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임대차시장선진화방안(이하 '2.26 전월세 대책’)에서 '임대소득세' 징수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부동산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기조와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정책은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임대소득세의 본질을 부동산 세제 이론에 근거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부동산 세제라는 큰 틀에서 바람직한 도입 방향을 제시해 임대소득세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할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임대소득세, 박근혜 정부판 세금폭탄?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도입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던 참여정부 초기에 보수언론은 종부세를 공격하기 위해 '세금폭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당시 보수언론이 만든 세금폭탄 프레임의 위력은 대단했는데, 납부대상이 전 국민의 2%에 불과했던 종부세가 정국을 뒤흔들었고, 이후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중요한 원인도 종부세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세금폭탄 논쟁이 벌어진 지 10여 년이 흐른 올해 초,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판 세금폭탄이 등장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 정체는 바로 정부가 '2.26 전월세 대책’에서 내놓은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정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종부세 때와는 다르게 2.26 전월세 대책 발표 일주일 만에 '3.5 보완조치’를 내놓으며 한 발 물러서더니, 6.4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대폭 후퇴한 '6.13 대책’을 내놓으면서 세금폭탄에 무력하게 항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로운 경제부총리로 최경환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LTV와 DTI 등의 대출규제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기준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 상향 조정,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청약 우대 혜택 축소 등의 강력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배경에도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정책이 있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의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늘려 매매수요를 억제하는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정책 때문에 올해 들어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임대소득세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폭탄급 이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총 3차례(4.1, 8.28, 12.3)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동안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임차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해 전・월세난을 해결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기대했던 것만큼 살아나지 않았고(약간의 반등세를 보이다 말았을 뿐이다), 오히려 전・월세난만 가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만 치중했던 기존의 부동산 정책 기조로는 지금의 전・월세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임대차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바로 2.26 전월세 대책이다. 이 중에서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정책은 민간임대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정책이다.
애초에 '2.26 전월세 대책’에서 발표한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 정책의 핵심은 기존에 종합소득세(6~38%의 누진세율 적용)로 합산하여 과세하던 임대소득 중에서 2주택 보유자로서 월세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일세율(14%)로 분리과세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임대소득자 입장에서는 임대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과세하는 것보다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하는 것이 더 유리한 과세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 방침에 크게 반발을 하였다. 이는 뒤에서 살펴볼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임대차시장 구조 때문에 지금까지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던 대다수의 임대소득자들은 분리과세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의 방안을 추가적인 증세의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26 전월세 대책이 발표된 이후 올해 들어 조금씩 반등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경색되는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매수심리를 위축시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비판에 직면한 정부는 임대소득세 분리과세를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여 2016년부터 과세하고, 필요경비율 상향(45%→60%)과 기본공제 인정(400만 원) 등을 통해 임대소득자에 대한 세부담을 줄여주는 '3.5 보완조치’를 일주일 만에 부랴부랴 내놓게 된다.
3.5 보완조치가 나온 이후에도 시장의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자 정부는 6.4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더 강력한 임대소득세 징수 완화대책인 '6.13 대책’을 내놓는다. 6.13 대책에는 분리과세를 2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의 모든 다주택자에게 확대하고, 비과세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결국 정부가 서민・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며 내놓았던 2.26 전월세 대책의 하나로서 내놓았던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정책은 3.5 보완조치와 6.13 대책을 거치면서 다주택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임대소득세 논란의 배경 : 후진적 임대차시장 구조
임대소득세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부동산 임대차시장의 구조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임대차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법적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강제조항이 아닌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로 자진 등록을 하게 되면 임대소득이 노출되어 소득세와 사회보험부담금(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등이 추가적으로 부과되게 된다. 민간임대사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세부담이 발생하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 이렇다보니 현재 우리나라 임대차시장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임대사업을 하는 '비제도권' 임대사업자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후진적인 구조로 굳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임대사업자 등록률은 약 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후진적 임대차시장 구조의 배경에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인구성장으로 인해 오랫동안 절대 부족 상황에 놓여있었던 우리나라의 주택 공급 현실이 있다. 주택 공급이 항상 부족하다보니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언제나 공급을 초과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의 열악한 공공 재정 여건만으로는 폭증하는 임대주택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 능력에 의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충분한 유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별다른 유인 수단을 갖지 못했던 정부로서는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도 있는 임대소득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 수단이었다. 즉,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일종의 '임대소득 탈세' 행위를 의도적으로 방치해왔던 것이다.
지금과 같이 비제도권 임대사업자의 비중이 높은 후진적 임대차시장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이 있다. 결과적으로 후진적 임대차시장 구조 때문에 누가 얼마만큼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고, 파악이 되지 않다보니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임대소득세를 내는 숫자가 적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임대소득세는 매우 생소한 세금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임대소득세는 부동산 임대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과세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세제의 한 종류이다. 그런데 현재 임대소득세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을 살펴보면 부동산 세제 이론에 근거해 임대소득세 문제를 분석한 주장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설사 부동산 세제 이론에 근거해 임대소득세를 분석했다 하더라도 잘못된 이해에 기반한 주장들이 많아 혼란만 가중시키는 경우도 많다. 특히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의 다른 세금과 임대소득세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여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임대소득세 논쟁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세제라는 전체 틀 속에서 임대소득세의 본질과 의미를 바로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시장 흐름의 핵심, 불로소득
주택시장은 주택매매시장과 주택임대차시장이라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임대차시장에서 부과되는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임대차시장뿐만 아니라 매매시장까지를 포괄하는 '주택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주택시장의 흐름은 주택매매시장과 주택임대차시장에서의 각각의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러한 흐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불로소득’이다. 불로소득은 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지대(地代, rent) 개념과 연관이 깊다. 지대란 본래 '토지(地)사용의 대(代)가’를 일컫는 말이다. 토지 이외의 다른 일반재화는 보통 사용자가 재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부를 '창출’한다. 하지만 공급이 완전 비탄력적인 토지는 소유자가 '보유’하기만 해도 독점적(혹은 특권적) 지위가 생기는데,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아무 노력 없이' 생산된 부의 일부를 '수취’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렇게 단지 토지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얻게 되는 생산된 부의 일부를 지대라고 하며, 이를 아무 노력 없이 얻은 소득이라는 의미에서 불로소득이고 하는 것이다.
지대가 토지뿐만 아니라 그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는 재화와 서비스에까지 확대・사용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 바로 지대추구(rent-seeking)라는 용어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지대추구를 "부를 창출한 대가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창출된 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몫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차지하는 행위(스티글리츠, 2013: 121)"라고 정의한다. 즉, 생산에 기여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특권과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생산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양을 빼앗아가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지대추구 행위를 규제하지 않으면 시장 참여자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얻기 보다는 특권과 지위를 이용해 지대를 얻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져 시장실패가 발생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주택시장에서도 지대, 즉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규제하지 않으면 시장 참여자들이 주택의 효율적 사용보다는 독점적 소유에 의한 불로소득을 추구하게 되어 주택시장에서의 시장실패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보아 온 '부동산 투기’의 이면이다. 따라서 건강한 주택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불로소득을 추구할 수 없도록, 다시 말해 부동산 투기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 바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부동산 세제’이다.
임대소득세는 주택임대가치 중에서 소유자가 주택을 타인에게 임대하여 실현임대가치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부과되는 부동산 세제이다. 실현임대가치는 주택불로소득 중에서 보유 기간에 발생하는 부분에 속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대소득세는 보유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임대소득세의 한계와 의미
임대소득세가 보유세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세제의 관점에서 보면 보유세의 다른 세 방식에 비해 그 한계가 명확하다. 먼저, 임대소득세는 주택임대가치 중에서 실현임대가치에만 과세하고 귀속임대가치(자기집 거주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기회이익)에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임대소득세가 이런 한계를 넘어서서 주택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올바른 부동산 세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실현임대가치뿐만 아니라 귀속임대가치도 반드시 과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렇게 임대소득세의 과세 대상을 귀속임대가치까지 확장하면 이는 결국 주택임대가치를 모두 환수하는 것이 되는데, 여기서 과세대상을 토지분에만 한정하면 지대세와 동일해지고, 추가적으로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도 제외하면 지대이자차액세와 내용이 동일해지게 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현행 지가세 방식의 보유세를 지대세 혹은 지대이자차액세 방식으로 바꾸면 임대소득세 도입은 불필요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가세를 지대세 혹은 지대이자차액세로 단시일 내에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먼저 현행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도입하고, 차후에 귀속임대가치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면 지대세 혹은 지대이자차액세를 자연스럽게 도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점진적인 보유세 개편 방안의 일환으로서 임대소득세 과세대상을 귀속임대가치까지 확대하는 장기적인 플랜으로 가지고 도입한다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지대세 혹은 지대이자차액세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공시지가' 평가 시스템과 같은 '공시지대' 평가 시스템이 필요한데, 임대소득세를 전면 확대하여 임대료 수입에 대한 정보를 누적해 나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공시지대 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기반을 마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임대소득세는 일정 정도 한계를 지니기는 하지만 보유세의 일종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는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의 오랜 숙원인 '보유세 비중 확대’와 이를 통한 부동산 세제 정상화에 기여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보유세 비중을 무리하게 올렸다가는 자칫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여 국민경제 전반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저하로 매매가격 안정세가 유지되고, 주택보급률이 상승하여 주택 공급의 부족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현 상황은 오히려 임대소득세 징수를 강화하기에 더 없이 좋은 시점이다.
세금폭탄 운운하며 논란의 한 복판에 서게 된 임대소득세도 납부대상인 다주택자가 136만 가구로서 우리나라 전체 1735만 가구의 약 8%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세금폭탄 주장의 허구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난으로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지고 있는 이때, 일부 다주택자들의 불평에만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들의 절실함에 귀 기울여 임대소득세 징수 강화정책을 다시 재검토해야만 한다.
[토지+자유 비평]은 토지+자유연구소에서 시사적인 이슈에 대해 쓴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토지정의 철학의 현실적 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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