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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의 멍청한 '문창극 대위(?)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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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누리의 멍청한 '문창극 대위(?) 구하기' [윤재석의 쾌도난마‧45] 총리는 그에게 너무 ‘큰 모자’
지식인은커녕 정상인의 발언으로도 볼 수 없는 망언을 연일 토(吐)해내면서 온 나라를 토네이도에 몰아넣고 있는 국무총리 후보 문창극에 대한 세간의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각 있는 여당 인사’마저 그의 하차를 직간접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새누리 지도부는 사태 초기의 부정적인 입장에서 급선회, ‘문창극 대위(?)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국회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어제(13일) 오전 새누리당은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 뜻”이라는 둥의 문창극 망언이 담긴 1시간 분량의 특강 동영상을 상영했다.

원내대표 이완구는 “영상을 직접 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상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영상에서 “조선 민족은 일 안하는 게으른 DNA”, “조선총독부가 근면을 깨우치게 했다”, “우리나라는 일본만 따라가면 된다”는 등 발언이 나오자 회의장 곳곳에서는 탄식이 흘렀다고 한다. 몇몇 당직자들은 “더 이상 못 보겠다”며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단다. 상영 50분 후엔 절반만 남았고.

새누리 당직자들 겉으론 “인준해야”

아무튼 새누리 주요당직자들이 외형적으로 보여주는 최근 행태는 ‘문창극 구하기’로 작정한 모양새다. 실제로 사무총장 윤상현은 동영상 시청 후 “기독교인들이 모이는 한정된 공간에서 교회의 장로라는 신앙인의 관점에서 교회 신도들에게 강연을 한 것”이라며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문을 역성들어줬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조용기가 6월 1일 그 교회를 방문했던 정몽준, 남경필에게 ‘두 분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될 줄 믿습니다!’라며 안수기도 해 준 행위가 공직자 선거법 위반 아니냐?”는 6월 2일의 필자 문의에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조사팀의 답변과 판박이다.

노골적으로 ‘문창극 구하기’ 나선 새누리 지도부

다음 원유철.

“교회에서 간증을 통한 말씀이기 때문에 기독교 사상, 성서적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을 통합하고 통일을 열어가는 시대에서 대한민국 총리의 역할을 할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을 통합하고 동일을 열어가는 시대에서 대한민국 총리를 할 분’, 누구~? 문․창․극․

더 황당한 건 최봉홍의 발언.

“(문창극 총리 후보님의 역사관은) 가히 본받을 만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된 발언은 과연 새누리의 전체 의견을 대변하는 걸까? 
마침 어제 저녁 아끼는 후배(새누리 의원)로부터 전화가 왔다.

“黨은 원래 discard키로 가닥 잡았었다”

“정말 미치겠어요, 형! 사실 당은 이미 discard쪽으로 방향을 굳혔는데, 저쪽이 요지부동이니 원.”

그럼 그렇지 새누리가 아무리 ‘새머리’라고 해도 물정 모르고 헛발질이나 하고 있겠나? 7․30 재보선도 있고. 보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의 국정운영일 텐데, 저런 통제불능의 망나니 끼고 있다가 동반추락하고 싶진 않겠지.

근데 왜 백악산(白岳山) 밑 언니는 왜 요지부동인 걸까?
새누리 다른 당직자(재선 의원)의 말.

“사실 그 쪽에 몇 번 청을 넣었어. 근데 가타부타 답이 없는 거야.”
“그거야 기춘 대원군한테 넣었으니 그런 거 아냐?”
“아니. 그 위.”

백악산은 공극산(拱極山)으로도 불린다.

공극산의 ‘공(拱)’은 ‘팔짱낄 공’ 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공’이다.

靑, “문창극 본인이 결정할 일”

그러니까 짐작이 간다. 언니야말로 세상 물정 모르는 수첩공주 아닌가? 그 증좌는 어제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이 실수(혹은 의도적일 수도)로 내뱉은 개각 발표 문구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개각은 정홍원 총리가 문창극 후보자와 협의한 뒤 제청권을 행사했습니다.”

언니는 아직도 자신이 여왕이 된 줄 모르고 있나 보다. 공주와 여왕은 사고도 처신도 달라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문 후보 개인이 결정할 일”이라며 16일 문창극의 총리 인준 국회 상정을 고수하고 있다. 그게 정말 ‘여왕님’의 뜻인지, 궁금하다.

아니 답은 나왔다. ‘이번 개각에 문 후보자님의 의중이 들어갔다’는 데야.

문득 생각나는 ‘천일의 앤’

공주, 여왕을 읊다보니 문득 앤 블린(Anne Boleyn)이 생각난다. 이른바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의 그 앤 말이다.

앤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역사 공부 좀 하자. 헨리 8세는 영국의 튜더 왕조를 연 헨리 7세의 차남이다. 형 아서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부친(헨리 7세)의 강권으로 형수 캐서린과 결혼해 왕위에 오른다. 강제된 형사취수(兄死取嫂)에 화가 난 헨리 8세는 무도회에서 조우한 불린 가(家)의 막내 앤을 보고 첫눈에 반해 강제 결혼을 시도한다. 앤에겐 이미 피앙세가 있었다.

문제는 전처(캐서린)와 갈라서려면 교황청의 윤허(允許)를 받아야 하는데 가톨릭이 허락할 리 있나! 그래서 헨리가 만든 게 오늘날 성공회라 불리는 앵글리칸 처치(Anglican Church)다. 헨리는 바티칸과 결별하고 1533년 1월 앤과 결혼한다. 하지만 이 결혼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 앤은 앤대로 야심 많은 여자. 딸 엘리자베스(후일 엘리자베스 I세)의 왕위 계승을 위해 별짓 다한다. 한편 앤의 시녀 캐서린에게 반한 헨리. 결혼 3년 만인 1536년, 앤이 신하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씌워 참수(斬首)한다. 두 사람의 결혼 기간 1000일.

‘Hye of the 1300 days’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대략 1350여 일 남았다. 새 대통령 당선자가 나오는 2017년 12월 20일까지는 1300일이 채 못 된다.

<참고로 밝혀 둔다. ‘문창극이 수첩공주 수첩에 없던 깜짝 발탁’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그리고 문창극은 해군 ‘중위(first lieutenant)’ 출신이다.>

지난 며칠 사무실에 꼬박 붙어 책을 쓰는 바람에 집에서 보는 종이신문(<한겨레> <중앙>을 걸렀다. 어제 저녁 귀가해 그 동안 쌓인 신문을 들췄다. 한겨레는 볼 것도 없을 것 같아, 12일자 <중앙>을 펼쳤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문창극이 안보였다. 아니 그토록 훌륭한 자기 회사 논객 출신의 총리 발탁 기사를 무시하다니! 한 장을 펼치니 그때서야 변형광고 딸린 3면에 文의 파안대소하는 사진 곁들인 톱 “총리 권한․책무, 헌법이 정한 대로 수행할 것” 제하의 빨아주는 기사. 그 밑에 ‘장로 문 후보자, 과거 교회 강연 논란’이란 손바닥만 한 기사 달랑.

남의 집(예전엔 우리집) 제사상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40년 몸 바쳐 일한 충직한 머슴에 대한 전관예우치곤 너무 박하다 싶다 생각하며 오피니언 35면 을 보니 그 때서야 이 집 구석의 편집 의도를 대충 감잡게 됐다. ‘박근혜 인사의 파격’ 재하의 박보균이 쓴 칼럼. 내용은 그 유치한 단문릴레이로 문비어천가 일색. 매번 같은 캐리커처인데도 이날자 칼럼 속 박보균은 마치 “나 이뻐? 형! 좋은 자리 있을 때 불러줘” 하는 표정처럼 보였다. 보균아, 조심해! 홍 대감 마님 심기 불편해지시면 어쩌려고?

이어 13일자. 이젠 3면에서도 안보여 다시 한 장 넘기니 4․5면 좍. 근데 이 기사들이 도무지 중앙일본지 문창일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편파적인 편집과 내용 일색.

먼저 4면. 문창극 최근 사진 중 가장 예쁘게 나온 걸로 골라 삽입하고 논란 발언 대 전후 맥락을 도표까지 곁들여 친절하게 설명. 본문은 그야말로 문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중계. 5면은 문의 발언에 대한 여야 공방 내용. 그걸로 끝~!

오늘(14일)자 역시 6면 새누리당의 문창극 특강 동영상 시청 뉴스 등을 다루며 별반 다르지 않은 논조다. 

오늘 아침 독자서비스센터로 전화 걸어 중앙 절독하겠다고 통보했다. 35년 봤으면 많이 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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