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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독일 좌파당, 한국 진보정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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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독일 좌파당, 한국 진보정당은?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정당 ⑦ 좌파당
독일의 '좌파당(Die Linke)'은 '민주사회당(PDS)'과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이 통합되어 2007년 6월 만들어졌으며, 자본주의 극복과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PDS는 과거 동독시절 집권 '사회주의통일당(SED)'의 후신으로 독일통일 이후 구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WASG는 원래 슈뢰더 총리의 '아젠다 2010'에 반대하여 사민당에서 탈당한 라퐁텐을 중심으로 구 서독지역의 노조그룹들이 만든 선거연합이었다.

좌파당은 2013년 연방총선에서 8.6%를 득표하여 전체 631석 중 64석을 가진 제3당이다. 16개 주 가운데 현재 10개 주 의회에 진출한 상태이며, 브란덴부르크 주에서는 사민당과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다. 서독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독지역의 주들에서는 2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아래 도표 참조) 유럽의회의 의원 수는 독일 전체 96명 가운데 7명이다.

당원 수는 2013년 말 기준 약 6만 4000명이며, 당원가입의 최소연령은 14세이다. 2012년 기준 여성 비율은 약 38%로 높은 편이며, 당원의 평균연령은 60세이고, 당의 상징색은 빨강색이다. 특히 브란덴부르크 주에서는 당원 숫자가 73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이 지역의 기민당(CDU)이나 사민당(SPD)보다도 많은 것이다.

좌파당은 크게 연방위원회(Bundesverband)와 16개의 '주 위원회(Landesverband)', 그리고 약 350개의 '지역위원회(Kreisverband)'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다시 다수의 '기초지역위원회(Gemeinde- 또는 Ortsverband)'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연방, 주 또는 지역 차원의 농업, 노조, 교육, 소수자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당내 위원회들이 존재한다.

▲ 독일 수도 베를린에 위치한 좌파당 당사 ⓒ조성복

연방 전당대회는 당의 최고의결기구로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약 500명의 대표단이 참석하며, '당 지도부'를 선출하고 기본적인 당의 정치적/조직적 노선, 정책의 방향, 강령, 당의 프로그램 등을 결정한다. 당 지도부는 44인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당 대표 2명(남.여 1명씩), 부대표 4명, 사무총장, 재정관리자 등 12명의 당직자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모든 정치적/조직적 문제들의 결정, 정치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표명, 선거에 대한 준비 등의 과제들을 수행한다.

연방위원회는 주 위원회(60인), 당내 위원회(12인), 당 지도부(6인), 청소년 위원회(2인) 등의 대표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대한 자문, 통제 및 안건 등을 발의하고, 주 위원회의 발전을 지원하며, 연간 재정계획에 대한 자문과 결정을 한다. 당내 위원회는 정치 주제에 대한 토론을 주도하고, 정파 구성의 근거지가 되며, 당내 전문가를 조직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당내 여론형성에 커다란 역할을 하며, 위원회 규모에 따라 전당대회에 일정 수의 대표자를 파견한다.

좌파당은 다양한 정파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자본주의 좌파(AKL: Antikapitalistische Linke)'는 당내 강력한 반자본주의적 성향을 대변하고 있는데, 연립정부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조건으로 민영화, 전쟁참여, 사회복지축소에 대한 반대를 들고 있다. '공산주의 플랫폼(KPF: Kommunistische Plattform)'은 당내 공산주의적 입장의 뿌리로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실제 사회주의의 긍정적 경험과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의 설립을 전략적 목표로 하는 정통 좌파로 분류된다.

'사회주의 좌파(SL: Sozialistische Linke)'는 노조를 중시하며,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좌파당을 모델로 개혁적 사회주의정당을 지향하고, 케인즈 좌파와 공산주의 개혁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해방주의 좌파(EP: Emanzipatorische Linke)'는 사회자유적(gesellschaftsliberal), 급진 민주주의적, 해방적 입장을 대변한다. 이들은 자유와 사회주의를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변화된 노동세계의 조건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중시한다. 다른 정파들과 달리 이중 회원제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 포럼(fds: Forum Demokratischer Sozialismus)'은 정부구성에 참여하는 것을 중시하며, 사회개혁에 주력하고, 여성할당제, 시민권 확대 등 과거 민주사회당(PDS)의 성과를 계승하고자 애쓰고 있다. '개혁 좌파 네트워크(Netzwerk Reformlinke)'는 개혁적 입장을 대변하며, 베를린,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등에서 연정에 참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당내 정파로서의 입지는 다소 약한 편이다. 이 정파의 대표자 가운데 한 명인 스테판 리비히(Stefan Liebich) 연방하원의원을 만난 적이 있었다. 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좌파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당과 유관한 조직으로는 '로자-룩셈부르크 재단'이 대표적이다. 청소년 위원회는 '좌파청소년[연대](linksjugend[solid])', 대학생 위원회는 '사회주의-민주주의 대학생연대(dielinke.SDS)'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전당대회에 대표자를 파견하고, 활동비를 지원받고 있다. 또한 16개 주 차원의 '지역정치포럼'이 있으며, 그밖에 당과 가까운 기업모임으로 OWUS가 있다.

독일 정치학계는 "좌파당의 극단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하는 과제에 대해 다양한 논의들을 벌이고 있으며, 서로 다른 평가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연방내무부 소속의 연방헌법수호청과 주 헌법수호청들은 좌파당의 창당시점부터 그 극좌성에 대한 우려에서 감시활동을 전개해 왔는데, 그 관찰결과는 일치하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논쟁의 여지가 있는 한 사건에 대해 2013년 10월 연방헌법재판소는 위헌이라 판결하였고, 기민, 사민, 자민, 녹색당의 정치인들도 그러한 감시활동을 비판하였다.

좌파당의 경제정책은 케인즈주의에 근거한 경제/재정정책에 기반을 두고, 임금정책은 생산성 향상과 인플레에 따른 임금인상을 지지한다. 보육, 교육, 연구, 문화, 생태적 환경조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공공투자를 최소한 연간 400억 유로 이상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조세부담 확대, 투자기업에 대한 혜택을 강조한다. 재산세를 재도입하고 상속세 및 누진적 소득세의 강화를 주장하는데, 특히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50% 이상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유가증권 및 환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할 것과 카르텔 방지법을 강화하여 민간의 경제권력을 분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정책을 '사회복지의 축소'로 규정하고, 사회적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정 연령대에 걸맞은 삶의 질이 보장되어야 하고, 사회적 연대 및 자치제를 강화한 국가 사회보장 시스템의 구축을 주장한다. 노년층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법적 연금보험을 고용보험으로 전환, 순차적으로 모든 직업군에 적용할 것과 연금적용시기를 65세로 올리는 데에 반대한다. 의료체계와 관련해서는 사민당(SPD)의 입장과 유사한데, 고용자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시민보험제를 지지하고, 영리지향적인 의료시스템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다.

노동자의 자율권이 가능하도록 연대성을 강조하며, 전적으로 경쟁 지향적인 경제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생태적/사회적 변혁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공공지출에 의한 고용창출 확대, 노동시장에서 특히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적극적 고용정책, 노동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인상, 생존을 보장할 정도의 법적 최소임금, 모든 노동자에 대한 균등한 기준적용, 사회적/생태적 기준을 준수하고 이 기준을 넘어서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국책사업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환경정책의 목표는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통합이며, 환경친화적 행위를 후원하고 환경훼손적 행위에 대해서는 부담을 주도록 조세 및 정부지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생태적 혁신의 우선적 목표는 전기공급체계를 분산하는 것이며, 전선망을 국유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의 제고,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의 확대 등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본다. 또 원전기술의 수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통체계를 민영화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교통수단을 개선하며, 운송수단 관련 철도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비행기에 사용하는 등유에 대한 과세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좌파의 정책의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먼저 정책이념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여기에는 경쟁보다는 사회적 연대성의 중시, 성장보다는 고용의 우위, 시장/개인의 자유보다는 정부의 개입이나 사회적 규범의 강조, 교육기회의 보장, 시민참여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는 정부역할/공적영역의 확대와 재정건전성의 병행, 환경주의와 경제성장의 조화, 사회적 연대성과 시장경제 효율성의 통합 등이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의제로는 생태문제와 관련해서 원전중지, 재생에너지 확대, 대중교통 확산을, 사회정의와 관련해서는 교육, 노동, 가족(아동보호)문제의 해결을, 그리고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소수자 보호, 여성·장애인의 차별금지를, 직접민주주의 관련해서는 주민발의, 기획과정에 대한 참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 내에서 다른 정당들로 하여금 좌파 정책들에 대한 경쟁을 유발하거나, 또 불만계층을 의회의 정치과정으로 유인하는 것 등이 좌파진영의 역할이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좌파당은 지방의 주 정부구성에는 참여하고 있으나, 연방차원에서 연립정부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다른 모든 정당들의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을 감안하여 우리의 진보진영도 새로운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

▲ 2007년 창당이후 좌파당 선거결과

* 최저득표율 5% 미만일 경우, 연방 및 주 의회 진출이 불가능하다.
* 약 20% 득표를 얻은 주는 대부분 구동독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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