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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선거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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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선거제도는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선거제도 ④ 국회의원을 350명으로
국민들에게는 고통을 분담하자고 호소하면서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의 급여는 나날이 오르고 있다. 선거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가 단골공약이지만, 이후 그것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국회의원은 독일에 비해 거의 2배 많은 세비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제 역할을 제대로 잘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비정규직을 대변하려는 녹색당, 노동당 등의 작은 정당들은 국회에 들어갈 수가 없다.

선거제도를 독일식으로 바꾸고, 예산을 동결하고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소선거구 제도의 수혜자인 새누리당은 아직 이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실정치의 벽은 대단히 높다.

따라서 소수 정당들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새누리당도 받아들일 만한 선거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아무리 보수적인 새누리당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대안을 계속해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도 이미 양당제의 폐해를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치권에서 세월호, 비정규직, 청년실업,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갑을 문제 등 국가적 중요과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여기서는 여야 모두가 동의할만한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현행 국회 의석수(300석)에서 추가적으로 비례대표만 50석을 늘리고,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더니 위에 언급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대다수가 수용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래 표들은 그 구체적인 결과들이다.

▲ 표1. 국회의원 350석(지역 246석+ 비례 104석) 가정 시 독일식 비례대표제 적용결과 ⓒ조성복
*19대 총선의 정당득표수 및 지역구 당선자 수 적용

350석으로 늘어나도 거대양당은 여전히 막강하다

<표1>을 보면 전체 의석수가 늘어날수록 각 정당의 의석비율은 자신의 정당득표율에 보다 더 근접함을 알 수 있다. 유권자의 의사와 실제 결과 사이의 괴리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독일식 선거제도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정당득표율은 42.8%이고, 봉쇄조항에 걸린 기타 득표율을 제외한 유효 정당득표율은 46.1%이다. 총의석수가 300석일 경우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적용했을 때는 의석비율이 47.1%를 기록했지만(☞ 관련기사 : 새누리 152석, 독일식 비례대표제 적용해보니…), 의석수를 350석으로 늘렸을 때는 46.6%가 되었다. 독일식을 적용하지 않은 새누리당의 19대 의석비율은 50.7%이다.

이는 의석수가 늘어날수록 초과의석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새누리당의 초과의석 수는 300석 당시 18석에서 350석에서는 8석으로 10석이나 줄어들었다. <표2>에서 보듯이 대구, 경남, 충북에서는 초과의석이 모두 사라졌고, 부산, 울산, 경북, 강원에서만 1~3석 나타났다. 따라서 초과의석에 의해 정당득표율보다 과대 대표되는 문제도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

▲ 표2. 350석 가정 시 새누리당의 권역별 의석수 ⓒ조성복

새누리당은 350석을 가정했을 때에도 자유선진당과 연합할 경우 181석으로 과반에서 단 1석(보다 정확히는 0.5석)만 부족할 뿐이다. 하지만 무소속 3석 가운데 1석만 가져가도(실제에서도 그렇게 됐지만)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18석과 15석의 비례대표 당선자가 생겨났다. 인천과 제주에서는 각 2석, 대전과 충남, 광주, 전남, 전북에서도 각 1석의 당선자가 나왔다. 새누리당이 의석수 350석과 독일식 선거제도를 수용할 경우, 전체적으로 의석수가 기존(152석)보다 17석이나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호남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2석 이상을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서의 위용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들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실제 의석의 비율이 미세하게나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새누리당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초과의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 정당들은 기존의 선거제도에 비해 의석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표3>에서 보듯이 민주통합당은 특히 부산과 경남에서 7석과 6석의 비례당선자가 나오게 된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각 3석, 울산 2석, 경기 3석, 강원 4석, 그리고 서울, 인천, 광주, 대전, 충북, 충남에서도 각각 1석이 당선된다. 종합적으로 영남지역에서의 약진과 더불어 거의 전 지역에서 3석 이상을 확보한 전국정당이 될 수 있다.

▲ 표3. 350석 가정 시 민주통합당의 권역별 의석수 ⓒ조성복

국회예산을 동결하고 의원 수를 늘렸을 때, 의원 당 세비는 <표4>처럼 줄어들게 될 것이다. 300석에서 350석으로 50석만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식 비례대표제의 속성상 실제로는 63석이 증가하여 총 363석이 된다. 이렇게 되면 의원 1인당 인구수가 독일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치를 보이게 된다. 또한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인구, GDP, 예산, 공무원 등을 고려하여 산출한 우리나라의 적정 의원 수는 330~360명이라는 발표가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충분히 수용할만한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이처럼 예산을 동결하고 국회의원 수를 약 20% 늘리더라도, 의원의 월 급여는 300석일 경우에 비해 약 17%밖에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 하원의원 급여의 약 81% 정도로, 우리의 1인당 GDP가 독일의 절반 정도인 점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높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의원 수를 늘린 후에도 상당기간 의원 관련 예산은 동결되어야 한다.

▲ 표4. 예산동결 후 국회 의석수 증가 시 세비의 변화 ⓒ조성복

5당 체제 시나리오

기존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하에서 거대양당은 엄청난 혜택을 누려왔다. 유권자에게 '1번 아니면 2번'이라는 투표지를 강요함으로써 다른 선택의 여지를 박탈해 온 것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양당이 그동안 정치를 잘해 왔다면 문제가 적었을 텐데, 아쉽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러한 양당제가 그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그 이유는 많은 국민들이 기존의 정치에 식상해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투표율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 독일의 총선투표율이 71.5%를 기록한 것에 반해, 2012년 우리의 총선투표율은 54.2%로 거의 20%나 차이가 났다.

그동안 거대 양당은 서로 상대방을 '적 또는 악'으로 규정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의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서로 공생하여 온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그 어떤 새로운 인물이 정치권에 진입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치활동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수의 정당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주장을 들고 나와 공개적으로 서로 협상하고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거대정당 내부의 계파 갈등보다 서로 다른 정당 간 경쟁이 훨씬 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밀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던 거래들을 국민들 앞으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이 권력에 도전하고자 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혁신하겠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기존의 체제에서는 어떠한 협상이나 대안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당제로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도 다당제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의석수까지 늘린다면 그것을 더 촉진하게 될 것이다.

여권에서는 친이와 친박이 갈라지고, 야권에서는 친노와 비노가 나누어지고, 새로운 진보정당이 출현함으로써 안정적인 5당 체제를 유지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정당과 정치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각자의 정당이 만들어지겠지만, 그러한 상태를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으로는 서로를 차별화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이 점진적으로 '전국정당화'를 모색한다면, 결국은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현재 우리 현실에서는 정당을 만드는 것도 어렵게 되어있지만, 설사 만들더라도 국회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선거제도 때문이다. 기존의 소선거구제는 제3, 제4 정당의 등장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셈이다. 선거제도가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제도의 개혁은 개헌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의원 수를 늘리고 선거제도만 바꾼다고 우리 정치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엄청난 진전임에는 틀림없으나, 최상의 모습은 아니다. 그것은 결정적인 부분이 한 가지 빠져있기 때문이다. 바로 각 정당의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들의 선출방식이다. 어쩌면 앞에 이야기한 변화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선거제도를 바꾸고 의원 수를 확대하자는 필자의 모든 논의들은 반드시 이를 전제로 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독일의 공직후보자 선출방식 및 선거구 획정 등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그 대안을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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