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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한반도 평화 전환점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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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한반도 평화 전환점 되려면 [한반도 브리핑] 교황, 어디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단(대표회장 자승 스님)은 지난 6월 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환영메시지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날 것을 기원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한반도 화해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염원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공동회장단은 "점차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아시아에도 진정한 평화의 기운이 싹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 일정 중 8월 18일에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단이 교황의 방문을 통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계기로 삼기를 바라는 것은 교황에 대한 기대와 존경 때문일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8일 로마의 바티칸에서 이스라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수반을 초청하여 함께 평화 기도회를 열었다. 페레스와 아바스는 1993년 오슬로 평화협상 체결 당시 양쪽의 협상대표였다. 오슬로평화협정이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를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민족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는 내용이다. 오슬로 평화협정 이후에도 두 민족의 갈등은 지속되었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오가며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페레스와 아바스의 정치적 위상도 약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이 페레스와 아바스를 초청해서 함께 평화의 기도를 올리고, 함께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는 것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황은 양쪽 지도자를 초청한 평화를 위한 기도에서 "평화 정착은 전쟁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며 '평화 정착을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소망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취임 후 처음으로 조르주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과 만난 장면.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국제분쟁에 적극 개입하고 중재하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작년 9월 서방에서 시리아를 공격하려고 할 때 교황은 무력사용을 반대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신도 10만 명과 함께 무력사용을 반대하는 철야기도를 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를 면담하고 푸틴에게는 무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였다.

교황은 평화의 기도회, 대화, 서신 등 철저하게 종교적인 형식으로 국제분쟁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관련국들의 반발이 없이 중재자로서 영향력을 높여왔다. 교황이 반대하는 것은 무력사용이었고, 촉구한 것은 평화정착이었다. 교황의 이런 활동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교황이 국제외교의 중재자로서 바티칸의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는 크게 반성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가 돈에 대한 탐욕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가치를 보다 우위에 놓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황의 방한은 한국사회가 생명과 평화의 가치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반도의 분단과 동아시아의 긴장 고조에 대해서도 그동안 교황이 보여주었던 국제외교의 중재자로서 뛰어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교황의 일정은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일부터 4박 5일간 교황의 방한 일정을 보면 '제6차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 거행이 주요한 일정이다. 아울러 방한 첫날 청와대를 방문하고 충남의 솔뫼와 해미성지,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 방한 마지막 날에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미사를 명동성당에서 봉헌한다.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은 우리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분들을 교황이 만나줄 것과 '한반도 평화 기원미사'의 장소를 협소한 명동성당보다 성당보다는 임진각이나 의정부교구의 성당 등 보다 의미 있고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지길 요청하고 있다. 누구를 만날 것인가, 어디를 방문할 것인가는 교황방문의 의미를 가늠하는 중요한 것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황이 어떠한 메시지를 남길 것인가도 중요하다.

교황이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점에 비춰볼 때 한반도에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교황의 방문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교황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하여 그동안 보여왔던 종교적이고 평화적인 형식을 통해서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도 교황은 기도, 관련자와 대화, 서신 등을 통해서 평화정착을 위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정전상태가 6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한미양국과 북한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서 끊임없이 상대를 위협하고 있다. 155마일의 휴전선을 경계로 해서 200만 명이 넘는 한미양국과 북한의 젊은 병사들이 상대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세계의 화약고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해서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하기만 하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평화와 생명의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비방하고 중상하고 위협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만 능숙한 것이 한반도에서는 일상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는 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의 악순환 고리를 단절할 수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중국, 일본, 남북한이 얽혀 있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한반도의 분단을 명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주변국가들의 개입으로 확대될 수 있는 한국전쟁의 재발을 예방하고, 아시아에서 강대국들의 힘의 완충지대를 만들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아시아의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아시아 평화를 위한 길이다.

교황이 이러한 한반도의 현실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는 것이 교황의 방한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을 감돌게 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조치일 것이다. 교황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인식에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는 한국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황이 분쟁이 발생할 경우 기도를 하고 서신을 보냈듯이, 한반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인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교황청에서도 한국 상황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겠지만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노력이 보다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과 로마교황청과의 대화를 통해서 교황의 한국방문에 대한 준비가 이뤄지는 것이 교황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교황의 메시지 내용, 미사 장소, 면담 대상자 선정도 중요하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인식의 결과에 따라서 메시지 내용이 결정될 것이다. 그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활동에 비춰볼 때 남북대화와 평화정착, 탐욕이 확산되는 통일 아닌 인간의 가치가 존중받는 통일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사 장소는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이 주장하는 것처럼 협소한 명동성당보다 임진각이나 의정부교구의 성당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 우리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분들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꼬여 있는 남북관계도 풀리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관심 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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