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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공천 구태', 원인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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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7.30 재보선 '공천 구태', 원인은 바로…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정당 ⑧ 기사당(CSU)
조성복 박사는 1986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도중 199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2007년 쾰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독일 사회가 합리적이고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조 박사는 <프레시안>에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연재를 통해 자신이 겪었던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사회갈등, 정치발전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독일의 모델이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인지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편집자>
'기사당(CSU)'은 원래 '기독사회연합(Chistlich-Soziale Union in Bayern)'의 줄임말로 '기사연'이라고도 하는데,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하는 지역 정당이다. 굳이 이 지역당을 소개하고자 하는 까닭은 이와 같은 지역당 제도가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주로 지역 연고에만 편승하려는 일부 정당들을 소위 '영남당'이나 '호남당'으로 허용한다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유리하게 될 것이다. 즉 그들의 활동범위를 일부 지역으로 제한하고 다른 전국정당들과 제휴를 맺도록 하면, 최소한 다른 지역에서는 특정지역의 지역감정을 배제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주는 독일의 16개 주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는 2번째로 많은 약 1260만 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기사당은 1945년에 창당되었고, 1957년 이후 계속해서 주 정부를 이끌고 있다. CSU의 당원은 2013년 말 기준 약 14만 8000명으로, 당원숫자 면에서 독일에서 3번째로 큰 정당이다. 16세가 되면 당원에 가입할 수 있고, 당원의 평균연령은 59세이며, 여성의 비율은 약 20%이다. 당의 주요 노선은 기독교 정신, 보수주의, 연방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2013년 9월 15일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 47.7%를 득표, 주 의회에서 과반 이상(전체 180석 중 101석)을 확보하여 단독으로 주 정부를 구성하였다. 이전 2008년 선거에서는 과반에 미달하여 자민당과 연정을 했었다. 2013년 9월 22일 치러진 연방총선에서는 7.4%를 득표하여 56석(전체 631석)을 차지하였다. 연방차원에서는 기민당(CDU)과 '자매정당'의 관계를 맺고 있어서, 연방하원에서 공동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 이에 따라 CDU는 바이에른 주에서는 어떤 선거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아예 당원조직도 없다. 기사당은 기민당에 비해 내무, 사법, 가족 등의 정책에서는 좀 더 보수적이고, 경제 및 사회복지 정책에서는 보다 더 사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사당은 2007년 강령개정에서 "모두에게 기회를! 자유와 책임 아래 공동의 미래를 건설하자"는 모토아래 시민의 책임과 사회의 연대를 서로 결합시키는 노선을 제시하였다. 그밖에 눈에 띄는 정책들을 살펴보면, 자녀의 어린이집 방문 여부에 상관없이 보육료를 부모에게 지급할 것, 외국에서 오는 여행자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요금부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권고 등이 그것이다. 그리스 문제와 고속도로 요금문제는 기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CSU는 10개의 지방위원회, 108개의 지역위원회, 2853개의 기초지역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청소년, 여성, 노동자, 시니어 유니언 등 8개의 실무그룹(Arbeitsgemeinschaft), 외교안보, 환경보호와 농업발전, 교육과 스포츠, 에너지 등 11개의 전문그룹(Arbeitskreis), 언론, 가족, 영화, 미래분야 등 8개의 위원회(Kommission) 조직이 있다. 최소한 연 1회 이상 개최되는 ‘주 전당대회(Landesparteitag)’에는 위 조직들로부터 약 170명의 대표단이 참석하여 주요사항들을 결정한다.

여러 가지 종합해 볼 때 기사당은 바이에른 주에서 상당히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상징하듯이 언론에서도 CSU의 대표를 바이에른 왕조에 비유하는 말을 쓰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은 과거 독일통일 이전에는 바이에른 왕국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우리의 영호남 경험에 비추어 이곳의 선출직 자리에는 기사당 이외에 다른 정당들은 전혀 발도 대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이러한 예상은 빗나가게 된다. 우선적으로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때문이고, 추가적으로 '내각제 시스템'이 그것이다.

먼저 이 지역에서의 연방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표1>에서 보듯이 지역구 45석에 대해서는 기사당이 싹쓸이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의 영호남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독일의 선거제도(지역구 50% + 비례대표제 50%)에 따라 정당명부에 의한 비례대표 당선자를 포함하면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기사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도 자신들의 득표율에 준하는 약 40%의 의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왜곡되지 않고 비교적 충실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표 1. 2013년 연방총선에서 바이에른 주의 선거결과
* 도표: 독일연방선관위 자료참조 필자작성
** 자민당은 5.1%를 득표하였으나, 연방차원에서 5%에 미달하였기 때문에 이 지역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낼 수 없다. 반면에, 좌파당은 3.8%임에도 불구하고 연방차원에서 5%를 넘었기 때문에 의석을 배당받는다.
*** 최종 의석비율이 실제 득표율보다 조금 높게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언급한 정당 이외에 5% 미만을 얻은 정당들의 득표율을 모두 빼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표2>에서 보듯이 우리의 영남 및 호남지역 총선결과도 지역구 당선자만을 놓고 보면, 대체적으로 기사당과 유사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우리의 경우에는 독점지위를 갖는 정당 이외의 다른 정당들은 해당 지역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의석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 30~40%에 육박하는 유권자들의 지지가 그냥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묻는 선거에서 그들의 의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의 선거제도가 단순다수자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표 2. 2012년 한국총선에서 영호남지역의 선거결과

* 도표: 중앙선관위 자료참조 필자작성

물론 우리도 전체 300석 가운데 54석을 비례대표제로 뽑고 있지만, 독일과 달리 전국구로 적용하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표심을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비례대표에 의한 의석수가 전체의 18%에 불과하여 너무 적다는 것이다. 독일은 50%를 비례대표로 선출한다(지역구 299석 + 비례대표 299석). 이 비례대표 의원수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은 지역구 의원들과 달리 지역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국정 전반을 폭넓고 공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지역 간 갈등보다 노사, 직업,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점도 이들의 확대 필요성을 가져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주 의회' 선거도 연방하원의 선거와 똑같은 규정에 따라 실시된다. <표3>에서 보듯이 2013년 바이에른 주 선거결과도 연방총선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역구 당선자는 압도적으로 기사당에 돌아가지만, 나머지 다른 정당들도 정당명부에 의한 비례대표제에 의해 전체의석의 40% 이상을 얻었기 때문이다. 즉, 각 정당은 자신의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확보한다. 2013년 9월 비슷한 시기에 연방총선과 주 선거를 치렀기 때문인지 거의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CSU와 유사하게 일부 주에서만 활동하는 지역당인 '자유유권자당'의 선전이 눈에 띈다.

▲ 표 3. 2013년 바이에른 주 의회 선거결과

* 도표: 독일연방선관위 자료참조 필자작성

한국의 2014년 6.4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표4>에서 보듯이 영호남 지역에서는 총선에서와 마찬가지로 특정정당이 싹쓸이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총선과 마찬가지로 지방선거에서도 주로 단순다수제를 적용하고, 비례대표제 의석이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 선거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표5>에서 보듯이 지역구 결과와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즉, 한 정당의 독점현상이 지역구 선거결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완화되었고, 유권자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었다. 따라서 이 비례대표 당선자 비율에 따라 지역구를 포함한 전체의석을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유권자의 표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왜곡하고 있는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를 그대로 방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 때문이다. 이것 말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 따라서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새정치이고, 여야를 떠나 이를 주장하고 나오는 정치인이 종국에는 그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확신한다.

▲ 표 4. 2014년 지방선거에서 영호남지역의 시·도의원 지역구 선거결과

* 도표: 중앙선관위 자료참조 필자작성

▲ 표 5. 2014년 지방선거에서 영호남지역의 시·도의원 비례대표 선거결과

* 도표: 중앙선관위 자료참조 필자작성

한 정당이 독주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내각제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정당 간 '연립정부 수립의 가능성'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그와 같은 연정을 염두에 둘 경우, 투표에서 반드시 다수당이 될 것 같은 한 정당에 표를 몰아줄 필요가 없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에 투표하면 된다. 이에 적당한 사례가 독일이다. 독일은 비례대표제 선거와 내각제 권력구조에 힘입어 과거 기민당과 사민당 중심의 양당제에서 점차 다당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민당 이외에 녹색당과 좌파당이 만들어졌으며, 최근에는 '해적당'과 '독일 대안당'이 연방하원 진입을 노리고 있다.

독일의 '주(州) 정부' 구성은 연방정부의 구성과 동일하다. 주 의회 의석수의 과반을 확보한 측이 여권이 되어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바이에른 주와 같이 한 정당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연방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정당이 과반을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즉, 정부구성을 위해 연정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경우, 한 정당이 독주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내각제 시스템하에서는 독점정당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다당제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의회에 참여하는 정당이 많아질수록, 각 정당은 정부구성이나 법안의 처리 등의 정치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협상과 양보를 통해 타협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제의 비율이 확대될수록 정당의 숫자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정당의 수가 많아질수록, 보다 많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게 되어 사회는 안정을 찾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지역에서만 강세를 보이는 정당들이 문제인 이유는 그들의 논리가 다른 지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무조건적인 진영의 논리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일의 기사당이나 자유유권자당(FW)처럼 우리도 지역 정당의 설립과 활동이 가능하도록 정당법을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현존하는 지역주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내각제를 실시하게 되면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재보궐선거'가 필요 없게 된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보이고 있는 여러 가지 구태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나중에 선거제도와 정치제도에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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