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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파시즘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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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파시즘은 돌아왔다!" [먼슬리 리뷰]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파시즘의 귀환<2>
이 글은 <Monthly Review>(66권 4호, 2014년 9월)에 실린 사미르 아민(Samir Amin)의 "The Return of Fascism in Contemporary Capitalism"를 번역, 정리한 글이다.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


오늘날 지구 남반구에서의 파시즘

19세기 라틴아메리카는 대지주층의 야만적인 관행에 복속돼 “허드레꾼”의 처지로 전락한 소농층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하여 세계자본주의에 통합됐다. 적당한 사례로 멕시코의 디아즈(Porfiro Diaz) 체제를 들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이러한 통합은 진척돼 결국 “빈곤의 근대화”를 낳았다. 급격한 이농(離農)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더욱 분명히, 일찌감치 진행됐다. 이는 오늘날 도시의 빈민촌(favelas)에서 새로운 형태의 빈곤을 불러왔으며 구래(舊來)의 농촌빈곤을 대체하기까지 했다. 이와 동시에 대중들에 대한 정치적 통제 형태가 “근대화”됐는데, 독재가 구축됐고 선거민주주의는 폐기됐으며 노조 및 정당을 금지하고 첩보 기술을 통해 체포·고문할 수 있는 모든 권리가 “근대적인” 비밀 기관에 부여됐다. 이러한 정치적 관리 형태는 분명 동유럽의 종속자본주의국가에서 볼 수 있는 파시즘의 그것과 눈에 띄게 유사하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의 독재자들은 지역적 반동연합(대지주층, 매판부르주아지, 가끔 이러한 형태의 룸펜형 발전에서 이득을 보는 중산계급)을 섬겼으나 그들은 무엇보다도 최근 터져 나온 민중운동에 의해 상황이 반전되기 전까지 자기네들을 뒷받침해주던 지배적 해외자본,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자본을 위해 복무하였다. 예의 운동이 보여준 힘과 그러한 운동이 이룩한 사회적·민주적 진전은 준(準)파시스트적인 독재자의 귀환을 적어도 단기간 동안은 막아냈다. 그러나 미래는 불확실하다. 노동계급 운동과 지역 및 세계자본주의 간의 충돌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모든 유형의 파시즘이 그러하듯 라틴아메리카의 독재자들 일부는 그들에게 치명적이었던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필자는 호르헤 비델라(Jorge Rafael Videla)의 사례를 들고자 하는데, 그는 아르헨티나의 국민감정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말비나스 제도에 대한 전쟁에 나섰다.

1980년대부터 퍼지기 시작한 일반화된 독점자본주의의 룸펜형 발전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반둥 시기(1955-1980)의 국가포퓰리스트 체제를 이어받았다.(각주 3번) 이러한 룸펜형 발전은 또한 빈곤의 근대화 및 억압적 폭력의 근대화 양자와 유사한 형태를 산출해내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로 아랍세계에서 나세르 이후 체제와 바트 이후 체제 양자의 과잉을 들 수 있다. 우리는 반둥 시기의 국가포퓰리스트 정부들과 세계화된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그 계승자들이 모두 “비(非)민주적”이었다고 해서 양자를 한데 묶지는 말아야 한다. 반둥 시기의 정권들은 정치적으로는 독재에 다름 아니었으나, 노동자 대중을 이롭게 했던 실제적 성취와 반제국주의라는 입장 덕분에 일정한 민중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뒤따른 독재자들은 세계화된 신자유주의에 기꺼이 복종하고 룸펜형 발전을 동반하자마자 정당성을 잃고 말았다. 민주적이지는 않지만 민중적이고 국가적인 권위(국가포퓰리스트 체제)가 신자유주의적·반민중적·반국가적 기획에 종사하는 경찰 폭력에 길을 내주게 된 것이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최근의 민중봉기는 독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독재에 대한 의문은 오직 제기만 돼왔을 뿐이다. 민중반란이 요구한 다음의 세 가지 목표를 성공적으로 결합할 때만이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과 대안이 나올 것이다. 그 목표란 바로 사회 및 정치에서의 연속적인 민주화, 진보적인 사회적 성취, 국가주권의 확인이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것이 아주 단기적으로는 복수의 대안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혹시 조금이나마 민주주의를 덧붙인 반둥 시기의 국가포퓰리스트 형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또는 더욱 분명하게 구체화된 민주적이고 민중적인 국민전선의 형태는? 아니면 지금의 맥락에서 정치와 사회의 “이슬람화”라는 형태를 취한 퇴영적인 환상 속으로 뛰어들게 될까?

앞서 언급한 아랍세계의 세 가지 대응에 맞서 서구열강(미국과 미국의 하위 유럽동맹)은 엄청난 혼란 속에서 다음과 같은 선택을 내렸다. 바로 이슬람주의(political Islam)를 신봉하는 무슬림형제단 그리고/또는 다른 “살라피주의” 단체들에게 우선적인 지원을 건넨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단순하고 명백하다. 이들 반동적인 정치세력은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속에서 단순한 권력 행사에 만족했고, 따라서 사회정의나 국가독립에 관한 어떠한 전망도 포기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제국주의열강이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이다.

결과적으로 이슬람주의적 기획은 종속적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파시즘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은 사실 모든 유형의 파시즘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근본적인 성격을 공유한다. (1) 자본주의질서의 본질적 측면에 대한 도전의 포기. 이러한 성격은 세계화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만연과 연결된 룸펜형 발전 도식(圖式)에 도전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2) 반민주적, 경찰국가라는 형태로 정치를 운용. 예를 들어 정당과 단체를 금지하고 이슬람화된 도덕을 강요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선전의 홍수에 드러난 민주적인 수사가 거짓임을 보여주는 제국주의 열강의 반민주적 선택은 문제적인 이슬람체제의 “과잉”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여타 유형의 파시즘과 같이 이러한 과잉은 그들의 생각방식의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다. 바로 지도자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광신적인 국가종교 숭배를 계속하며, 인민을 복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기동타격대를 구성하는 것 등이다. 사실 이러한 광경은 일찌감치 보였는데, “이슬람주의적” 기획은 오직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내전이라는 맥락 속에서만 진행됐고 항시적 혼란만을 불러일으켰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유형의 이슬람주의적 권력은 현재 문제적인 사회들이 세계무대에서 결코 자기주장을 할 수 없는 채로 남아있으리라는 굳은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더하여 쇠락기의 미국이 이러한 “차선(次善)”에 우호적으로 무언가를 더 낫게 만드는 일, 즉 안정적이고 고분고분한 지역 정부 만들기를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예를 들어 힌두교의 인도처럼 아랍-무슬림 세계의 외부에서도 유사한 상황전개와 선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은 세계화된 신자유주의에 기꺼이 포섭되는데 동의한 반동적인 힌두교 정당이다. 인도인민당은 자기네들이 주도하는 정국을 통해 신흥강국으로 대두하겠다는 인도의 기획을 포기하겠다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파시스트라고 묘사한들 정말로 사실과 다른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지구의 서반구, 동반구, 남반구에서 파시즘은 돌아왔다. 그리고 이 귀환은 일반화·금융화(金融化)·세계화된 독점자본주의가 퍼뜨린 구조적 위기와 자연스레 연결된다. 우리를 애먹게 하는 이 체제의 지배적 중추가 파시스트적인 운동에 실제로 또는 잠정적으로 의지할수록 우리는 최대한도로 바짝 경계해야 하겠다. 지금의 위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파시스트적인 해결책에 의존한다는 위협은 실존하는 위험이 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워싱턴의 전쟁도발을 지지하는 일은 가까운 장래에 있어서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다.

각주

3. 일반화된 독점자본주의의 확산에 관해서는 위의 책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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