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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건설업 살리기'가 경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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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건설업 살리기'가 경제혁신? [주간 프레시안 뷰] 중산층 정책으로 둔갑한 건설업 살리기
안녕하세요?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맥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1월 8일 자 <주간 프레시안 뷰> 칼럼에서 저는 "규제완화에 더해서 수익성을 보장해 줄 테니 돈 많은 자들이여, 건설시장에 뛰어들라"는 것이 올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라고 요약하고 "민간임대주택시장 활성화"를 그 간판 선수로 꼽았죠.


"이래도 투자하지 않을래?"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4개의 문서로 구성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NEW STAY 정책(뉴 스테이 정책)'이라는 '브랜드 네이밍'까지 하면서, 지금 전월세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계층, 특히 중산층을 위한 정책임을 누누이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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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프레시안 뷰>를 쭉 보신 분은 알겠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대책은 "빚내서라도 집사라"는 정책으로, 주택수요를 부풀려서 가격을 올리려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고 표현했죠. 주택 공급이 고정된 상태에서 수요가 늘면 당연히 집값이 올라가겠죠.

하지만 정부는 동시에 건설업도 살려야 되니까 공급도 늘려야 했습니다. 이게 각종 주택공급 관련 각종 규제완화까지 한꺼번에 시행된 이유입니다. 이번 정부 문건에도 강조한 대로 과연 주택매매는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만, 과거와 같은 투기열풍이 불지는 않았습니다. 오직 가계부채만 가파른 속도로 늘어났죠.

집주인들은 기대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자, 전세가격을 올리기 시작했고 정부는 "빚내서 전셋값 올려주라"는 정책을 덧붙였습니다. 일반 시민이 전셋값을 한꺼번에 몇 천만 원에서 심지어 몇 억 원까지 올리기 힘들어지자, 집주인들은 전세를 전월세로 전환해서 수익을 챙기려 들었습니다. 주택임대시장은 노동시장, 의료시장만큼이나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권력관계가 불평등한 시장입니다. 결국 고급주택시장에서 시작된 전월세 인상은, 세입자들이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아래로 아래로 미쳤습니다.

▲ 민간 자본까지 끌어들인 정부의 '주산층 주거혁신 방안(뉴 스테이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지 의문이다. ⓒ연합뉴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은 민간의 돈을 끌어들여 중고급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임대주택시장은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분양주택시장만큼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분양시장은 수요자 쪽에서는 집값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공급자 쪽에서는 분양만 되면 떼돈을 바로 회수할 수 있으며, 투기 붐까지 일어난다면 양쪽 다 대만족할 수 있는 시장이죠(물론 마지막 구입자, 그리고 구입이 끊긴 다음의 공급자가 쪽박을 차는 투기시장입니다만). 하지만 임대주택시장은 그야말로 실수요 시장입니다. 수요자가 은행에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비싼 월세를 물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공급자도 단기간에 돈을 벌어들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정부는 시중의 돈을 민간임대사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각종 특혜(8일 자 칼럼에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한 바 있죠)를 부여해서 5~6퍼센트(%)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로 했습니다. 자본주의 전 역사에서 수익률이 5% 정도로 일정하다는 피케티의 관찰은 바로 이런 정부의 정책,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부자들의 힘이 작용한 결과인 거죠.

국토교통부는 '중산층 주거혁신 참고자료'(p7)에서 5% 수익률 보장 방안을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현재 민간 사업자의 세후 수익률은 1% 중반입니다. 이래선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죠. 용적률을 완화해서 건평을 10% 늘려주면 세후 수익률이 2.1%p 증가하고(규제완화), 공공부문의 부지를 공급해서 택지비를 10% 이상 절감해주어 세후 수익률을 1.0%p 높여주고(택지), 임대소득세 인하와 재산세 감면을 통해서 수익률을 0.8%p 끌어 올리고(세제), 마지막으로 주택기금 융자 금리를 인하하고 출자비율을 확대해서 수익률을 0.5%p 올려 주겠다(금융)는 겁니다. 다 합쳐서 4.4%p 정도 세후 수익률이 높아질 테니 5~6%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혹시나 사업이 실패했을 때 집을 LH공사가 사들이는 조항, 그리고 투자자들에게도 안전장치('기관투자자 출구 전략')를 붙여줬습니다.

마치 "이래도 투자하지 않을래?"라고 묻는 듯합니다. 시중 금리가 2~3%이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건 대단한 특혜죠. 이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건설사에겐 알토란을, 차기 정부에겐 설거지를…

정부는 이 정책이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위소득 50~150%'를 중산층으로 정의하면 4인 가족 가처분소득기준 177만 원에서 531만 원이 중산층에 해당되고 10분위 기준으로는 3분위에서 9분위 일부까지 포함하니까 무려 가계의 65%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이란 겁니다.

한편, 정부는 "중대형 건설업체가 품질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고액전세 거주자들의 주거이동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전세 압력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된다"('혁신방안', p11)고 정책의 단기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고액전세 거주자들이 과연 중산층일까요? 또 이 정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어느 정도의 임대료를 내게 될까요? 정부 스스로의 대답은 전국의 경우, 보증금 4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순수 월세로 68만 원), 수도권은 6200만 원에 62만 원(순수월세 93만 원), 서울은 8100만 원에 81 만원(순수월세 122만 원)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시한 중위 전세(서울 2억4300만 원)는 아파트와 연립, 단독을 모두 포함한 값입니다. 이 정책이 대상으로 삼은 아파트만 치면 약 6000만 원 정도 더 높습니다(KB국민은행 조사 3억1083만 원). 또 정부는 전월세 전환률을 6%로 잡았지만 서울시의 실거래가에 근거한 전환율은 7.3%였습니다. 그러니 서울의 월세는 보증금 빼고도 100만 원 이상이 된다는 얘기죠.

실제로 기업형 임대아파트 1호가 착공될 예정인 서울 신당동의 예를 보면, 정부는 전용면적 85제곱미터의 중소형 아파트의 임대료를 보증금 1억에, 월세 85만~100만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이 부근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25만~150만 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정부가 온갖 지원을 하면서도 최초 임대료를 규제하지 않겠다는 건데 어떤 사업자가 스스로 부근 시세보다 훨씬 낮은 임대료를 제시할까요?

과소평가된 자료에 기초해도 서울의 경우 "8분위 이상이 기업형 임대주택 월 임대료를 지불가능할 것으로 예상"('참고자료', p2)한다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9분위 이상, 즉 소득수준으로 상위 20%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라고 봐야 하겠죠.

그럼 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전세 시장의 월세 시장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은 할 겁니다. 하지만, △ 현재의 전월세난(難)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고 △ 본격적으로 이 아파트가 공급되는 2~3년 후, 그러니까 차기 정부 때 일반 임대료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혜택을 추가로 주지 않는 한 대기업이 안정적으로 임대주택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집값이 떨어지는데 무한정 전셋값이 오를 수는 없습니다. 즉, 대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계속 오른다면 사람들은 평수를 줄여서 셋집을 얻으려 할 테니 고급 아파트에 대한 전세 수요는 줄어들겠죠. 결국 위에서부터 임대료가 떨어지면 이번엔 임대료 인하가 아래로, 아래로 진행될 겁니다. 정부의 집값 부풀리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조만간 닥칠 현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급 아파트 임대 물량이 추가되면 이런 상황은 더 빨리 진행되겠죠. 불행하게도 현재 정부가 보장한 각종 안전장치로 인해 정부가 그 부담을 최종적으로 떠안게 될 겁니다.

대안은 있는가?

저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닙니다만, 간단한 경제논리로 유추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을 대기업 건설사가 예측하지 못할까요? 그래서 이사, 주택관리, 심지어 육아, 노인요양 서비스까지 붙여서 수익성을 더 높여 주겠다는 걸까요?

하지만 자가주택으로 구성된 마을에서도 공동체 형성이 어려운데, 임대주택단지에서 대기업이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정부가 그리는 공동체형 임대주택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발전한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서는 주택협동조합이 주택 건설을 하고, 같은 계열의 보육협동조합과 음식제공협동조합, 그리고 건설협동조합이 보육시설을 지어 사회서비스까지 한꺼번에 제공합니다. 이런 종합 서비스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동체 의식과 강한 연대성을 지니고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죠.

분명 주택임대시장을 현대화할 필요는 있습니다. 주택 매매 때의 불안함과 높은 수수료, 집주인의 예측할 수 없는 임대료 인상, 임차인의 관리 소홀 등은 해결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주택 관련 서비스까지 포함해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정부 보증으로 돈을 끌어들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이번 정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형건설사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그려 놓은 아름다운 정책목표는 실현될 수 없고, 기껏해야 고가의 임대주택단지('○○캐슬' 뒤에 '뉴 스테이 8'만 더 붙는 성채)만 가능할 겁니다.

투기를 일으키는 정책보다는 백배 더 낫습니다만, 오로지 2~3년 동안 주택건설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주택기금을 사용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이 정책은 '중산층의 주거혁신'이 아니라, '대형 건설사의 먹을거리 혁신'이라고 불러 마땅합니다.

진정으로 중산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주거혁신'을 원한다면 이미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마을 만들기'가 모범이 되어야 할 겁니다. 오로지 수익성을 추구하다 발생한 온갖 문제를, 또다시 대기업에게 수익성을 보장해 줘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이고 진정한 혁신의 대상입니다.

* 이 사업에 따라붙은 각종 조세 혜택과 '뉴 스테이 특구' 조성에 따른 그린벨트 훼손 우려에 관해서는 다음 두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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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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