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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네 가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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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네 가지 제안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무원연금 개혁, 진짜 '국민 테이블' 만들자"
이번 주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입법 발의할 예정이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가 공동 발의자로 나선다. 가능한 빨리 일을 해치울 태세다. 26일 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TF가 국민연금 방식의 하후상박을 공무원연금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긍정적 진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점검해야 할 사안이 많다.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할 연금 개혁이 지나치게 졸속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금 개혁은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초고령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는 앞으로 계속 쌓여가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하여 다음 네 가지를 제안한다.

하루 전에 알리는 '국민포럼'

첫째, 웃음거리 '국민 포럼' 중단하고, 진짜 국민테이블을 만들어라. 안전행정부가 지난주 금요일부터 '공무원연금개혁 국민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7개 도시를 순회하며 국민과 공무원을 아우르는 '열린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게 포럼의 취지다.

그야말로 가관이다. 무슨 국민포럼을 개최하면서 그 사실을 하루 전에 국민에게 알리는 나라가 있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패널 섭외도 하루 전 혹은 당일 오전에 이루어진 모양이다. 지난주 금요일 국민포럼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사는 국민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는데, 행사 계획안에 나온 소요 시간이 장관의 인사와 마무리 말씀까지 포함해서 딱 한 시간이다(실제는 현장 발언 등으로 2시간 이상 걸렸다). 이번 주 화요일에는 충청권(세종․대전․충청) 국민포럼이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역시 한 시간 열릴 예정이다. 아직도 이런 행정을 기획하고 버젓이 진행한다는 게 놀랍다. 이리도 국민을 얕볼 수 있을까?

서울과학기술대 김영순 교수가 펴낸 <코끼리 쉽게 옮기기>(후마니타스 펴냄)를 보면, 영국은 드물게 연금개혁을 합의적 방식으로 이룬 나라이다. 특히 전국을 순회하며 국민들과 토론하고 토론 전후 의견 변화를 반영하는 정부의 노력이 돋보였다. 아마 안전행정부도 영국 이야기를 들은 모양인데, 영국 사람들이 우리 '국민 포럼'을 알까 부끄럽다.

▲ 27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개최한 '공적연금 복원을 위한 공노총 총력결의대회'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권위를 가진 분석 보고서가 없다

둘째, 정부는 공무원연금 자료를 전면 공개하고, 권위 있는 분석 작업에 나서라. 최근까지 공무원연금 수령자에 대한 통계는 거의 전무했다. 공무원 직급별, 직종별, 재직기간별로 연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자료들은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데 필요한 핵심문서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요구해도 수령자 유형과 직급이 복잡해 평균액을 산출할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는 답변만 내놓는다. 유형이 많으면 유형별로 내면 되면 되는 일을 회피한다. 수령자에 관한 정보를 알리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지 서글픈 일이지 이번 국정감사를 맞아 연금액별, 재직기간별, 직종별 연금액 수치가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마 국회 안전행정위 새누리당 간사(조원진 의원)가 나서서 가능한 일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공무원연금 실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분석 보고서가 없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정부가 재정추계위원회를 구성해 1년간 작업을 벌이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 실태, 미래 전망을 토론할 수 있는 다양한 수치가 도출된다. 이에 반해 공무원연금은 기본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았고, 이러다 보니 심층 분석 작업은 진행되지도 못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구조가 매우 다르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세 차례 개혁을 거치면서 재직자 내부에도 적용되는 제도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더욱 더 여러 항목(직종, 재직기간, 직급, 개혁연도 등)을 감안한 다양한 비교 분석 자료가 나와야 한다. 이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기본 토대이다. 그래야 국민연금보다 얼마나 차이가 큰 지 평가하고, 개혁 방안도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계급장 떼고 하후상박 도입해야

셋째, 공무원연금에 전면적으로 하후상박 원리를 도입하자. 정부가 국민연금과 형평성 문제를 강조하면서 국민연금으로의 '단일화'를 추구한다면 당연히 국민연금에 담긴 하후상박 기능(균등지수)도 도입해야 한다. 새누리당 TF가 이를 수용하기로 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상당수 학자들이 현행 비례방식의 공무원연금을 지지해 왔다. 이들은 공무원연금은 직종 연금이라 일반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과 다르다 설명한다. 하지만 두 연금 모두 법으로 정한 노후소득보장제도이다. 공무원연금에는 이미 정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다. 왜 공공적 분배 개입을 마다하는가?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공무원연금 수령자 내부 격차가 상당히 크다. 올해 8월 기준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33.8만 명, 월 평균액이 234만 원이다. 연금액이 1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400만 원이 넘는 사람도 2000명이 넘었다. 직종별 월평균 연금액도 차이가 컸다. 정무직이 315만 원으로 가장 높고 기능직은 159만 원으로 낮았다.


재직기간도 연금액에 영향을 미친다. 전체 연금 수령자 중 33년 이상 재직한 사람은 전체 수령자 절반인 17만 명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연금액이 295만 원으로 20~25년 재직한 공무원들의 평균 144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재직기간이 긴 교육 공무원은 282만 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판검사는 248만 원으로 이보다 낮았는데 재직기간이 짧은 탓이다.

이렇게 공무원연금 수령액의 차이가 큰 건 공무원 내부 위계에 따른 보수 차이가 연금액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공무원연금은 내부 재분배가 없는 비례연금이어서 상위직급일수록, 월급이 높은 직종일수록 보수에 비례해 연금액이 많다. 여기에 재직기간에 비례하는 연금제도의 특성 상 오래 재직한 사람일수록 역시 연금액이 높다.

이러한 연금액 격차는 시정돼야 한다. 공무원 재직 시절에는 내부 계급적 위계가 작동했더라도, 최소한 노후복지에선 과거 계급장을 떼야 하지 않겠나? 퇴직했다면, 인생 후반을 사는 노인으로 서로를 돌봐야하지 않겠나?

많은 국민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 말한다. 동시에 하위직 공무원들의 애환에 공감을 표한다. 그렇다면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기존 가입기간과 이후 가입기간 각각에 하후상박 원리를 적용하자. 기존 가입기간에 대해서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연금 급여 삭감은 최소화하고, 중위 공무원부터 누진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모색하자. 이번 개혁 이후 가입기간에는 국민연금 방식의 균등지수를 도입해야 한다. 이래야 하위직 공무원 당사자들의 명분을 세워주면서 정부도 일부 재정을 절감할 수도 있다.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열차'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출구이기도 하다.

공적연금 강화는 기초연금 인상으로!

넷째,
ⓒ연합뉴스
공적연금 체계에서 기초연금을 주목하자. 공무원노조는 국민연금까지 포함해 전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하향 평준화'하기보다는 국민연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나는 공무원연금의 '하향 평준화' 비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국민연금 상향을 위한 방안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급여율을 올린다면 보험료율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현재 국민연금 급여율이 낮음에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보험료 수준'을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 급여율 40%(40년 가입 기준)에 조응하는 보험료율은 약 15%이다. 지금도 급여 수준에 비해 우리가 보험료를 덜 내어 그 차이만큼을 후세대에게 넘기고 있다. 연금은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도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평균수명도 길어지는 현실에서, 양 세대에게 공평한 연금만이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매우 불안정하다. 국민연금은 냉엄한 놈이어서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다. 2014년 3월 기준 비정규노동자 중 67%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시장의 불안정이 심각한 곳에서는 기초연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07년까지 일반 국민에게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하나뿐이었다. 이어 2008년부터 공적연금의 중요한 기둥으로 기초연금(당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비록 박근혜정부에서 기초연금의 보편주의적 성격이 후퇴했지만, 최고금액 20만 원은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급여율 10%에 해당한다. 국민연금 평균소득자가 20년 가입할 경우, 자신이 받을 국민연금 급여율이 20%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초연금 10%의 의미는 상당하다.

공적연금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기초연금의 역할을 주목하자. 아직까지 우리나라 공적연금 논의는 국민연금 중심론에 머무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정부는 기초연금을 선별주의 공공부조로 축소할 의도마저 드러내고 있다. 기초연금은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아무리 커도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는 연금이다. 동일 금액이 제공되기에 노후복지로서 사회연대 효과도 크다. 보편주의 기초연금을 두텁게 만들어 가면 공적연금 체계의 공공성은 그만큼 더 강화될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출구가 하후상박이라면, 공적연금 강화로 가는 출구는 기초연금의 인상이다.

진짜 국민테이블 만들자

이번 주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제출하면, 논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치열한 논쟁은 바람직하지만 졸속 심의는 곤란하다. 지방선거를 이유로 여러 독소조항(물가 연동, 줬다 뺏는 기초연금 등)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서둘러 통과했던 기초연금의 아픈 전례를 이미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번 정부안에서도 역시 독소조항이 존재한다. 경제 상황과 고령화 정도에 연동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안정화 장치', 물가조차 반영하지 않는 '물가 연동 인상 배제' 등은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은 독소조항이다. 정부 연금재정 세입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장치는 세입 확대 노력보다는 연금액 삭감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심각한 조항이 별다른 논의도 거치지 못하고 통과되어 버린다면 공적연금의 신뢰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새누리당의 법안 제출은 본격적인 논의를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이제 제대로 논의를 벌이자. 박근혜 정부가 진정 국민적 개혁을 추진하려면, 지금 진행되는 '국민포럼' 방식의 일방주의 자체를 중단하고 민의를 모으는 진짜 국민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공적연금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도 커질 수 있다. 당사자들은 하고픈 말을 충분히 해야 사회적으로 다수가 내놓은 결과에 수긍할 수 있다.

*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 번 칼럼을 들으세요. (☞바로 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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