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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계약직 유서…"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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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계약직 유서…"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 2년간 7차례 '쪼개기' 계약…사내 성추행 항의하자 정규직 전환 이틀 전 해고 통보
'경제 4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해고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계약직 여직원이 재직 2년 동안 사측과 총 7번에 걸친 '쪼개기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입사 2년이 되기 이틀 전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했는데, 이는 해당 여직원이 사내에서 벌어진 성추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의 일이었다. 그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에 해고 통보가 "보복"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계약직 여직원 권모(25) 씨의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권 씨는 지난 2012년 9월 입사 이후 2년 동안 무려 7차례에 걸쳐서 계약과 해지를 반복했다. 3개월-6개월-2개월-3개월-2개월-3개월-2개월로 단기간의 근로계약을 반복하는 형태였다.

권 씨의 근로계약은 정규직 전환 시점을 이틀 남긴 지난 8월29일 종료됐다.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쪼개기 계약'인 셈이다. 권 씨는 유서에서 "아주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우원식 의원은 "갑을관계로 대표되는 대-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을 대변자로서 중소기업중앙회가 해서는 안 될 불공정 계약의 전형"이라며 "중소기업중앙회가 동네 편의점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성추행 문제제기 했더니 '무기계약직 전환' 미끼로 무마…결국엔 해고로

특히 권 씨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그가 사내에서 벌어진 성추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한 이후 이뤄졌다. 권 씨의 유서에서 드러나듯, "충분히 보복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이 결과(해고)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었던 셈이다. (☞관련 기사 : "중기중앙회 자살 직원, 성추행 피해 알리자 '왕따'")

▲권 씨가 자살 전 남긴 유서. ⓒ심상정의원실

권 씨는 자신이 업무 지원을 했던 CEO 교육과정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스토킹을 당해왔으며, 지난 6월 상사 고모 부장에게 2년간 있었던 성폭력 피해를 이메일을 통해 상세하게 알리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권 씨의 문제제기 이후 사측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미끼로 이를 무마하려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우원식 의원이 이날 공개한 권 씨와 고 부장의 통화내용 녹취록을 보면, 고 부장은 "강OO 전무에게 반강제적으로 OK(무기계약직 전환)를 받아놨다", "오 부장이 전환 계약서를 준비 중이다"라고 권 씨를 달랜 뒤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말자"고 입막음을 요구했다.

특히 권 씨는 해당 이메일에서 고 부장이 자신에게 가한 성추행에 대해서도 항의했지만, 이후 고 부장은 권 씨가 없는 자리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성추행 사실이 있는지 물어본 뒤, 직원들이 침묵하자 "없는 일로 하자"는 식으로 입막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권 씨의 직장 동료였던 전 계약직 직원 오모 씨는 "권 씨가 고 부장에게 성희롱과 성추행 건과 관련해 항의를 한 뒤, 고 부장이 권 씨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매몰차게 대했으며, (권 씨에 대한) 왕따를 주도하고 사업운영직(무기계약직) 전환을 번복하려고 계획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권 씨가 유서에서 고 부장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보복 의도를 갖고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한 것은 이런 일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 달여가 지난 8월25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권 씨에 대한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권 씨는 해고를 통보받고 한 달여 후인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A4용지 3쪽 분량의 유서엔 해고에 대한 울분과 사내에서 겪은 성추행 사실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우원식 의원은 "노동부 장관에게 지금 즉시 중소기업중앙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은 요구한다"면서 "권 씨의 유서에 쓴 표현 그대로 '악랄한' 그 사람들이 다시는 휴지통에서 휴지 뽑아 쓰고 버리듯 사람을 버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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