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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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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주간 프레시안 뷰] 여야 모두 '낡은 것으로의 회귀'?
"낡은 것은 새로운 것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않으면,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면 부든 권력이든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인지 미국 정치사에서도 새로움을 강조해 유명해진 노선들이 있습니다. 루스벨트의 '뉴딜', 존 F 케네디의 '뉴프론티어', (꽃 피우지는 못했으나) 게리 하트의 '뉴아이디어'가 그것입니다.

낡은 것이 새로운 것을 이길 수 없다는 말, 즉 새로움에 대한 강조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의 '새정치' 등장 이전인 2000년대 초 전후 여의도 정가에서도 유행했었습니다.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 개막', '낡은 정치 청산과 탈권위주의'를 앞세워 지금의 야권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연속으로 창출했을 때였습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지금 새누리당의 전신, 즉 한나라당은 새로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수구·꼴통·보수'의 이미지를 탈각해야 집권의 전망이 있겠다라고 판단했던 것이었습니다. "변하지 않으려면 먼저 변하라"는 격언을 기억해 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실행한 것이 '2050 프로젝트'입니다. 20대 연령층에서 50퍼센트(%)의 득표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새누리당은 2007년, 2012년 대선에서 연속으로 승리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청계천 복원사업과 사업과 같은 가시적 성취를 앞세워 민주-진보 후보들보다 더 진보적인 것으로 간주됐던 이명박 후보의 '진취성',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 박근혜 후보의 '전향성'도 시대의 흐름에 올라탄 실천의 결과였습니다. 지금이야 진취성은 악취(惡臭)를, 전향성은 전제(專制)의 내음을 풍기고 있는 듯합니다만….

▲ '박근혜 사단'은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그리고 12월 대선에서 '박통(朴統) 시대'를 재현했다. 33년만의 일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새해 첫 칼럼에서 이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작금의 정치권이 새로운 것을 취하기는커녕, 낡은 것으로의 회귀마저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새로움을 내세웠을 때조차도 그러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제1야당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당 모두가 낡은 것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심지어 맞지도 않는 낡은 드레스를 입으려고 억지로 살을 빼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12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낡은 통치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반공주의와 애국주의라는 낡은 가치에 기대 유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낡은 인물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집권 이후 내내 그랬습니다. 종북주의 논란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경제 민주화 철회에서 성장주의 재강조로 이어진 과정에서, 그리고 군과 법조계 출신이 주를 이루는 인사에서 측근의 국정농단 논란으로 연결되기까지 그랬습니다. 불통, 독단, 만기친람 등 모두가 낡은 리더십의 소산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을 애국주의 코드로 읽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영화 속 주인공이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부동자세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것을 '애국심의 발로'라고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마치 80년대 이후 30년간 외국에 살다가 들어온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왜 그렇게 경제 민주화와 복지, 세월호 모멘텀과 같은 새로움의 계기를 소홀히 다루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지배 질서, 부와 권력의 독점 질서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낡은 질서를 온존하려 하기 때문이죠. '국가 개조'와 '적폐 척결'이라는 말이 금세 사라진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낡은 것으로 자꾸 회귀하려 합니다. 당권 경쟁 중에 '민주당'으로의 당명 개정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옛 이름에 대한 향수에나 젖어 있을 때가 아닌데, 그러고 있습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국민들은 그다지 호의적이지도 않은데, 그러고 있습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 경쟁은 당 밖에 있는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끌어내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수권 전망을 끌어내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갖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호남 당원의 지지만을 중심에 놓고, 그들만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호남 당원들, 더 나아가 호남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 역시 좋았던 시절의 민주당이 아니라, 수권 전망을 가진 제1야당인데 말입니다. 호남을 정권교체를 위한 지지기반의 핵으로 복원시키기 위한 방법 역시, 수권 전망 만들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당권 경쟁은 호남 당원과 유권자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는 인물을 세워내고 지배 질서의 전환을 담고 있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진보진영은 또 어떻습니까. 정의당은 연초에 천안함 위령탑 참배를 위시로 안보 행보를 선보였습니다. 종북주의와 통합진보당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국방을 중시하는 헌법 안의 진보정치 세력임을 자처하기 위한 것입니다. 의도는 좋습니다. 필자는 한국의 진보가 분명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정당이라면 천안함 위령탑 참배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그냥 옛 정치인 따라 하기를 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2015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의당에게 바라는 것이 과연 그런 퍼포먼스일지 의문입니다. 일회성 퍼포먼스보다는 국방 정책(또는 보훈 정책)을 역사적 화해 혹은 민생 개선과 연결한 정책을 발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입니다. 종북주의 논란에 휘말리고 정당 해산까지 목도한 처지가 된 것은 이념과 정책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다름의 효능'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름의 효능' 중 하나가 바로 '새로움'입니다. 같음을 증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심지어 낡은 방식을 따라 하기보다는, '다름의 효능'을 증진시키는 것이 정의당, 더 나아가 진보정치 세력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퍼포먼스를 하려면, 뭔가 새로운 메시지라도 있었어야 했습니다. 국방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담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중 상처받고 고통받은 이들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자긍심을 갖고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할 힘을 낼 수 있는 메시지 말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에 맡긴 것입니다. 답을 낼 수 없다면, 물음이라도 던졌어야 합니다. 물음마저도 없다면, 조용히 홀로 참배하거나 가족들을 만나 뼛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올지도 모를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합니다.
▲ 오는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서 맞붙게 된 박지원·문재인·이인영 의원. 이들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프레시안

인류 문명이 그러했듯이, 정치도 새로운 물음과 답변, 새로운 구상과 실천, 새로운 인물과 세력에 기대 앞으로 나아갑니다. 수학 역사에서의 '0의 발견'에 비견되는 '새로움'을 당장 기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쇼몽>의 작가인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는 "무릇 정치 천재란 세상(민심)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민심)이 자신을 따르게 만드는 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비범한 견해를 실현할 비범한 능력의 보유자를 가리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천재가 어디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나오겠습니까. 그래서 필자는 아쿠타카와보다는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이자 문예비평가로서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인이었던 월터 배젓의 말처럼 "평범한 견해와 (그것을 실현할) 비범한 능력"을 가진 자가 천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에서 새로움을 찾아 그것을 실제 구현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세기 말 유럽의 민주주의가 그랬고,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20세기의 뉴딜과 복지국가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2015년 새해에는 '새로움'을 선사하는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답이 긍정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중에 눈여겨볼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세균 전 서울대 교수와 명진 스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위시로 한 진보학계와 종교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 진보적 대중 정치 복원을 위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약칭 '국민모임')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신당 창당 추진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의 합류 가능성 때문에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휴먼리서치라는 여론조사기관이 12월 30일~31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율이 18%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위협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당대표 선거 중인 노동당에서도 진보 재편 혹은 재구성을 위한 노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독자 노선 유지-정의당과의 합당-국민모임 합류 등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새로움’을 지향하는 행보입니다. 실제 얼마나 새로울지 아직 두고 봐야 합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직은 정의당도, 정동영 상임고문도, 노동당도 신중함을 견지하고 있습니다(정동영 상임고문의 탈당 가능성은 꽤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언에 따르면, 전당대회 전에 감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네요).

새정치민주연합은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자신들을 대체하겠다는 움직임이니 달갑지도 않을 것이고, 일단은 당권 경쟁이라는 불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니 그럴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이든, 국민모임이든, 노동당이든 간에 어디서 무엇으로 '새로움'을 내보일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실제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다름의 효능'을 발휘할 구체적인 인물과 의제와 담론과 정책과 사업을 통해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새정치가 뭐냐?'라는 물음이 내내 따라다녔던 '안철수 새정치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좋았던 옛날 것'으로의 회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진보적 대중정치의 복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운동권 명사'들의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와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로 채워진 풍경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싶어 하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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