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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우리에게 '정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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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우리에게 '정치'를 묻다 [복지국가SOCIETY] "국민 다수 의견을 못 받아 안는 리더십은 의미 없다"
지난 7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들이 만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합의 내용이 진상규명을 위한 핵심적인 사항들이 제외된 것이라고 크게 반발하며, 합의 사항의 원천 무효와 재협상을 요구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은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인, 정당, 고위 공무원들은 국민 다수의 이해나 바람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으며, 이 간극은 결국 국민 다수의 손에 의해 메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존에 논의된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 쟁점 사항

지난 7일 여야 합의안이 나오기 이전, 세월호 특별법에는 크게 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과 구성,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 등의 쟁점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소권과 수사권의 독립성 확보가 관건이다. 독립된 권한이 없으면 제대로 된 진상을 규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을 부여하여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길 원했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이 위원회의 활동을 흐지부지 끝내고 싶어 하기에 기소권이나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야권의 주장에 반대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인정하여 기소권은 배제하고 특별사법경찰을 이용해 수사권은 확보하자고 했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권한과 더불어, 이 위원회를 어떠한 인사들로 구성할 것인지도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당 추천 6명, 새누리당 추천 6명, 유가족 추천 3명으로 구성하고, 의사결정을 과반의 찬성으로 하자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런 인적 구성에는 찬성하면서도 결정 기준을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유가족이 힘을 합칠지라도 새누리당이 추천한 6명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비토(veto)권을 의사결정 구조에 심어놓으려 했다.

의견이 갈라지기는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이의 실행방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계는 명확하고 확고한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정부기관에 대책을 권고할 수 있으며, 각 기관은 권고의 이행사항을 정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권고 권한과 이행사항 국회 보고는 인정하지만, 징계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권고 권한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 지난 5일 광화문에서 단식 23일째를 맞았던 유가족 김영오 씨. ⓒ프레시안(최형락)

유가족과 국민 다수의 요구에 반하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

이런 대립 속에서 지난 7일 여야 간에 진상조사위원회를 도입하되, 수사권과 기소권은 기존의 특검제도를 통해 해결하자는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별검사는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라 7인의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17명으로 구성되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 5명, 대법원장과 대한변협 회장이 각 2명, 유가족이 3명을 추천한다. 그리고 특검보가 진상조사위와 특검을 오가며 업무 협조를 맡기로 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정부·여당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유가족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합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합의 사항들은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는 핵심 사항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들의 핵심 요구 사항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고 여기에 유가족이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합의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고 특검이 이를 대신하게 되어 있다. 또 특검은 특검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청와대와 정부기관을 수사해야 하는 특검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을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합의안 폐기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넉 달 동안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관련 의혹들을 제대로 밝힌 게 거의 없다. 이는 유가족과 시민사회계의 주장이 타당함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한국갤럽이 3일(7월 29일-31일)간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하여 국민 53%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24%의 "수사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대해 66%가 "신뢰하지 않는다"며 불신이 보였다. 과거 11차례의 특검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특검에 대한 불신 또한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의 본질은 '정치'에 있다

세월호 참사로 고통을 받은 것은 사고 당사자와 유가족만이 아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 사건으로 정신적 공황을 맞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지금은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공동체의 시스템을 전격적으로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대부분 국민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소위 '이심전심'을 느꼈다. 그래서 국민 다수는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인 유가족들의 주장에 더 동조하고 있다.

이 현상의 밑바탕에는 하나의 객관적인 사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모든 인간은 인재 또는 사회 부조리로부터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객관적 욕구는 인간적 삶을 갈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난다. 어느 누군들 누군가의 이기적인 욕심이나 무책임으로 자신의 생명을 잃고 싶겠는가? 어느 누군들 주위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못다 한 생명의 끝을 보고 싶어 하겠는가? 현재 세월호 참사로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갖는 아픔과 분노는 바로 이런 보편적인 욕구가 우리나라에서 너무 쉽게 무시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로 인해 언제인가는 자신이 그런 무시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세월호 특별법은 목적이 당사자나 유가족으로 한정되어 상정될 수 없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지리적 관할권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모든 사람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국가개조를 들고 나왔다. 국가개조는 국민 대다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목적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특별법은 바로 그 국가개조의 시발점이어야 한다. 더 이상 인재로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부처의 무사안일과 봐주기, 관피아들의 잘못된 관행과 부패, 안전 불감증, 돈이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사회 풍조 등을 뜯어고치기 위한 시발점이어야 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정치'란 보편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위정자들이, 또는 통치 권력의 주변을 맴도는 꾼들이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최소한의 참회이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무고한 국민들의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이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지 못하게 하도록 첫발을 내딛는 작업이요 장치이다. 바로 여기에 '정치'의 진면목이 숨겨져 있다. 한 공동체의 다수가 공통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보편적 욕구들을 충족시켜 주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여러 자원을 동원하고, 서로 협력하며 실천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정치는 결코 단기적 관점에서 통치 권력을 장악하려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다. 한 정당 내에서 계파를 형성하여 자신이 속한 계파가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술수를 고민하고 술책을 행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한 것이며, 국가에 충성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최선은 일차적으로 국민 다수가 갖는 보편적인 욕구들을 최대한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상의 안전 보장', '인재로부터의 생명 보장', '부조리한 사회구조로부터 구성원 보호', 이것들은 바로 최선이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목적들이며, 정치가 담아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합의안 체결의 비정치성

하지만 이런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세월호 참사와 세월호 특별법 합의 과정에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의 실종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야의 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지, 지난 한 달여 동안 보여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도 '정치'가 아니었다. 그들은 당리당략에 따라 오로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고자 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세월호 특별법 자체가 공학적 협상의 대상이 된다고 여기는 행태 자체가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 '신체상의 안전보장'이 여야 간의 공학적 거래 또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가진 이해이다. 따라서 당연히 지켜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민 대다수는 당연히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하며, 그에 따라 책임질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하고, 더 나아가 재발방지를 위한 가장 적절한 방안이 도출되기를 원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것들을 소위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상식은 현실 정치를 하는 사람들만 모르는 상식인 것 같다. 그렇기에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열심히 자신들의 주판알을 튕기면서 공학적 야합을 통해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결과, 지난 7일 세월호는 아직도 울고 있는데 합의안 당사자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무엇이 그리도 기쁜지, 무엇을 서로 주고받았기에 만족하는지, 그들은 웃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 웃음 속에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상식은 없었다는 것이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협상 반대의 비정치성

'정치'가 실종된 합의안은 국민 다수가 원하고, 국민 다수를 위하는 '정치'를 위해 파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반박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기세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까지 보여준 노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지난 4월 16일을 기점으로 '그 전의 대한민국'과 '그 이후의 대한민국'을 다르게 만들려는, 그래서 국민 다수가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 기회를 제공하려는 유가족들과 시민사회계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비하하기에 바빴다. 그들은 오로지 현재의 위기를 유야무야 넘어서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 논리의 종착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안전 보장'이다. 그들의 사고와 행위들 속에 '정치'는 없다. 오로지 모략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우선, 박영선 위원장의 리더십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대체 제1야당의 리더십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야당을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에 한정된 것인가? 아니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원들만을 위한 것인가? 정당은 이익집단의 성격을 일정 정도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더라도 제1차적인 리더십의 대상은 국민 다수여야 한다. 국민 다수의 이해를 관철하지 못하고 국민 다수의 의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한다면, 정당의 존재 가치는 없어진다. 소수의 이해와 의지만을 쫓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수권 의지가 없다는 것이며, 국민 다수의 이해와 의견을 받아 안지 못하는 리더십은 의미가 없다.

▲ 세월호 참사 100일, 유가족와 시민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100리 길을 걸었다. ⓒ프레시안(손문상)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세월호 특별법과 세월호 청문회가 무산되는 상황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논리야말로 자신들의 행위가 '정치'와는 거리가 먼 꾼들의 놀음임을 극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의 무산은 새누리당이 국민 다수의 이해와 의지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 다수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어져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 따라서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를 무산시키는 것은 국민 다수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결국 국민 다수의 지탄은 새누리당을 향할 것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는 여타의 사건보다 '덧없는 죽음', '방기된 죽음'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현실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그 자체가 죽음으로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땜질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어린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거나 땜질할 수 없는 사안이다. 즉 사안의 특성상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리고 해결을 위한 시간이 허비되면 될수록, 불리한 것은 정부와 집권여당이다.

만약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의 성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의 요구사항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세월호 참사를 흐지부지되게 하는 데 공모하는 것이 된다. 이 동의는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방식이 정당할 수 있다는 면죄부를 제공하며,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한 틀 안에서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형태로 틀을 운영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여야가 알아서 법이 정한 대로 하고 있으니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여야가 합의한 과정을 통해 나온 것이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안 파기와 재협상의 길을 가지 않으려 한다. 국민만 보고 간다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로 생명을 잃을 국민과 그로부터 눈물을 흘릴 국민 다수를 최상의 목적으로 둔다면,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계속해서 새누리당과의 합의를 최종 목표로 삼고 그들의 결정을 공모하려 한다. 그런 선택은 기존의 현실 정치에서 '꾼'으로 자리매김한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결정일 뿐이다. '정치'는 공학적 협상과 야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공유하는 보편적 이익의 실현에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9일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내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흉상 앞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세월호 유족들. 한 유족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두 대통령의 피눈물이 느껴진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의 눈물은 우리에게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놀음'만이 넘쳐난다. 국민이 공유하는 보편적 이해는 사라져 버렸고, 단지 생계형 정치꾼들의 술수와 술책 속에서 자기들끼리만 주고받는 '놀음'이 난무한다. 세월호 참사는 현실 정치판의 이런 비정치성의 모습을 우리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내 준다. 동시에 말하고 있다. 더 이상 '정치 놀음'이 아니라 '정치'를 하라고. '정치'는 공권력이 작동하고 공적 자원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서 '국민 대다수에게 이로운 것'을 목적으로 삼으면 된다. 그리고 그 목적을 실현할 적당한 도구와 수단을 선택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정치'를 추동하는 것은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의 직간접적인 참여다. '정치꾼들'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하고 국민 대다수에게 이로운 것, 따라서 자신에게도 이로운 것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이를 위해 한 번쯤은 거리에 나가거나 촛불을 들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의 시작이다.

불만은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것이 외부의 힘으로 벌어질 때 생겨난다. 불만이 자기만의 불만이 아니라 주위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일어난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 다수에게 이로운 것들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만을 불만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러한 표현이 국민 다수의 호응을 얻을 때 비로소 '정치'는 생명을 얻는다. 그로 말미암아 국민 다수의 삶은 인간적인 것으로 바뀌고 더 나아가 윤택한 것으로 변한다.

세월호 참사로 덧없이 생을 마감한 이들이 흘린 눈물은, 비록 거기서 살아남았지만 친구의 죽음으로 흘린 눈물은, 사고 당사자들의 부모와 지인들이 내지른 통곡은, 그러한 눈물과 통곡을 '이심전심'으로 받아 안아 국민 대다수가 흘린 눈물은, 세월호의 그 눈물들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진정한 '정치'가 발아하길, 발아했다면 더욱 더 굳건한 뿌리와 더 튼튼한 줄기를 갖추길, 그래서 잎사귀들이 더 풍성해지길 갈구하는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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