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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엽 작가 "광주비엔날레 출품, 치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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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윤엽 작가 "광주비엔날레 출품, 치욕스럽다" 특별전 참여작가, '세월오월' 전시유보로 작품 철거 파행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전시 유보 결정이 난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에 대해 미술계의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달콤한 이슬 : 1980년 그 후'(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 편집자)에 작품을 출품한 이윤엽 작가는 11일 광주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을 방문해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시대 풍자그림도 보호 못 하는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하는 것이 작가로서 치욕스럽다"며 직접 작품을 철거했다.

작품 철거를 위해 경기도에서 출발해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은 이윤엽 작가는 "'세월오월' 작품을 걸 수 없다는 것은 '광주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며 "홍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지 않은 상태에서 내 작품이 전시돼 있는 것은 '검열에 통과했다'는 뜻 같고, 작가로서 너무 치욕스럽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작가는 "작가의 그림이 걸리기도 전에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비엔날레 재단의 수준이 안 된다"며 "작가의 그림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광주비엔날레가 광주 정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추리에서 세월호까지' 작품을 출품한 이윤엽 작가는 "작품을 거는 것도 못하게 하면서 이제는 작가 마음대로 떼는 것도 할 수 없게 하는지 의문이다"며 "계약서에 보니 '전시 기간 내에 작가 마음대로 철수할 수 없다'는 규정사항도 없을 정도로 허술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숲'을 출품한 홍성민 작가도 자진 철거로 항의 의사를 밝히며 "대통령 풍자조차 포용할 수 없을 만큼 광주정신을 표방한 비엔날레 측의 행태가 저급한 수준이다. 그것 하나 못하면서 어떻게 광주 정신을 주제로 전시를 하느냐"고 주장했다.

작가들이 작품 철거를 하기 위해 방문한 이날은 월요일로 광주시립미술관 휴관일인 탓에 전시실이 잠겨 있었다. 그리고 작가와 시립미술관 직원은 전시실 문 하나를 두고 1시간가량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측은 "경비가 걸려 있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 휴관하는 날이라 함부로 열 수가 없다. 비엔날레와 협의를 해야 열어주겠다"는 이유로 문을 개방하지 않았다.

결국 팽팽한 대립 끝에 전시 주최 측은 "작가가 언론에 먼저 알려 작품을 철거하겠다는 것은 '언론플레이'로 보인다"면서 "작가의 의사를 존중해서 철거를 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전시실 문을 개방했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여기 오신 기자 분들 중에 제 연락을 받고 오신 분 있으시면 손들어보세요"라는 말에 손이 올라가는 취재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재단 측의 '언론플레이'라는 말에 작가들을 분노케 해 작은 실랑이가 벌여졌다.

ⓒ시민의소리

지금까지 '세월오월' 전시 여부 논란을 지켜본 광주미술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더 이상 이념논쟁과 세력다툼으로 순수한 예술가들의 권위를 손상시키며 우리를 불안하게 하거나 자유를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며 "20억이라는 엄청난 시민혈세가 투입된 이번 행사에서 전시예산은 고작 4억이며, 창작 지원비라는 명분아래 200만 원에서 1억 가까운 금액을 차등 지급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비민주적인 예산책정 또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역미술 행정을 꼬집었다.

또한 이들은 "이번 전시에 불합리한 예산배분, 진행 경위 등을 희석화 또는 책임회피를 하려는 이슈 메이킹으로 보여지며 이는 광주미술인 전체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며 "이런 사태를 유발한 기획 핵심자나 주최, 주관인 광주시는 광주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성담 작가와 광주시각매체연구회가 함께 제작한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은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 아이들을 전원 구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작품 일부분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을 묘사한 부분으로 전시 불가 결정이 났다. 이후 '세월오월' 작품 속 박근혜 대통령은 '닭'으로 교체되어 출품되었으나 다시 '전시 유보'로 파행을 맞았다.

결국 전시파행에 대한 책임으로 책임 큐레이터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10일 자진 사퇴의사를 밝히고,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이 작품 철거를 하면서 점점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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