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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룰라식 '직접 복지'로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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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문순 "룰라식 '직접 복지'로 패러다임 바꿔야" [박인규의 inter-view] ⑤ 재선 성공한 '도루묵 지사' 최문순
6.4 지방선거에서 가장 피말리는 접전을 펼친 곳 중의 하나가 강원도였다. 선거일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 끝에 나온 승자는 현직인 최문순 지사였다.

최 지사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승리 요인에 대해 "도루묵이나 감자 판매 등 아주 직접적인 소통을 한 것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최 지사는 2기 도정의 중점 추진 과제로 노인층을 위한 '건강 카드'와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등록금 지원 및 취업지원금 등의 사업을 들며 "'직접 복지'로 복지 담론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이날 인터뷰는 박인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10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4대강 22조를 5000만 국민에 나눠주면 44만원, 그게 '직접복지'"

프레시안 : 재선을 축하한다. 2기 도정 임기가 열흘 정도 지났다. 2기를 시작하면서 여러 구상이나 포부가 있겠지만, 전체의 기조가 되는 가장 중점적인 과제가 있다면?

최문순 : 취임해서 설정한 앞으로의 목표는 '성장과 복지의 동반 확대'다. 강원도는 전국 평균보다 소득 수준이 떨어진다. 2018년까지 강원도 소득 연 3만 달러를 돌파해 보려 하고, 또 다른 하나는 복지를 강원도 전체 예산의 33%까지 늘려 보겠다. 33%는 다른 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제가 선거에서 내세운 3대 공약이 있는데, 보편적 복지에 관한 것이다. 첫째,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건강 카드'를 드려서 병원, 한의원, 약국에 가서 쓰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작년 한 해 평균 어르신들이 1년 의료비로 12만 원을 쓰셨는데, 그 2/3인 8만 원을 어르신 전원에게 드리려 한다.

둘째, 전국 최초로 대학생 등록금을 연 20만 원씩 지원한다. 도립대 등록금은 제가 이미 90%를 깎아 연 32만 원만 내면 되게 했는데, 등록금 지원은 전문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에서 하려 한다. 우선 20만 원씩 적게 시작해 나중에 반값 등록금으로 가는 단초를 만들려 한다. 셋째, 취업 지원금 제도다. 청년들이 취업을 하면 월 100만 원씩 도에서 6개월간 지원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3가지 사업 모두 재원이 필요한 일이라 도의회의 협력이 필요한데, 도의회는 새누리당이 다수여서 설득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최문순 : 도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안 된다. 의석 수가 워낙 압도적(38:6)이니 뚜렷한 방법이 없고, 정무기능을 대폭 강화하려 한다. 이번에 정무부지사를 여성으로 임명했는데 그 임명부터가 쉽지 않았다. 강원도가 근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대단히 강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여성을 키우지 않아서 여성 부지사에 대해 정서적으로 따라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공약들을 실천할 재원 조달 전망은 있는가?

최문순 : 3가지 공약에 첫 해 드는 비용이 470억 원인데 강원도 1년 전체 예산이 4조 원이다. 1% 정도이니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이건 바로 소득이 되고 소비와 생산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예산 집행 방식이 이렇지 않나? 예산으로 시설을 짓든 뭘 하든 일단 사업을 벌이면, 돈이 일단 건설업자한테 가서 거기서 고용이 일어나서 소득으로 가게 하는 것이니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직접 돈으로 나눠주는 게 좋다.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방식이 이런 '직접 복지'였다.

470억 원이면 다리 하나 짓는 예산이다. 우리나라 예산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냐면, 하천을 건너는 작은 다리 하나 짓는데 보통 600~700억 원이 든다. 그걸로 노인들 전원에게 의료비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번에 건강카드 도입을 제일 좋아하시는 게 어르신들이 아니라 병원, 약국, 한의원들이다. 그만큼 소비가 느니까.

프레시안 : 하긴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썼는데, 고용으로 인한 소득 창출 효과가 있다고 당시 정부에서 주장했었지만 그걸 직접 나눠줬으면 더 나았을 것 같긴 하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등이 주장해온 기본소득제와도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최문순 : 그렇다. 22조면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에게 44만 원씩 나눠줄 수 있었다. 그게 제일 효율적이고, 소비와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식이다. 복지 담론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저는 취임사에도 보편복지, 직접복지를 하겠다고 했다. 무상급식도 저희가 전국에서 제일 먼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지 않나. 도의회에서 부결됐지만.

프레시안 : 도지사 선거는 승리했지만 도의회는 새누리당이 다수다.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도 좋지 않았다. 지난달 프레시안이 주최한 토크콘서트 행사에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왔었는데(☞관련기사 보기) '교육감이 됐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라. 최 지사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최문순 : 맞다. 전멸하다시피 했다. 기초단체장은 15(새누리당):1(새정치연합):2(무소속)이고, 도의회는 여야가 38 대 6, 국회의원은 9 대 0이다. 압도적이다. 저만 '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이 부럽다(웃음).

프레시안 : 박 시장 얘기가 나온 김에, 전에 당선되면 '박 시장과 가수 인순이 씨와 함께 3순이 축제를 열겠다'고 했었는데 진전이 있나?

최문순 : 한 번 기획을 해 볼까 하는데 아직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프레시안>에서 한번 기획해 보시면 어떤가? (웃음)

프레시안 : 지난 도지사 선거가 상당한 접전이었다. 당선 이후 최 지사 뿐만 아니라 박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모두 정당보다는 인물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최 지사의 경우, SNS로 도루묵 판매를 하는 등의 소통이 여파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스스로 재선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최문순 : 분석이 대개 맞지 않나 한다. 3년 간의 도정에 대한 평가 대 (상대 후보 측의) 조직력,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대 세월호의 눈물이 충돌을 일으킨 지점이 중부권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이겼다. 저쪽의 조직력이 너무 강해서 기초선거에서는 우리 후보를 못 낸 지역도 너무 많다.

프레시안 : 지난 1기 도정을 자평한다면?

최문순 : 잘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성과들이다. 양양공항을 살려낸 것 등의 경제적 성과다. 양양공항은 지난 2009년에 영국 BBC 방송에서 유령 공항,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이라고 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와 꾸준히 접촉해서 노선을 새로 열어 올해는 34만 명 정도 탑승객이 올 것 같다. 그리고 도민들과 아주 직접적인 소통을 한 게 있다. 도루묵이나 감자 파는 것은 이전까지 행정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 것이 평가를 받은 것 같다.

ⓒ프레시안(손문상)

"평창올림픽, 사회적경제 중심으로 치르겠다"

프레시안 : 평창올림픽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3번에 걸쳐 엄청난 염원을 가지고 유치에 성공했는데, 투자 대비 이익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문순 : 고민이 많다. 겨울 올림픽은 하계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보편성이 덜하다. 스포츠 종목 인지도도 낮고 불리한 위치다. 저희들은 거기에 맞게 너무 욕심내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작게 하되 옹색하거나 초라하지 않은 선에서 하려 한다.

프레시안 : 가리왕산 스키장 문제도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국제스키연맹 규정을 근거로, 표고차 800미터 이상인 활강 경기는 400미터에서 2번 나눠 실시하는 방식(투런)으로 하면 된다며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최문순 : 가리왕산은 벌써 하기로 결정이 났고, 남한 내에 국제 규격 코스가 나오는 곳이 거기밖에 없다. 거기서 안 하면 올림픽 자체를 안 해야 한다. (규정은 있지만) 그렇게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00미터 달리기를 50미터 뛰고 또 50미터 뛰어 합계로 한다는 건데, 저희도 알아봤지만 그런 예가 없었다.

저희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고, 가리왕산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코스를 짰다. 일부 환경단체 반대도 있지만,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동의도 얻었다. 다른 데로 옮기는 논의를 지금부터 새롭게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금 다시 새로 시작하면 2년 공기(工期) 내에 공사를 못 마친다.

프레시안 : 알펜시아 리조트 분양 문제도 아직 해결 안 된 것 아닌가?

최문순 : 그것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경영상황이 좋아져서 처음으로 액수는 크지 않지만 흑자가 났다. 그전에는 누구에게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도 꼭 사겠다는 사람이 뚜렷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경영을 잘 하면 괜찮겠다'는 관심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프레시안 : 인천은 워낙 부채가 많기도 했지만,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도 돈을 많이 써서 더욱 어려워졌다. 강원도는 재정 부담은 없는가?

최문순 : 강원도의 부채는 5000억 원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 제가 와서 쓸데없는 사업들을 좀 줄였고, 줄이고 있다. 다만 알펜시아는 철저히 독립채산으로 하고 있지만 그 적자 9000억 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건 매각해서 청산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빚 얻어 사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평창올림픽 한다고 도 재정에 큰 부담은 없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원주를 협동조합 세계 10대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원주는 이미 협동조합의 메카이고, 사실 저희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도 지난 4월 조합원 교육을 원주로 갔었다. (☞관련기사 보기) 사회적경제진흥원 설립 등이 최 지사가 내놓은 계획의 골자인데, 구체적 청사진이 있는지?

최문순 : 원주 인구가 31만인데 협동조합 가입한 사람이 3만 명이다. 협동조합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지금부터 여러 시설·교육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보다 매출이나 조직이 2배 늘었는데, 평창올림픽도 사회적경제 중심으로 치르려 하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그렇게 치렀다. 그걸 모델로 삼으려 한다.

프레시안 : 협동조합 지원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최문순 : 먼저 (도청에) 사회적경제과라고 그것만 전담하는 과가 있다. 예산도 편성돼 있고, 교육센터를 지난 주에 새로 개관했다. 제가 도루묵, 감자 팔듯이, (협동조합 생산품을) 팔아 주는 조직도 만들려 한다.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훈련도 시키고 때로는 삼성·현대 등 대기업에 가서 마케팅 교육도 시키고 하려 한다.

프레시안 : 평창올림픽을 사회적경제 중심으로 치르겠다는 말은 흥미로운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최문순 : 거기에 들어가는 화장지, 음료수, 식자재나 버스 동원 서비스 같은 것을 협동조합에서 맡는 것이다. 쉽지는 않다. 그만한 역량이 받쳐주지 않아 힘들다. 영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지금부터 최대한 지원해서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사회적경제 규모 1조 원을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고, 몇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 해 보려고 한다.

프레시안 : 협동조합 수가 많이 늘어났나?

최문순 : 작년보다 2배쯤 늘었고, 이른바 '스타'를 만들려고 한두 개의 조합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몇 개 성공사례가 있는데, 속초에 '옹골딸기마을'이라고 있다. 딸기 재배와 딸기빵, 딸기 막걸리 생산으로 제법 성공한 케이스다. 친환경 '옥수수 양말'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다. 다만 가격이 비싸고 마케팅이나 제품생산 능력이 부족해 개선 중인데, 올해쯤에는 기성 상품과 겨룰 만한 게 나올 것 같다.

프레시안 : 협동조합 도시로 불리는 스페인 몬드라곤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몬드라곤 대학이다. 원주도 협동조합과 관련된 경험이 많은데, 도립 대학을 만드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문순 : 그것도 생각하고 있다. 아까 말씀드렸듯 지난달에 교육 센터를 열었다. 거기서 노하우를 쌓아서 대학원대학교나 대학교로 가는 것이 목표다.

"中서 2000억 투자받아…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방경제 동참 기대"

프레시안 : 처음에 성장과 복지의 동시 확대를 말했는데, 강원도는 이른바 '북방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최 지사도 지난 2011년 강연(☞관련기사 보기)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강원도 경제에 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었는데, 강원도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준비하는 것이 있는지?

ⓒ프레시안(손문상)
최문순 :
진전이 전혀 없다. 다만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오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고, 4년 후 평창 올림픽 때는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해 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지금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에 무비자로 들어간다. (북한이) 상당히 개방적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 흐름을 잘 타고 우리도 같이 해야 하는데….

다만 남북관계 개선은 없어도 북방경제, 대륙경제인 중국·러시아와는 진전이 있다. 양양공항으로 올해 34만 명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투자를 시작했다. 어제(9일) 중국 본토에서 2000억 원을 정동진에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차이나 드림시티' 사업이라고 하는데, 중국 여행객들이 많이 오니 그들이 와서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투자다.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도 아직 계약체결 등 성과가 없지만 진행 중이다. 그것 역시 중국을 바라보고 여러 회사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에서도 지난 5월 블라디보스톡에서 오는 항공기 첫 편이 들어왔다.

프레시안 : 삼척 핵발전소에 대해 주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거부의 뜻을 밝혔는데 중앙정부는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최문순 : 저희는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권한이 도지사가 아니라 시장에게 있어서 저는 끼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삼척시장 선거가 사실상 원전 찬반투표로 진행됐기 때문에 저로서는 원전을 강원도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관철하기 쉬운 상황이 됐다. 다만 정부와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데, 원전은 이미 밀집된 지역으로 모으고 삼척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만드는 쪽으로 중재안을 만들려 하고 있다. 전에도(1991년) 원전을 지으려다 주민 반대로 못 하지 않았나. 삼척에는 '원전 백지화 기념탑'도 있다.

"한국, 대통령 하나 때문에 나라 우스워지는 체제…개헌 필요"

프레시안 : 재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진로와 관련 '3선은 아니다'고 했는데, 중앙정치 복귀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온다.

최문순 : 겨우 재선됐는데, 벌써…. (웃음) 제 입장에서는 3선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현안이 산적해 있어, '다음'을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 당장 닥친 일 제대로 하는 것도 힘에 겨운 상태다.

프레시안 : 중앙정치 얘기가 왜 나오냐 하면, 최 지사가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취지인가?

최문순 : 정치체제가 이래선 소득 3만 달러를 넘기 힘들지 않나 한다. 미국이 전 세계 인구의 4%인데도 패권국가이고, 영국도 대영제국 시절 전 세계 3% 인구로 지구 1/3을 지배했다. 미국은 이민국가이면서도 좋은 정치체제를 갖고 있고, 영국도 입헌군주국이라는 당시로서는 최고의 정치체제였다.

우리나라는 1987년에 만든 헌법에서 겨우 최소민주주의, 지역별 권력 돌려갖기, 이름만 있는 경제민주화를 만들어 놨었는데 이제 한계에 온 것 같다. 제7공화국을 열어 통일, 지역갈등 해소, 분권, 복지 등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국가 발전의 활로가 없다.

우선 통일에 대해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제 확고부동한 신념인데, 경제 면에서 봐도 통일밖에 활로가 없다. 2007년에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넘었는데 7년째 허덕이고 있다. 북방경제가 아니면 풀 수 없다는 것이 여러 경제학자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게 되려면 우리 내부의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 동서 갈등을 완화시킬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소선거구제도 바뀌어야 한다.

책을 보니, 소득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가다가 주저앉은 나라가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인데 공통점은 정치가 개판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사례에서 보듯 부패해 있고, 정치적 내분이 심하다. 좋은 정치체제가 없으면 경제 발전이 없다.

프레시안 :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선 정치를 감시하는 언론이 중요한데 최 지사의 친정인 문화방송(MBC) 보도가 최근 속된 말로 '맛이 갔다'는 비판이 많다.

최문순 : 제가 창피할 정도로 막장에 가깝다. 막장 드라마를 몇 년째 쓰고 있으니. '어떻게 저렇게 쉽게 무너지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존재 의미 자체가 없다. 한국으로서는 귀중한 자산 하나를 잃은 것이다.

지금 MBC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부분이 전두환 체제 때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직선제 하나만 바꾼 것인데, MBC도 보면 정권이 사장 하나만 통제하면 전국의 MBC 방송을 다 통제할 수 있게 돼있지 않나. 아주 중앙집권적 체제다.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면 춘천MBC, 강릉MBC 이런 곳이 재정 독립성,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사장 하나 바뀐다고 전체가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언론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게 그 틀 속에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 하나 때문에 나라 꼴이 우스워질 수 있는 체제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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