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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천안 화상경마장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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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천안 화상경마장의 하루 “가자, 가자” 묵직한 응원 소리는 이내 탄식 소리로
마권장외발매소 유치를 주장하는 논리는 동일하다. 충북에 마권장외발매소가 없다고 해서 충북도민이 경마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왕 경마인구가 있다면 지역 세수익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도시형과 달리 공원형은 승마장과 힐링센터 등 말 산업시설이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진영의 논리도 간단하다. 어떤 논리로도 시민들을 도박중독자로 몰고 가정파탄을 조장하는 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충북에서 가장 가까운 천안 마권장외발매소를 찾아가 실태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 10년전 들어선 천안화상경마장은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늘어 5년전보다 1000억원 이상 매출이 올랐다. ⓒ 충북in뉴스 육성준 기자

청주IC에서 천안IC까지는 불과 20분 거리다. 지난 25일 천안시 두정동에 위치한 마권장외발매소를 찾아갔다. 한국마사회 천안지사 관계자들은 천안지사 내 마권장외발매소를 찾는 고객 가운데 청주를 비롯해 충북 손님이 상당수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마권장외발매소가 없어 도박 청정지역이라고 자평하는 충북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마할 사람은 어디서 하든 다 한다”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첫 인상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천안지사 건물 주변은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었다. 인근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웠더니 선불로 1만원을 제시했다. 10분을 주차해도 요금은 동일하다. 천안지사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인근 건물에는 식당과 게임방, 숙박시설 등이 입주해 있다. 게임방은 청소년게임방이 아닌 사행성 오락을 하는 성인게임방들이다.

1층부터 5층까지로 구성된 화상경마장은 옵션에 따라 입장료가 달랐다. 일반객장의 입장료는 2000원이다. 그리고 지정자석제인 곳은 7000원, 점심까지 제공하는 VIP실은 1만 5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올해로 개장 10년째를 맞는 천안 마권장외발매소는 해마다 손님이 크게 늘고 있다. 매출액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2005년 개장 당시 2·3층만 객장으로 사용하던 것을 이듬해 4·5층까지 확장했고, 지금은 1층까지 객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5년 전 2500억원대였던 연 매출액은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멍석을 깔아놓으니 경마인구도 늘어난 것이다.

▲ 2005년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두정동 일대는 10년만에 도박타운으로 변해버렸다. ⓒ충북in뉴스 육성준 기자


왜, 비오는 날 손님이 늘까?

10년간 운영되다보니 각 층별로 고객층이 구분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마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경마에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는 한 관계자는 2층에 가볼 것을 권유했다. 이 관계자는 “경마는 중독성이 심하다. 대부분 단골들이다. 그 가운데 2층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많이 온다. 경기가 있는 날은 매번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더 많은 손님들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큰돈을 배팅하지는 않았다. 이날은 제주경마장에서 열리는 경기가 생중계됐다. 30분에 한 조씩 경기를 치르는데 12경기가 준비돼 있었다. 1시 30분 첫 경기가 시작되자 객장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힘차게 출발한 경주마들이 결승선 앞에서 접전을 벌이자 낮지만 묵직한 응원이 객장 안을 가득 메웠다. 기수의 이름을 부르거나 경주마의 이름을 부르며 분발하기를 염원한다. 순위가 결정되는 순간 객장안을 가득 메웠던 응원소리는 탄식소리로 바뀐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2층 손님들은 1000원단위로 배팅하거나 많게는 5만원 선에서 돈을 걸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1회 한도액인 10만원을 걸기도 했다.

창구 위에는 “과도한 구매 행위는 습관성 경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쓰여 있고, 연속구매 금지와 10만원 초과 배팅도 금지돼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안 될 것이 없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창구에서 10만원이 적힌 마권을 연속해서 구매할 수 없지만 여러 창구를 돌며 사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일부 고객은 일명 ‘말’을 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주 고객’ 50대 이상 남성

혼자 여러 개의 마권을 구입하는 게 번거롭다보니 사람을 고용해 마권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하루에 수천만원을 배팅할 수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5층 VIP룸은 독서실을 연상케 했다. 지정된 의자와 책상이 주어지고 책상 위에는 음료수와 간단한 요깃거리도 올라와 있었다. 2000원을 받는 일반객장 손님과 비교하면 차림새도 말쑥하다. 다른 층에서 쉽게 보았던 1000원짜리 지폐는 찾아볼 수 없다. 대개 수만원에서 상한액인 10만원의 배팅을 했다.

가끔 온다는 한 손님은 자신은 중독까진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팅을 한 곳만 하지는 않는다. 보험이라고 해서 다른 방식을 하나 더 건다. 그렇다보니 언뜻보기에는 2~3만원 거는 것 같지만 매 경기마다 10만원 가깝게 배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VIP룸이라고 해서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오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그 사람의 직업이 뭔지 알 수 없지만 개중에는 중독돼 급전을 빌려 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통계를 내보면 잃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 층마다 완비돼 있는 흡연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손님이 몰렸다. ⓒ충북in뉴스 육성준 기자

사람들의 표정은 때론 진지하고 때론 즐겁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기를 즐긴다기보다는 돈을 따야겠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손님 층은 50대 이상 남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객장을 나서는 그들의 얼굴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입구에서 경마정보지를 파는 A씨는 “경기가 열리는 3일 내내 근처에 숙소를 구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 천안지사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한 관계자는 “20년간 마사회에서 근무했지만 경마로 패가망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들 즐기고 간다. 또한 최근에도 1억원을 기탁하는 등 지역에 대한 기여도 적지 않다. 반대하는 사람들 논리라면 술은 왜 팔고, 담배는 왜 파냐”고 반박했다. 그는 객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취재진에게 게임을 해봤냐고 물어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던진다. “경마를 해보지 않았으면 그 재미를 모른다. 한 번 해봐야 왜 하는지 알게 된다.” 그게 결국 중독이 아닐까.

충북in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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