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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 긍정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정적 응답도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윤회 문건', '십상시' 사태 이후 이에 대한 답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는 평을 들은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과 그에 뒤이어 터진 이른바 '김무성 수첩 속 K, Y' 파동의 결과로 짐작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16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에게 '박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나'라고 물은 결과 '잘 하고 있다'는 답은 35%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답은 55%로 박 대통령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긍정률과 부정률의 격차는 20%포인트로 벌어졌다.

사실상 대통령 지지율로 볼 수 있는 직무수행평가 긍정 응답률이 4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같은 기관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3주 조사(37%)에 이어 2번째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50대, 대구·경북(TK) 지역 등 전통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그룹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균열이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는 판이다.

50대 응답자들 가운데서는 긍정적 답이 43%, 부정적 답이 50%로 나왔다. TK 지역에서는 긍정률 44%, 부정률이 46%로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내에서 부정적 응답이 더 높았다.

전체 긍정률이 37%로 나왔던 지난 12월 3주 조사에서 이들 그룹의 응답을 보면, 50대는 긍정 53%-부정 39%로 10%포인트 넘게 긍정적 의견이 우세했었다. 당시 TK에서는 긍·부정률이 모두 46%로 동률을 이뤘었다.

부정적 평가를 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소통 미흡(19%), 인사 문제(13%), 공약 실천 미흡(11%) 등의 이유를 들었다. 갤럽은 이에 대해 "청와대 문건 파동과 관련 있는 '소통', '인사 문제' 지적이 늘었다"며 "대통령은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무근이며 비서관 3인은 교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 국민 여론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갤럽은 직무수행 평가와 함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도 함께 조사했는데,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는 응답이 40%로 '좋았다'는 응답 28%에 비해 12%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전년(좋았다 43%, 좋지 않았다 25%)의 결과와 비교하면 대역전이 일어난 결과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당시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률 53%, 부정률 39%였다.

특히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된 비서관들에 대해 대통령이 재신임 의사를 밝히며 교체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잘한 일이냐는 질문에는 '잘못한 일'이라는 답이 48%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 나왔다. '잘한 일'이라는 답은 30%였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53%가 '변화 없다', 14%가 '좋게 변했다', 19%가 '좋지 않게 변했다'고 답했다.

또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42%가 '사실일 것'이라고, 23%만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 도입에 대해서도 '해야 한다'가 44%, '그럴 필요 없다'가 37%로 나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함께 실시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문재인 의원(15%), 박원순 서울시장(14%), 안철수 의원(12%)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주자들이 1~3위를 싹쓸이했고, 4위부터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 정몽준 전 의원(5%),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5%), 홍준표 경남도지사(4%), 안희정 충남도지사(3%) 순이었다.

단 갤럽은 "야권 정치인에 대한 선호도 쏠림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대통령을 배출한 여권에 아직 차기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하며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의견유보 비율(8%)은 새누리당 지지층(35%)이나 무당층(41%)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3%, 새정치연합 23%, 정의당 4%로 조사됐다. 갤럽이 자체 시행한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무작위걸기(RDD) 표본에서 추출한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6%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전국 8권역 및 성·연령대 특성 비율에 따라 사후 가중처리해 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