뒤 법무팀에서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논란은 커지고 있다.

아래는 장영주 전 CP가 올린 글 전문.

<사장님께 드립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KBS가 김재철의 MBC처럼 되어갈 가능성이었습니다. 서서히 그 두려움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사회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한 우리 KBS는 서서히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속절없이 이사들의 선의지에 모든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공정방송위원회 사측간사였으며 한때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였고 현재 <추적60분> 책임프로듀서이었다가 보직사퇴를 한 상태입니다. 저는 김시곤 전보도국장의 느닷없는 폭로에 분노했던 사람입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KBS가 위기에 처하자 느닷없이 사장의 권력유착을 폭로하고 자신은 빠지더군요. 저는 지금도 사장께서 청와대 앞길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을 KBS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시곤의 폭로만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그 정도 밖에 없었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도 전 보도국장처럼 파렴치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 사장님이 강할 때는 찍소리 못하고 따르다가 사장님이 사면초가에 몰린 약자가 되자 바로 등에 칼을 대는 비열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 사장님께서 언젠가 김인규 사장께 저를 칭찬하신 적이 있으셨죠. 그때 속으로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호의에 언젠가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호의를 배신으로 갚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이것은 KBS가 김재철의 MBC가 되지 않게 하고, 사장님께서 조금의 명예라도 가지신 채 KBS를 떠나게 해드리고 싶은 충정 때문입니다. 누가 저를 욕하든, 제게 침을 뱉든 감수하겠습니다. 저의 주장에 대한 어떤 책임도 피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입증자료가 요구되면 제시하겠습니다. 모두 제가 겪은 일들입니다.

1. <심야토론> 개입

제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로 오고 난 이후 저는 놀랐습니다. 아이템이고 출연자고 프로듀서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하고 기다렸다가 정하더군요. 책임프로듀서인 저도 맥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디에선가 컨펌을 받은 토론주제는 우리가 하고자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았습니다. 1안이 좌절될 경우에 대비해 2안, 3안까지 준비했습니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핫이슈 대신 정권에 부담 없을 다른 이슈를 선정하면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출연자의 선정에도 통제가 들어왔습니다. 그 개입의 결과로 미묘한 이익을 얻는 곳이 야당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심야토론>의 시청률은 바닥을 헤매고 토론은 교묘히 형평을 잃도록 유도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여론조작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심지어 야당이 왜 이런 토론에 응하는 지가 궁금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유지될 바에야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심야토론>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 지시가 내려왔던 그곳이 어딘지 단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본관 6층이었습니다. 사장님이었습니다. 제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작년 초 세 달 동안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당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었던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습니다.

2. <진품명품> 김동우 아나운서 건

저는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갑자기 김동우 아나운서가 들어오고 공방위가 열렸을 때 정말 순진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나운서실장께서 한 개편 텀은 해야 한다고 공방위 답변자료를 보내왔을 때 올 3월 봄 개편만 되면 그나마 해결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올해 초 봄 개편이 다가오는데 공방위에서는 사측위원장 이하 그 누구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MC에서 내리겠다는 말을 못하고 노조의 교체 주장에 수세적으로 방어하느라 급급했습니다. 누구의 지시로 이렇게 된 것입니까? <진품명품> 관련PD, 국장, 심지어 본부장까지 자르지 않았던가요. 그러고는 결국 진품명품은 외주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의 한 당사자는 사장께서 이 건으로 청와대에 끈을 대는 일에 성공했다고 제게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 발언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공방위 사측간사였던 저로서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PD사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진품명품> MC 건, 그 책임은 누구인가요? 단 한사람 사장님이십니다. 김시곤 전 국장이 말한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란 증거를 제발 대 주십시오. 그리고 지금이라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잘라 주십시오.

3.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행정소송 건

1, 2심 법원에서 간첩혐의가 무죄판결이 났고, 담당 변호사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던 행정소송 건, 행정심판이라도 갔으면 해서 모든 준비를 다 했습니다. 방대한 소송자료를 다 작성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이 반대하셔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누가 사장의 재가를 받지 못해 무산되었다는 발언을 했느냐를 가지고 그 발설자 색출에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법무실장이 누구를 보호해달라고 저에게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가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KBS가 잘못된 보도를 했다는 것으로 공식화되는데 그 KBS의 손해를 감수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KBS의 손해를 감수하고 얻을 반대급부는 무엇인지 지금도 알지 못하겠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건은 비일비재 했기에 예로 올리고 싶지도 않을 정도입니다만.

저는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보다도 사장님이 잘되기를 바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직후 사장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그때는 정권에 잘 보여야 임기가 보장되기에 초반에는 어쩔 수 없겠다고 이해하려 했습니다. 사장의 지위가 탄탄해지면 공영방송 수장으로 정치적 독립을 지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의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나가셨습니다. 이제 돌이키기는 완전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권력지향적 성향을 늘 드러내다 갑자기 모든 책임을 사장께 떠넘기는 보도 간부가 얼마나 얄미웠을지 다 짐작이 갑니다. KBS의 보도본부, 줄곧 권력을 추구하던 기자들로 인해 온갖 의원들 다 배출하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배출했습니다. 9시 뉴스 앵커하던 보도간부가 좀 지나면 국회의원으로 버젓이 다시 9시 뉴스에 등장해 왔습니다. 저도 그런 권력지향적인 자들이 밉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의 잘못은 그런 개인적 일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공영방송의 최고 수장께서 공영방송 전체를 특정 세력에 헌납하려 한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공영방송의 존재의의를 정면으로 훼손한 것으로 이미 드러났습니다. 보도에서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제작부문에서도 그런 사례가 늘 있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려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신변정리를 하시고 명예로운 퇴진을 결심 해 주십시오. 이사회의 의결과 관계없이 자존심을 지켜주십시오.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전에 사장께서 보좌했던 서동구 사장은 별다른 잘못이 없었는데도 며칠 버티지 않고 훌훌 자리를 던지지 않았던가요? 지금 상황에 보도국에서 누가 부장자리를 넘겨받으려 할까요? 부장 팀장이 없는데 뉴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반기를 든 기자 수백명을 모두 해고 시키시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싸움이 길어지면 모두 망합니다.

만신창이가 될 KBS를 구할 사람 역시 길환영 사장님 당신뿐입니다.
사장님의 용단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정말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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