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과 독일식의 차이
첫째, 우리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따로 구분하여 별도로 집계한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이들을 서로 연계하여 계산한다. 먼저 선거에 참여한 모든 정당들에 대한 전국득표율(제2투표)을 계산하여 개별정당의 '총 의석수'를 결정한다. 이것을 다시 각 정당별로 권역별(보다 정확한 표현은 16개 주별; 우리의 경우에는 광역단위별) 득표율에 따라 '주(州) 의석수'로 배정한다. 이러한 주 의석수에서 같은 주에서의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만큼 주의 비례대표 당선자 수가 결정된다. 어떤 정당의 주 의석수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지역구 당선자가 많을수록 비례대표 당선자는 줄어들게 되고, 반대로 지역구가 감소하면 비례대표는 증가하게 된다. 지역구 의석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1표라도 더 득표한 1인을 당선자로 결정한다. 또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모든 유권자들의 1표는 바로 의석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A정당이 선거결과 총 의석수를 200개 받았는데, 그 가운데 20개의 지역구가 있는 Y라는 주(州)에서 정당득표에 의해 의석수가 15석으로 결정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A당이 Y주의 지역구에서 9명이 당선되었다면, 나머지는 비례대표 6명이 순번대로 당선되는 것이다. 비례대표와 지역구 당선자가 따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A정당이 Y주에서 위와 같은 조건인데(15석 확보), 이번에는 지역구에서 18석이 당선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A정당은 Y주에서 15석만 가져가야 되는데, 18석으로 이미 3석이 초과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비례대표 당선자는 당연히 1명도 없게 된다. 하지만 지역구에서의 당선은 그대로 인정하여 의석수는 18석이 되며, 이 때 초과된 3석을 바로 초과의석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A정당의 전체 의석수는 최초 결정된 의석수(200석)보다 3석이 늘어난 203석이 된다. 결론적으로 초과의석은 한 정당이 어떤 광역지역에서 정당득표율에 의해 결정된 의석수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석을 얻었을 때 발생한다. 새누리당의 의석이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둘째, 우리는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지역구가 246석, 비례대표가 54석으로, 비례대표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비례대표의 비중이 50%이다. 독일처럼 비례대표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소수정당들의 의회진입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즉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독일에서는 현재 4~5개의 정당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상황이다. 그러나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의 선거결과만 놓고 보면, 독일도 철저하게 기민당과 사민당, 즉 거대 양당의 독과점체제이다. 최근 세 차례의 연방총선 결과들을 살펴보면, 지역구 당선자가 매 회기 자민당은 0석, 녹색당은 1석, 좌파당은 3~4석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례대표를 포함할 경우 이들의 의석수는 전체의 약 20~38%에 달한다.(관련 기사 : 경기도 연정실험, 남경필 지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셋째, 우리가 비례대표의 후보들을 중앙에서 결정하여(전국구) 선출하는데 반해, 독일은 이를 권역별(주별)로 후보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선출한다. 독일식을 따를 경우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대표성이 확보되고, 정치인들이 중앙으로만 몰려드는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정치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이는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높은 봉쇄조항
다만 비례대표를 확대하여 정당득표율로 의석수를 결정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의 하나는 국회에 소수정당들이 난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실제로 과거 바이마르 공화국(순수 비례대표제 실시) 당시 그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여 결국 나치시대로 넘어가면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래서 독일식 비례대표제에는 정당득표율이 5% 미만이거나 또는 지역구 당선자가 3명 미만일 경우에는 정당득표에 따른 비례대표의 의석배분을 제한하는 봉쇄조항이 존재한다. 비록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정당득표율이 의석수를 결정하고,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선출하며 그 비중이 전체의석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차이점들이 존재하지만, 투표방식에서 유권자가 1인 2표를 행사한다는 점은 우리와 같다. 그래서 우리가 당장 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시행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 점은 선거제도의 개혁논의와 관련하여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다. 또한 여야가 독일식 제도의 도입에 합의할 경우, 필연적으로 초과의석이 발생하여 전체 의석수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국민정서 상 정치권이 의원수를 늘리자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면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도 자신들의 의석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데 굳이 이를 거부할 필요가 있을까? 다음 편에서 그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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