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한다. 이 기획은 추상적인 논쟁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두 번째 기획이었던 MB 정부의 자원외교에 이어 이번에는 기업비리 및 특혜에 대해 알아보겠다. MB 정부가 친기업이라는 명목하에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개입해 경제 비효율성을 증가시키고 비용을 발생시킨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회에서는 KT를 조명한다. 편집자
KT는 정부의 지분이 0.1%도 없는 완전한 민영기업(1)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월말 기준 KT의 주요 주주 지분 비율은 외국인 43.9% (NTT도코모 5.46%, 실체스터 5.01%), 국민연금 8.65%, 자사주 6.6%, 미래에셋자산운용 4.99%, 우리사주 1.1%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꾸기만 하면 KT의 사장(이석채 이후부터는 회장)이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고 임기가 끝날 무렵 비리에 연루되어 사법처리를 받는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임명된 이석채 회장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켜, 시장 규범을 외면하고 독단적으로 임명한 인사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잘 보여준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2009년 1월 KT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를 두고 많은 말이 오고 갔다. KT 사장추천위원회는 “이석채 사장 후보는 KT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에 있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또한 KT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전략적인 사고능력이 뛰어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KT의 경영혁신을 주도하여 주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해서 장기적인 가치증대를 추구할 수 있는 최적의 후보자로 평가됐다"(2)고 발표했다.
무리한 방식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임명된 이석채 회장은 2009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KT에 다양한 형태로 손해를 입히게 된다. 언론과 검찰에서 발표된 중요한 혐의를 모아보면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무궁화 위성 불법 매각 △ KT 사옥 39곳 중 28곳 헐값 매각 △ 친인척 회사 과다투자 또는 고가인수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 4년 임기 동안 임직원에게 지급한 상여금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2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1) 무궁화 위성 불법 매각
KT샛(KT 위성사업 자회사)은 2011년 9월 무궁화 2호와 3호 위성을 각각 40억4000만 원과 5억3000만 원에 홍콩 위성서비스 회사 ABS(Asia Broadcasting Satellite)에 매각했다. 설계수명(3)이 다했다는 이유였다. 설계수명이란 보험계약을 위한 품질보증기간을 말한다. 무궁화 2호 위성은 설계수명이 10년으로 1996년에 발사되었으며, 무궁화 3호 위성은 설계수명 12년으로 1999년에 발사되었으니, KT샛의 설명은 명목상으로는 맞는다. 하지만, 위성체는 설계수명보다 연료수명(4)이 더 중요하다. 설계수명이 끝나면 보험료가 약간 올라가게 되지만,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계속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료수명은 위성체가 가지고 있는 액화가스 연료 잔여량에 의해 계산된다. 위성체의 연료가 바닥나면 자세제어가 안되므로, 안테나 방향이 서서히 틀어지고 위성체도 흔들리기 시작하여 수명이 다하게 된다. 잔여연료량은 지상 관제소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므로 잔여 연료수명 계산도 용이하다.유승희 의원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홍콩 ABS는 KT로부터 5억3000만 원에 구매한 무궁화 3호 위성([그림1] 참조)을 통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NATO)와 미군, 러시아 방송사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평균 성장률 55%, 연간 4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얻고 있다.
(2) KT 사옥 39곳 중 28곳 헐값 매각
KT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39개의 사옥을 매각했다. 이중 11개 사옥은 정상적인 가격에, 나머지 28곳은 감정가보다 훨씬 낮게 매각했다 (<미디어오늘> 2013. 9. 3(5)). 감정가보다 24~25%정도 싸게 매각한 사옥은 2011년 노량진 강동 성남 등 20개소, 그리고 2012년 고덕 반포 성북 등 8개소이다. 이 사옥들은 모두 KT AMC라는 KT 손자회사에 매각됐다. 2011년 용산빌딩 등 20개 지사는 '케이리얼티1호' CR리츠에 약 4704억 원에 매각되었고, 2012년 고덕지사 등 8개 지사는 '케이리얼티2호' CR리츠에 1440억 원 정도에, 2013년 11월 이석채 회장 사퇴 직전에 5개 부동산이 '케이리얼티4호' CR리츠에 약 1000억 원 정도에 매각되었다. [그림 2]는 KT의 보유부동산 매각현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KT AMC CR리츠 주요 투자자는 부동산펀드와 농협, 신한생명 등이다. 또한 KT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9곳의 부동산을 팔고 이를 다시 임차했는데 매년 임대료를 최대 4%까지 올려주겠다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3) 친인척 회사 과다 투자
친인척 회사에 대한 과다 투자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스마트(SMRT) 애드몰 사업 관련 60억 원, 이석채 회장과 8촌이면서 이명박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관련, 회사 2곳(OIC랭귀지비주얼과 사이버MBA)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각각 60억 원, 77억 원씩 손해를 보면서 총 200억 원대에 이르는 손해를 끼친 것이다(<오마이뉴스>, 2013. 02. 27).
스마트 애드몰 사업
'스마트 애드몰' 사업은 서울 지하철 5‧6‧7‧8호선 역사와 전동차 LCD 모니터 등 IT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열차운행 및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한 상품광고 전시, 판매가 연계되는 2140억 원 규모의 광고권 임대 사업이다(6). 이 사업은 2010년 8월 참여연대 고발로 재판이 진행 중인 음성직 전 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배임‧뇌물수수 사건과도 관련되어 있다.
2010년 말 KT '가치경영실'에서는 'SMRT Mall 사업 지분출자 및 경영정상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이석채 회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몰 사업의 예상 매출은 2010년 3월 추정치인 6118억 원보다 약 1800억 원이 감소한 4351억 원이며, 이에 따라 투자시 순현재가치가 165억 원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4월 기준으로는 375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은 적자 예상 및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사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이 회장 취임 이전인 2008년 10월에는 KT에서 지급 보증 없이 특수목적법인에 지분 양도 후 철수할 수 있도록 사업 위험을 최소화하는 의사 결정을 했는데 이 회장 취임 이후 오히려 출자금을 늘리고 지급 보증을 통한 연대보증 의무 설정과 적립금 설정이라는 불리한 약정을 체결해 KT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2013. 02. 27). 즉, KT가 수백억 원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석채 회장 지시에 따라, 애초 3개월경과 후 사업성에 따라 탈퇴가 가능하도록 체결했던 계약을 바꿔 사업자금제공에 대한 연대책임의무(지급보증)를 지는 금융약정을 체결했고, 애초 5억 원만 투자했던 특수목적법인(SPC)에 60억 원을 재투자하면서 계열사로 편입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단지 투자 원금 5억 원과 재투자된 60억 원 이외에 적자로 인한 손실 1650억 원(165억 원×10년)까지 떠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체 손실 가능금액은 1700억여 원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사이버 MBA 주식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인수
KT가 2012년 7월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회장으로 있던 ㈜사이버MBA에 77억7500만 원을 투자해 지분 50.5%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액면가보다 9배 정도 비싸게 주고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7) 유종하 전 장관은 이석채 회장의 여동생 남편인 이태식 전 외교통상부 차관과 8촌 친척관계로 외무부에서 같이 근무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고문단으로 같이 활동하기도 했다. 유종하 전 장관은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되었다 (<미디어오늘>, 2013. 02.04). 이 거래는 사업성이 불투명한 회사에 투자했던 유종하 전 장관 등에게 지분을 팔고 나가게 함으로써 KT가 그 위험을 떠안으면서 이석채 회장 친척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려 한 것이었다 (<오마이뉴스>, 2013. 02. 27).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는 2000년 5월 9일 설립됐는데, 유종하 전 장관은 2004년 5월 사이버MBA 회장이 되었고, 2005년에는 이 회사 주식 24만730주(10.03%)를 보유했다. 유 전 장관은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 시절부터 2008년 10월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될 때까지 회장직을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사이버MBA의 보통주는 290만 주였고 주당 액면가는 500원이었다. 2010년 유 전 장관의 사이버MBA 지분은 9.63%였다. KT가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참고했을 2009~2011년 동안의 사이버 MBA 성과는 좋지 않았다. 사이버MBA가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약 6억 원 적자, 2010년 약 3억 원 적자, 2011년에는 1억여 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KT는 ㈜사이버MBA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2012년 7월 1일 주당 4445원, 전체 77억7500만 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50.5%(174만9000주)를 매입했다. 유 전 장관이 이 시점에서 주식을 매도했다면 상당한 수익을 남기게 되었던 셈이다. KT이노에듀 경영전략실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 1월 현재 유종하 전 장관의 사이버 MBA 지분은 4%대다.OIC랭기지 비주얼 비싼 값에 인수
OIC랭귀지비주얼은 초등학생 대상의 영어교육 업체로서 KT의 콘텐츠 사업을 위해 KT가 2억 원, 유종하 전 장관이 8억 원을 투자해서 설립된 회사이다. 유종하 전 장관이 가진 지분을 황경호 이퓨처 사장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KT가 증자를 했는데 이를 통해 유 전 장관은 약 2년 만에 8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증자를 통해 OIC랭귀지비주얼을 계열사로 편입했던 KT는 교육 콘텐츠 사업을 위해 60억 원을 투자해 운영하던 KT에듀아이를 7000만 원에 매각하게 됨으로써 KT에듀아이에 투자했던 돈을 그냥 날리게 되었다.
▲ 4대강 사업, 22조 원 부은 '밑 빠진 독' <1> MB의 비용 : 4대강 사업, 22조 원 부은 '밑 빠진 독' ① "박근혜 정부 5년 수질 관리 비용만 20조 원" |
(1)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월말 기준 kt의 주요 주주 지분 비율은 외국인 43.9% (NTT도코모 5.46%, 실체스터 5.01%), 국민연금 8.65%, 자사주 6.6%, 미래에셋자산운용 4.99%, 우리사주 1.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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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설계수명이란 보험계약을 위한 품질보증기간을 말한다,
(4) 연료수명은 위성체가 가지고 있는 액화가스 연료 잔여량에 의해 계산된다. 위성체의 연료가 바닥나면자세제어가 안되므로, 안테나 방향이 서서히 틀어지고 위성체도 흔들리기 시작하여 수명이 다하게 된다. 잔여연료량은 지상 관제소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므로 잔여 연료수명 계산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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