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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못 가서 자살…왜 이렇게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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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못 가서 자살…왜 이렇게 사나" [현장] '대학평가 거부' 경희·동국·성공회·한양대 총학 개최 교육 포럼
"고려대학교에 다니면서 반수를 했는데 성적이 안 나와서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소름 돋았어요. 이 사회에서 서열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입학하고 처음 학교에 갔더니 과 안에서 우리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아니라는 패배의식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왜 우리는 자기를 좌절감에 빠지게 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2014년도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가 공개된 지난 6일 대학평가 거부 선언에 동참한 학생들이 중앙일보사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벌였다. ⓒ프레시안(서어리)

대학가에서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에 대한 반대 선언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대학 서열화 문제에 대해 자기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 등 대학평가 반대 선언에 참가한 총학생회가 11일 오후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누구를 위하여, 대학은 줄 서는가'라는 주제로 교육 포럼을 열었다. 각 학교 소속 학생 80여 명은 학벌주의와 관련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학교별로 진행된 토론은 서열 의식에 대한 자기 고백에서부터 시작했다.

동국대학교 학생 토론에서, 심예율 학생은 "남들이 대학 평가를 하는 걸 굉장히 부정적으로 봐놓고서는 사실 저도 제 안에 만들어놓은 서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삼수'를 했다는 조영은 학생은 "그땐 대학이 제 인생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삼수 생활이 끝나고 나서 보니 내 삶의 기준을 나 스스로가 아닌 사회의 시선에 맞췄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벌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낀 일화들을 막힘 없이 풀어냈다. 길소영 학생은 "교육 봉사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 한 초등학생이 '동국대가 어딨느냐'고 묻더라"며 "고등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부터 저런 질문을 하는 걸 보고 굉장히 놀라웠다"고 했다.

이들은 학교 줄 세우기뿐 아니라 외모 줄 세우기, 심지어 언론에 'ㅇㅇㅇ 같이 하고 싶은 연예인 순위'와 같은 설문조사가 넘쳐난다며 사회 전반에 서열 의식이 공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같은 서열 의식이 결국 교육 과정 속에서 습득된 것이라며, 중등 교육과 고등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박웅진 학생은 "학생회에서 기획 사업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가 없더라"며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받은 중등 교육 과정 속에선 창의성을 기를 어떤 장치도 없었던 것 같다. 중등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유재영 학생은 "결국 입시 제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 교육 전체가 입시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11일 교육 포럼에 참가한 학생들이 학벌주의와 관련한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하는 토론을 열었다. 학생들은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학벌주의의 문제를 고발하는 자보를 만들었다. ⓒ프레시안(서어리)

"에디슨이 한국 오면 쫓겨날 것… 대학평가 거부 운동 확산돼야"

학생들은 토론에 앞서 이범 새정치연합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김승환 전북교육감를 초청해 대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 부원장은 "시대가 바뀌었다"며 "특히 기업 인재상이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한국 주요 기업 모두 '모방'에서 '창의'로 전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이 부원장은 "구직자인 대학생들은 학벌주의에 더 목매는 반면 기업에서는 학벌주의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며 "소위 'SKY'에 나온 인재들의 '스펙'과 실제 업무에 필요한 능력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언론사의 대학 평가가 대학 내 창의적 교육을 막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벨상을 많이 탄 일본의 경우 영어 강의를 하지 않는 대신 전공 강의를 토론 등으로 깊이 있게 한다"며 "영어 강의 비율로 점수를 매기는 기형적인 평가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깊이 있게 학문을 배울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고 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어느 중등 교사의 책 내용을 인용해 한국 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어떤 독립운동가가 옥황상제를 알현해 청을 드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부유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유능한 과학자 다섯 명만 보내달라고요. 옥황상제는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 에디슨, 뉴턴, 갈릴레오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퀴리부인은 공부는 잘하는데 미모가 받쳐주지 않아 떨어졌습니다. 에디슨은 머리는 좋은데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아 학력 미달로 탈락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 말고는 잘 하는 게 없어서, 뉴턴은 학위논문 제출했는데 수준이 너무 높아서 채점자들이 이해를 못 해 탈락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갈릴레오는 너무 입바른 소리를 많이 해서 연구비가 중단됐습니다."

김 교육감은 서열화를 조장하는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2012년 전국시도교육청 평가를 시도했지만 전북교육청이 거부를 해 무산된 적이 있다"며 "여러분도 참가 대학을 더 모아 더욱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정치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보통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우리나라 교육의 백년대계를 고민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세워져 학벌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11일 교육 포럼에서 대학 서열화의 문제에 대해 강연한 김승환 전북교육감.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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