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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쿠데타로 구조개혁? [주간 프레시안 뷰] 사회적 합의 없는 구조개혁과 투기적 경기대책
안녕하세요? 경제 흐름의 맥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해 12월 29일 자 칼럼에 이어 2015년 경제정책을 분석해 드립니다.


정부의 2015년 경제정책은 구조개혁('핵심 분야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 개선'), 경기대책('구조개혁을 뒷받침하는 경제활력 제고'), 리스크 관리('리스크 관리 3종 세트로 위험요인 사전 제거'), 그리고 부록처럼 붙은 남북정책('남북 간 신뢰형성으로 본격적인 통일시대 대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느 때와 달리 구조개혁을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경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서리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부동산 경기에 올인했던 '초이노믹스'가 신통치 않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구조개혁을 앞세우기 시작했죠. 해서 이번 경제정책 앞에는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천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청와대

. 수익성을 보장해서라도 돈을 끌어들이자

우선 경기대책부터 보면 '시중에 떠도는 돈을 투자로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의 규제완화 만으로는 부족하니 아예 수익성까지 보장해 주자는 겁니다. 즉 '민자유치 확대, 투자촉진 프로그램, 임대주택시장 활성화 등 내수 활성화 정책'(관계부처, p4)가 정부 성장정책의 핵심이죠.

아예 한 항목으로 독립한 '임대주택시장 활성화'에는 택지 인센티브, 금융지원, 세제지원 등 열 가지 이상의 정책수단이 동원됐습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토지를 적극 활용하고 용지공급 조건을 완화하며 개발제한구역의 해제요건을 완화하는 등 민간 임대 주택사업에 뛰어든다면 땅을 얼마든지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장기 임대주택 용적률 상향 조정, 도시형 생활주택 우선 공급 등 지난해 건설규제 완화에서 한발 더 나아갔으며 기업형 임대주택 관리업의 인프라 구축도 약속했습니다.

금융 면에서는 장기 미착공 사업장에 대해서 주택기금을 동원해서 돈을 대줄 것이고 리츠(주택관련 민간투자 펀드) 상장요건 및 출자 한도 완화, 리츠와 펀드 간의 격차 해소 등을 약속했습니다.

세제 면에서는 임대주택 리츠의 법인세 면제 범위를 확대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신설하며 준공공 임대사업자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율도 높여 줄 작정이랍니다.

이외에도 공급확대와 짝을 이루는 수요기반 확충 정책이 제시됐고, 이 모두를 특별법이라도 제정해서 지원하겠다고 확약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임대주택업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 합니다.

토목건설에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계획입니다. 민자사업 대상에 도시재생 기반 시설을 포함하고(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기존의 수익형 민자사업(BOT, Build Operation Transfer)에 더해서 '손익공유형 투자방식'(BOA, Build Operation Adjust)을 도입하겠답니다. 철도, 경전철, 항만, 환경시설 건설에도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단다. 기획재정부는 이 방식을 의료, 보육, 노인요양 시설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이제 사회서비스업에도 건설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얘깁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여, 한 몫 챙겨 줄 테니 건설에 뛰어들라!" 이것이 정부의 경기대책입니다.

설비투자 분야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초점을 맞출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정부가 현물출자를 포함해서 산업은행 자본금을 2조 원 이상 보강해 줘서 15조 원 이상의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운영한답니다) 투자리스크를 적극 분담해서 30조 원 이상의 신규투자를 유도할 예정입니다. 즉, 설비투자 분야에서도 위험과 개별기업 부담을 덜어 주며 대형 투자프로젝트 위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죠.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초기의 위험이 크다든가 양의 외부효과가 큰 사업은 정부가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정부 정책은 산업의 성숙도와 같은 여러 조건을 불문하고,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정부가 해결해주겠다는 얘깁니다. 20조 원 규모의 '현장에서 대기 중인 기업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조기 가동'이 바로 그 예입니다. 결국, 혜택은 대기업이 누리겠죠.

이런 대기업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 프로그램을 구조개혁 항목에 집어넣은 것('금융 역동성 제고')도 흥미로운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 자취를 감추었던 과거의 메가뱅크, 투자은행 육성, 사모펀드 육성 같은 금융허브 구상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거시 건전성 규제가 절실한 시점에 '금융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완화가 부활('2단계 금융규제 개혁 방안'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될 예정입니다)한 겁니다.

Ⅱ. 거시건전성 규제도 완화하겠다

세계경제의 하방 위험 요소가 많고, 특히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합니다. 정부는 '리스크 관리 3종 세트'라는 이름으로 가계부채 대책('가계부채 구조개선과 연착륙 유도'), 구조조정('선제적이고 친화적인 기업구조조정'), 자본유출대응('국제금융시장 변화에 맞춘 대응력 향상과 안전판 마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가계 대출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것과 상호금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빼고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행복기금'을 조성해 적극적으로 가계부채를 축소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부채의 유동화를 꾀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한 파생상품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기를 빌미로 금융산업계의 숙원사업을 들어주겠다는 거죠.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 역시 한계기업에 대한 긴급 조치를 빼면, 금융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기업재무안정 PEF 활성화'와 'M&A 관련 세제 등 제도 개선'이 그겁니다.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과 관련해선 급격한 자본유출이 문제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바로 그 때문이었으니까요. 이에 관해선 우리나라도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신현송 당시 국제경제보좌관(현재 프린스턴대 교수)이 주도한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과세)가 그것이죠.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안전장치를 강화한 후 글로벌 자금흐름 변화에 따라 기존 자본유입완화장치를 탄력 운용'이라는 명목으로 3종 세트를 무력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확실한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 규제' 역시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암 덩어리'로 보고 있는 것 아닐까요? 현재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자본유출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지만, 만일 거시건전성규제를 완화한다면 그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겠죠.

Ⅲ. 신형 쿠데타로 구조개혁을?

제 생각에 2015년 경제정책의 진정한 문제는 구조개혁에 있습니다. 저도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국민연금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현재의 노동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도 동의합니다. 교육개혁은 아이들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더욱 절실합니다. 우리 사회는 현재 구조로 발생하는 각종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으니까요.

구조개혁이란, 과거의 제도와 관행을 바꾸지 않은 채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가장 성공한 구조개혁을 꼽는다면, 단연 전후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복지국가 체제일 겁니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농지개혁이 바로 그런 구조개혁이었습니다. 농지개혁은 6.25 한국전쟁과 맞물려 과거 질서인 지주제를 해체했으니까요. 그렇다면 현재 구조개혁 대상은 1994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선언 이래, 외환위기와 한미 FTA, 그리고 '이명박근혜' 두 보수정부 하에서 강행된 시장 만능의 제도 및 관행일 겁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금융부문, 그리고 노동과 교육부문 개혁은 이미 실패로 판명 난 '줄푸세'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시장과 경쟁의 요소를 더 많이 도입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바로 현재 위기의 원인인데도 말이죠. 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 개혁을 단기에 군사작전처럼 해치우려 하고 있습니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내고 대중과 언론을 동원해서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신형 포퓰리스트 쿠데타'입니다. 이번 정책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적'은 대기업과 공무원 노조입니다.

구조개혁은 기존의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에 관련 이해당사자의 손익이 엇갈리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구조개혁을 성공하려면 고도의 정치과정과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합니다. 정부가 성공한 구조개혁으로 든 최근의 사례를 봐도, 예컨대 독일의 하르츠개혁, 핀란드의 교육개혁, 영국의 연금개혁 등 하나같이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자본가 대표가 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 사례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즉, 기득권 계급이 솔선수범해서 개혁 비용을 가장 많이 분담할 때, 그리고 정부가 불편부당한 태도를 보일 때(스웨덴의 정치학자 로스 슈타인은 '정부의 질'이 복지국가 성공의 제1의 요소라고 단언합니다) 비로소 구조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정부가 구조개혁 성공의 사례로 든 영국의 금융 '빅뱅'은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예외에 속합니다. 하지만 세계의 금융 허브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행한 금융 빅뱅이 영국의 산업과 국민의 삶의 질이라는 기준에 비춰 볼 때 성공한 것인지, 또 한국에서 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정책에는 과거 금융허브 구상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해도 개혁의 방법에 관해서 또 한 번 백가쟁명(百家爭鳴)일 겁니다. 예컨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연금'이라는 주제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퇴직연금까지 지속가능한 노후 복지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특혜'를 부각시켜 공무원연금을 깎고, 다음에는 군인과 사학연금을 건드리고, 다시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방식은 끝없는 갈등만 낳을 것이기 때문이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총체적 그림도 없이 노동문제와 교육문제만 따로 떼어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지금처럼 심하지 않다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해고에 목숨을 걸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격차 대부분이 불공정한 하청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역시 분명합니다. 실업보험의 확충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도 노동시장 개혁의 전제조건이죠.

제 생각에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교과서 문장만큼 아무도 믿지 않는 말은 없습니다. 직업의 서열화, 학교의 서열화가 지금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도의 경쟁을 낳고 있습니다. 교육개혁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해서 필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또 경제를 살리기 데 필요합니다. 정부가 모범 사례로 든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5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사회개혁의 중심에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도 3,4학년이 되면 스펙을 쌓기 위한 세미나를 한다고 합니다. 물론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쌓고 면접에서 돋보이기 위한 것이죠. 그런데 교과 과정을 기업의 수요에 맞추는 게 무슨 개혁일까요?

이런저런 숱한 이견을 조정하는 사회적 합의 없이 신종 쿠데타를 동원해서 그저 '줄푸세'를 실행하려 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집권 3년 차에 진정한 위기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엉터리 경제 전망과 투기적 경기 대책에 따라 장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 대학생들이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엉터리 경제 정책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두 주에 걸친 편지를 정리해 볼까요? 2015년 한국경제도 지난 6년간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2014년 1/4분기 전년 동기대비(즉 2013년 1/4분기 대비) 3.9퍼센트(%), 2/4분기 3.5%, 3/4분기 3.2%의 흐름은 4/4분기에도 이어졌을 겁니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2014년 전체가 2013년에 비해 3.4% 정도 성장했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은 4/4분기가 2%대 성장을 했다는 얘깁니다.

물론 정부가 민간임대주택사업 등 건설과 관련된 정책을 성공시킨다면 3.5% 언저리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자산시장에 거품을 일으키는 성장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건, 우리의 과거에서도 또 지금 미국 경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경기가 여의치 않으면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가상의 적을 공격하는 '개혁'을 시도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과 대기업의 정리해고 자유가 타겟이 될 텐데, 이는 격렬한 저항을 불러올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 없는 구조개혁과 투기조장에 의한 경기회복은 매우 위험한 조합입니다. 혹여 성공한다 할지라도 앞으로 후유증은 매우 클 겁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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