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국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강대국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국가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선언하는 것으로까지 나가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현실로서 인정받고, 이에 부합하는 외교관계를 형성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위협론의 연장선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중 패권경쟁"이나 "미·중 세력전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국제질서를 중국으로써는 바꿀 힘도 없고 그럴 의도도 전혀 없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미국에 도전보다는 천천히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적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거의 '조용한 외교'에서 국력에 맞는 '강한 외교'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전환은 동아시아 주변국들에게 적지 않은 우려를 낳게 한다. 남사군도와 센카쿠 열도(조어도) 영유권 분쟁, 방공식별구역 재설정 등과 같은 문제에서도 보듯, 주변국들은 강대국화한 중국이 드디어 지역 질서를 타파하려는 의도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고 간주한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는 영토와 주권이 걸린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결코 양보할 의사가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동맹강화 그리고 일본의 정상국가화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외교는 여전히 협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역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중국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하더라도 국제사회는 이미 중국을 과거의 중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극구 주장하지만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국들은 "중국이 이제 현상을 타파하려 한다."고 여긴다. 중국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러한 인식변화는 중국외교에는 심각한 도전이다.
강대국화를 목표로 하는 중국에게 외교는 이미 중요한 국익실현 수단이 되었다. '강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강대국과 경쟁하면서도 협력을 이루어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야 하고 책임있는 대국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외교역량이라고 하는 것은 자국의 국력을 떠나서 고려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할 수 있는 외교현장에서 외교역량은 전적으로 외교엘리트의 능력에 달려있다. 외교엘리트 능력과 자질이야말로 한 나라의 외교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 요소인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 중 하나이다. 그런데 중국외교와 중국외교엘리트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가십성 기사로 중국외교 부장과 부부장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중국외교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관계구조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중국과 함께 한반도 관련 주요 외교현안을 풀어야 할 우리가 중국외교팀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실천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대국 외교의 최전선에 배치되어 있는 중국외교부는 한 명의 부장과 11명의 부부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전 세계의 외교현장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들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중국외교엘리트들의 인적정보와 경력정보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사회연결망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그들이 맺고 있는 공식적 비공식적 관계를 분석해 보았다. 사회연결망분석법은 알려진 바와 같이 공식적 상하관계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깃들어 있는 개인 간 비공식적 관계까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분석법으로 중국 외교팀을 분석해 엘리트 간 관계와 전체 연결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왕이(王毅外长)가 이끌고 있는 중국 외교팀의 구성을 보면 몇 가지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첫째, 대미외교를 담당했던 엘리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잘 알려졌다시피 왕이 외교부장은 동아시아지역 외교통으로 중국외교부에서 오랜 기간 아시아지역 외교를 담당해 왔다. 왕이가 시진핑 체제 중국외교팀의 초대 수장으로 선임된 배경에는 중국이 대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표방한 "아시아 회귀" 정책에 대한 중국외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 지역 전문가로 하여금 중국외교팀을 조율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고 미국을 잘 아는 다섯 명의 외교엘리트를 왕이를 도울 수 있는 부부장으로 배치하였다. 장예수이(張業遂), 리바오동(李保東), 왕차오(王超), 장쿤성(張昆生), 쩡저광(鄭澤光) 등 이들 5명의 부부장은 이른바 ‘미국통’으로 미국외교가와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둘째, 고위 외교엘리트 충원의 혼합성(hybrid)이 눈에 띈다. 중국외교팀의 출신이나 사회적 배경을 조사해 보면 다양한 지역과 대학 그리고 부처 출신이 포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정한 지역이나 대학 그리고 부처의 쏠림현상이 없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외교관들을 전문성에 기초해 등용하고 있다.
출신지역에서 보면 허베이(河北) 출신(3명), 베이징(北京) 출신(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지역 출신들이다. 출신대학에서도 베이징대(3명), 베이징외국어대(2명) 외에는 다양한 학력배경을 가진 인물들이다. 더욱이 타 부처 출신도 외교부 부부장에 배치되어 있다. 외교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중국인민은행 출신인 셰항성(謝杭生)을 외교부 내를 감찰하는 업무 맡겼으며, 상무부 출신인 왕차오를 유럽외교를 담당토록 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 외교팀 인사는 연고성을 중시하기보다는 전문성을 중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셋째, 연령별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외교부 부장과 부부장 12명의 평균연령은 56이다. 6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왕이, 장예수이, 청궈핑(程國平)이 60대 초반인 반면 나머지 9명은 50대들이다. 그 중에서 리바오동, 셰항성, 류전민(劉振民), 장밍(張明), 장쿤성 등 다섯 명은 50대 후반이고 왕차오, 쩡저광, 류젠차오(劉建超), 첸홍산(錢洪山) 등 네 명은 50대 초반이었다. 60대 초반과 50대 후반 그리고 50대 초반이 3 : 5 : 4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철저한 세대별로 균형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의 전형적인 간부훈련과 배출 시스템을 소산이다. 관련 업무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우수한 차세대 지도자들 조기에 실전에 배치하여 해당 업무 장악력과 지도력을 키우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중국 외교팀의 구성상의 특징과 함께 이들 간 맺고 있는 공식적 비공식적 연결망 차원에서의 특징도 관찰된다. 전체 연결망을 보면 왕이 부장은 장예수이와 리바오동과와 강한 관계를 성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경력을 조사해 보면 왕이 부장은 장예수이 부부장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정위원과 후보위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고, 리바오동 부부장과는 오래전인 문화혁명 시기부터 같이 헤이롱장성 생산건설병단에 지식청년(知靑)으로 배속되면서 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추정된다. 연결망만을 놓고 본다면 왕이는 주로 장예수이와 리바오동이라는 두 부부장을 통해 외교부 전체 연결망에 접근하고 이를 지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결망의 구조를 보면, 연결의 밀도가 강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분할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연결밀도가 강한 핵심그룹은 60대 초반과 50대 후반의 부부장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사이는 촘촘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류전민과 장쿤성은 이 그룹의 거의 모든 엘리트와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연결망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고 해석해도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한편 연결밀도가 약한 그룹은 50대 초반의 부부장들인데, 핵심그룹과는 달리 이들 상호간에는 느슨한 관계로 짜여 있다. 그 중에서 상무부 출신인 왕차오는 오직 쩡저광과 미국에서 활동한 경력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다른 50대 초반 엘리트와는 관계밀도 높지 않았다. 전체 연결망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셰항성이라는 인물이다. 셰항성은 다른 엘리트와의 연결정도가 매우 낮아 마치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세향성이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감찰업무에 더 적합할 수 있고, 더 공정하게 외교부의 기율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강대국화하려는 중국은 외교를 더욱 중시하고 외교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국이 외교의 역할을 키워갈수록 외교현장에서 우리 외교엘리트와 중국외교엘리트 간 접촉면은 넓어질 것이다. 우리 외교엘리트들이 중국외교팀을 더 깊이 분석하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된다면 대중국 외교에서 분명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대상국 외교팀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대신해 외교에 임하는 외무공직자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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