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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빠질까' 연구실서 밤 새는 교수…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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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빠질까' 연구실서 밤 새는 교수…사연은? [상지대는 지금‧①] 비리인사 김문기의 복귀, 난장판된 상지대
또다시 상지대가 내홍에 휩싸였다. 2014년 3월 31일 김문기 아들 김길남 씨가 이사장이 되면서 본격화됐다. 학내 구성원들은 현 이사회를 해체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레시안>에서는 상지대가 또다시 혼돈 사태로 가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 편집자

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교수 연구실에서 밤을 지샜다. 연구도 연구지만 언제 학교 측에서 자기 연구실 집기를 철거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학교 측은 1월 중순까지 그의 연구실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김문기 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16일 동안 단식도 진행했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 이사회로부터는 교수직 직위해제를 당했다. 그가 맡았던 수업이 다른 교수에게 넘어갔다. 직위해제당한 날 곧바로 학교 홈페이지에서 그의 아이디가 사라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2월, 학교로부터 파면됐다. 학교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징계다.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 해교 행위'가 이유였다. 정 교수는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부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올해 2월 소청심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학교는 그 전에 연구실 짐을 빼라고 했다.

정 교수의 파면은 지난해 11월 청소년을 성폭행하려 한 교수에게 상지대가 내린 해임 조치와도 비교된다. 학교에서 정 교수를 '표적 징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는 연구실에서 밤을 샌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전에도 작업이 밀려서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있기는 하지만 연구실을 지키기 위해서 밤을 새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난방도 안 되지만 극한적인 상황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몸이 불편한 것보다는 마음이 불편하기는 하다"고 자신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한탄하기도 했다.

▲ 정대화 교수가 지난해 10월 7일,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김문기 상지대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지대에 대체 무슨 일이?

정 교수가 파면이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받은 배경에는 김문기 씨가 자리 잡고 있다. 김문기 씨는 지난 1993년, 상지대 이사장으로 재직 중 부정 입학 등 비리 혐의로 물러났던 비리인사다.

하지만 2014년 3월 김문기 씨 아들 김길남 씨가 상지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그의 복귀에 대한 물꼬가 트였다. 상지대 이사의 과반수를 확보한 데 이어 이사장까지 차지한 김 씨 일가는 정관 개정, 총장 선임 등 ‘전권’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전부터도 학교를 자기네 손아귀에서 주물렀던 김 씨 일가였다. 과반수 이사를 장악한 김 씨 일가는 자기네가 불참하면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사정을 악용해 이사회를 줄곧 흔들었다. 2013년 이사회가 16차례 소집됐는데, 김 씨 쪽 이사들은 10차례 불참했고 걸핏하면 중도 퇴장했다.

이 와중에 유재천 총장의 후임 선임, 교수 충원, 예산안 심의 등 안건이 처리되지 못하거나 지연됐다. 한국사학진흥재단 180억 원 지원이 확정된 학생 공공기숙사(896명 수용) 신축 계획마저 무산됐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교육부 소속 행정위원회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김문기 씨 쪽에 ‘이사 과반 추천권’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2010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상지대 정상화 과정에서 이사 정수 9명 배분을 교육부 2, 대학 구성원 2, 임시이사 1명, 김문기 측 4명으로 배정했다. 이후 임시이사 1명은 직무정지되고 교육부 추천 이사 1명이 김문기 측으로 돌아서면서 이사회는 5 : 3 구조가 됐다.

교육부·대학 구성원 추천이사 3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옛 재단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라며 김문기 씨 아들 김길남 씨의 이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이사직을 사퇴했다. 임원 간 분쟁으로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가 생겼을 때는 사학법에 따라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는데도 당시 교육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극단으로 치닫는 상지대 사태

이후 일사천리였다. 대법원의 실형(1년6개월) 선고로 상지대 이사장에서 해임된 지 21년 만에 김 씨의 화려한 복귀길이 열렸다. 다수가 김문기 파인 상지대 이사회는 지난해 7월 28일 김문기 씨를 이사로 선출했고 다시 8월 14일에 총장으로 선임하면서 김문기 씨는 완전히 상지대로 복귀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상지대 장악에 나섰다.

상지대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4일 이사회를 열어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설립자를 김문기 씨 등으로 바꾸는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학내 구성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조 등도 '총장 사퇴, 비리재단 퇴진, 이사 전원 해임' 등을 촉구하며 수업 거부, 농성, 집회 등으로 맞서왔다.

김 씨 일가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상지대 이사회는 '김문기 총장 퇴진 운동'을 앞장서서 진행해온 정대화 상지대 교수(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직위해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12월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 교수의 파면안을 의결했다. 파면 이유는 학교 명예 훼손과 겸직 금지 위반이었다. 참석한 6명의 이사진 중 5명은 이미 임기가 만료됐고 연임 신청도 교육부에서 반려한 상태지만 긴급사무처리권을 사용해 안건을 처리했다.

김문기 씨의 복귀를 반대해온 학생 간부들에게도 철퇴를 내렸다. 김문기 씨가 임명한 보직교수 등은 윤명식 총학생회장 등 총 6명의 학생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이중 4명이 무기정학을 받았고 1명이 근신 처분을 받았다.

상황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자 교육부에서도 더는 방치할 수 없게 됐다. '특별종합감사'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교육부는 11월부터 사학감사담당관실 등 10명이 넘는 감사반원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1월 말쯤 나올 전망이다.

김문기 '화려한 복귀', 잇따른 반발

김문기 씨 복귀에 대한 반발은 학내를 넘어 학교 밖으로도 퍼지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사학비리' 갈등이 지속하는 상지대 사태 해결을 위해 학내단체와 시민단체, 교수단체 등이 범시민사회 기구를 발족했다.

이들은 사학비리의 상징인 김문기 총장 퇴출과 사학 민주화를 위한 청원과 탄원, 여론조성 등 활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구에는 참여연대, 대학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한다.

상지대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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