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체 당신들은 누구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체 당신들은 누구인가? [세월호 릴레이 기고] 유민 아빠의 단식을 보며
인간에게 있어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목적여부를 떠나서 자신을 건 결단이다. 뜻한 바를 알리기 위해 밖을 향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칼을 던지는 단식은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광화문에서 유민 아빠가 지금껏 보여준 단식 또한 동의여부를 떠나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스스로에게 보여주는 태도와 결단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더 있다. 바로 유민 아빠, 그 자체의 의미다. 유민 아빠는 세월호 유가족이다. 생명 같은 자식을 잃은 처연한 아빠이고, 딸의 얼굴이 아른거려 잠을 이룰 수 없는 가슴 아린 부모다. 지금 우리가 광화문에서 보고 있는 그 부모가 유민 아빠이다. 그런데 유민 아빠에게는 세월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의 김영오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그는 전북 정읍 출생의 남자이며, 두 딸을 ‘뒀던’ 중년 아버지였고, 자동차 부품업체에 다니던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리고 작년 7월에야 오랜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에서 비로소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였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인 노동과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이 언론기사나 학자들, 정치권의 말 속에서만 떠도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앞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나타난 사람이 바로 유민 아빠 김영오씨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한다. 왜 그인가, 왜 그가 단식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그리고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과 권력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민낯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세금을 받아간다.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 아래 군대라는 집단을 통해 생명권을 한시적으로 징발한다. 경제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 노동의 유연성 즉, 구조조정이라는 해고의 효율성을 정당화한다. 대기업과 그의 자식들이 내부자 거래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가 한쪽으로 편향되어 흘러가는 것도 제도적으로 만들어준다. 금융이 서민들에게 약탈적 금융범죄를 저질러도 선진금융기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준다. 세 모녀가 소득이 없음에도 불로소득이 그보다 더 많은 사람보다 연금을 더 내라고 고지서를 보낸다. 이것이 지금 그들이 유 민아빠 김영오 씨와 세 모녀 그리고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지금 우리에게 하고 있는 업무의 일상이다. 그런데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294명이 죽고, 아직 10명이 실종상태인데도, 그 유족들이 통곡을 하면서 비 오는 날 천리를 걷고, 길거리에서 비닐을 덮고 이슬을 맞으며 뜬눈을 지새우는데도 찾아오는 이 없다.

비정규직 신분이었던 노동자가, 경제성장의 가장 최전선에서 일하는 중년의 남자가, 때로는 돈이 없어 양육비를 제때 보내지 못해서 가슴 아픈 기억으로 단식을 견디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가 저렇게 광화문에서 자신에게 칼을 내던지며 나서고 있는데, 대체 당신들은 누구인가?

세금을 가져가고, 생명권을 징발하고, 경제 활성화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애고, 선진금융으로 서민의 피와 땀을 요구하는 당신들은 누구인가? 왜 세월호 문제를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감당해야 하는가? 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유민 아빠가 떠안고 있어야 하는가?

당신들이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그 권한과 기구, 제도와 법률, 돈과 권력은 지금 누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가? 왜 당신들이 답하지 않는가? 왜 당신들이 단식하고, 천리를 걷고, 길거리에서 죄송하다고 눈물 흘리지 않는가? 왜 죄를 저지른 당신들이 심판하고, 단죄하고 있는가? 언론의 뒤에 숨어, 유언비어의 글을 타고, 거짓과 삿된 욕망과 비겁함에 찌든 권력기구를 동원해 국민을 배반하고 길거리로 내모는, 정말 당신들은 대체 누구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