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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행정직이 국사편찬?…'국정화' 수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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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행정직이 국사편찬?…'국정화' 수순 논란

"편사연구관에 행정사무관 배치할 수 있어"

정부가 전문 연구원인 편사연구관만 임용하도록 했던 국사편찬위원회 실무진 자리에 일반행정직도 갈 수 있도록 자격 조건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전환을 염두에 두고, 교과서 검정 업무 담당자를 전문성과 상관없이 입맛에 맞는 인사로 배치하기 위해 사전 작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조직 개편안에 대해 국사편찬위 측은 아무런 사전 설명을 받지 못했다. 고작 이틀의 검토기간이 주어졌을 뿐이다. '일방통보식 졸속 개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역사 비전문가가 편사연구관 맡게끔 길 열어


<프레시안>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일 오전 교육부 산하 기관에 교육안전정보국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 안에 대한 의견 조회'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4일까지 회신이 없는 경우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개정령 안 그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는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대한 직제 변동 내용도 포함돼 있다. 주목할 점은 "편사연구관을 편사연구관 또는 행정사무관으로 하고 편사연구사를 편사연구사 또는 행정주사로 한다"는 대목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한국사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편찬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 사료편찬 기관으로, 소속 직원들에게는 역사 관련 전문성이 요구된다. 때문에 사료 관리나 교과서 재검정 등 주 업무는 국사편찬위가 별도 채용한 편사연구관, 편사연구사 등 연구직 공무원들이 담당해 왔다. 편사연구직은 역사 관련 학과 석사 이상의 학위 취득자들로, 편찬위원회는 채용 시 전문성 검증을 위해 논문 편수, 연구 실적 등도 까다롭게 심사한다.

편사연구직 자리에 일반 사무직 공무원이 이동 가능하도록 한 이번 직제 개편안이 확정된다면, 국사편찬위가 지금처럼 전문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검정 작업만 외부에 개방, 이유는?

현장에서 전문성 상실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정부 입김'이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가 향후 실제 국정화 체제로 전환이 되면, 입맛에 맞는 인사 배치를 통해 교과서 검정 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국사편찬위 내부 반응이다.

특히나 역사교과서 재검정 주무실장인 역사진흥실장 채용 제도가 지난해부터 '개방형 공직제'로 바뀌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커졌다.

국사편찬위는 기획협력실, 사료조사실, 연구편찬정보화실, 역사진흥실 등 네 개 팀으로 나뉘어 있다. 각 팀 업무를 총괄하는 실장은 편사연구관 출신이 내부 승진을 거쳐 맡아왔다. 그러나 이 중 나머지 세 팀을 제외한 역사진흥실 실장 자리만 민간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는 개방형 공직제로 급작스럽게 바꾼 것. 현재 국사편찬위 내 개방형 직제는 역사진흥실장과 국사편찬위원회 2인자인 편사부장 단 두 자리로, 모두 교과서 검정 업무에 깊이 관여하는 자리다. 교과서 검정 작업 관련 보직에만 외부 인사 채용을 열어둔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 사태 재발하면, 교육부의 개입이 더 쉬워져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국사편찬위원회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편사부장직 채용 당시엔 낙하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모 교육부 직원이 편사부장직에 지원서를 넣자, 국사편찬위는 자격 조건에 전에 없던 '교육 및 교육행정 분야' 요건을 슬그머니 추가한 것. 당시 내부에서는 '교육부가 소속기관 공모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기사람을 심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역사진흥실장 채용 방식도 똑같이 바꾼 이상 이 같은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장급 인사 이상에서 낙하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구 실무진까지 일반 공무원으로 대체된다면 연구 독립성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역사진흥실장과 교과서 관련 연구원이 모두 전문성은 결여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배정된다면, 역사 왜곡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국정화 전환이 좌절된다 하더라도, 이번 직제 개편은 역사 왜곡 시도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사편찬위 한 관계자는 "현행 검인정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사태 같은 경우가 또 발생한다면 이번에는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키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위원장도 몰랐던 조직 개편교육부, 왜 서두르나?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을 포함한 국사편찬위 주요 간부들은 이 같은 조직 개편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조직 개편은 해당 부처와 각 기관 사이에서 상당 기간 동안 사전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몹시 이례적이다.


유 위원장은 "교육부 등으로부터 사전에 전혀 언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조직 직제 개편안에 대해 이제 내부 논의를 하는 중이라 별도 입장을 밝힐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사편찬위 다른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 개편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던 상태임에도 교육부는 숙고할 시간을 고작 이틀밖에 주지 않았다""교육부가 이같이 급하게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 관련 업무라고 해도 행정직 공무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해당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인사 폭을 넓히는 것이지, 연구직 업무를 행정직 업무로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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