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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교사' 폭력, CCTV로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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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괴물 교사' 폭력, CCTV로 해결될까? [강수돌 칼럼] 우리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지난 1월 8일 점심시간에 인천 송도국제도시 어느 어린이집에서 놀라운 아동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이 어린이집은 그 전에 보건복지부(정부) 평가에서 95점을 받아 우수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라 더욱 충격을 주었다. 사건의 핵심은 30대 초반의 보육교사가 4살짜리 여아를 폭행한 사건이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이 교사가 아이들 급식판을 치우다 음식을 남긴 식판을 발견했다. 그래서 4살 된 여아를 불러 남은 음식을 먹으라 했으나 아이가 김치를 뱉어내자, 화가 치민 교사는 폭언을 하며 오른손으로 아이 머리를 강하게 후리 내려쳤다. 아이는 맞으면서 멀찍이 나가 떨어졌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일어서지 못했으나 곧 교사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었다. 교사가 다른 식판을 들고 떠난 뒤 아이는 남은 음식을 다시 주워 먹었다. 그 근처에 있던 같은 또래의 10여명 아이들도, 겁에 질린 듯 모두 무릎을 꿇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해당 교사는 사건 발생 10일째인 1월 17일에 구속되었는데,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기 때문이다. 그 교사는 이 일 외에도, 율동 시간에 어떤 아이가 동작을 틀리자 어깨를 거칠게 잡아 꿇어앉히거나, 낮잠 시간에 아이들이 자지 않는다며 이불과 베개를 던진 일도 있었다. 또, 평소에 아이들에게 자주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일부 학부모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그 교사는 “괴물 선생님”으로 통했다고 한다. 또, 가정에서 부모가 고성이라도 지르면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하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불안해했다고 한다. 나아가, 아이들은 집에 와서 다른 아이가 맞는 걸 봤다고는 하지만 자기가 맞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아이들이 수치심과 공포감을 내면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이 어른의 폭력에 노출되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한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폭력을 행사(자유의 파괴)한 교사가 자유를 잃고 구속된 일은 참 역설적이면서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 현실을 볼 때, ‘빙산의 일각’이기도 하다.
여기서 나는 ‘자유(自由)’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것은 말 그대로, 스스로 말미암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마음이 내켜서 하는 생각과 행동이 자유이다. 물론 이것은 방종과 다르다. 방종이 자기 마음대로 함으로써 남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있는 것이라면, 참된 자유란 남의 자유까지 생각하며 행동하는 책임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된 자유는 책임을 동반하며, 이런 자유를 자율이라고도 한다. 위 사례에서 아이를 때린 교사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을 행사했다. 방종에 따른 책임은 구속으로 끝났다. 만일 그 교사가 책임성 있는 자유를 행사했다면, 지금도 아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이 있다. 그것은, 그 교사가 왜 그런 식으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 교사의 인성이나 인격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물론 교사를 뽑을 때, 그런 점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어린이집 교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 즉, 긴 노동시간에 낮은 보수, 교사 1인당 지나치게 많은 아이들 수 등도 중요한 관심사일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 열악해서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노동조건으로 폭력으로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또, 다른 교사나 원장이 해당 교사를 왜 미리 말리지 못했는가 하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 이미 폭력은 상습화했고 어떤 면에서는 마치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통용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내가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은, 아이를 맡기는 부모이건 아이를 보살피는 교사이건, 또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이건 아니면 이 사건을 보고 각종 해설을 쏟아내는 전문가 집단이건, 우리 사회 전체가 일종의 ‘규율/성과 사회’, 즉, 아이나 어른이나 정해진 규칙에 잘 따르고 탁월한 성과를 내면 무조건 칭찬하고 표창하는 그런 분위기를 당연시한다는 점이다.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그런 사회에서 자라면서 너도나도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은근히 강요받아 왔다. 바로 이런 분위기가 하필이면 이번 어린이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을 뿐이다. 요컨대, 우리는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진정한 자유나 진정한 평등과는 거리가 한참 먼 곳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온 사회 곳곳에서 이런 잘못된 부분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왕성하게 일어나지 않으면, 또 다음에 다른 어린이집이나 다른 학교들에서 비슷한 사태가 연이어 반복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약 80년 전에 산도르 페렌치라는 의사이자 심리학자가 한 이야기로,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개념이다. 학대 받은 아동들의 태도나 행동을 꾸준히 관찰했던 페렌치는, 어른들의 폭력 앞에 저항할 수도 없고 도망 갈 수도 없는 어린 아동이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그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 앞에 무릎을 꿇고 순종을 맹세함으로써 그 고통스런 상황에 대처함을 발견했다. 이것을 그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라 불렀다. 놀랍게도 이번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김치를 먹지 못해 폭행을 당한 아이도, 그것을 지켜보던 10여 명의 다른 아이들도 그 교사의 폭력 앞에 숨을 죽이고 순종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은 수치심, 죄책감, 공포심에 사로잡혀 꼼짝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유가 말살되는 시/공간이었다.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괴물’ 교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어쩌면 다른 교사나 원장도 그러한 분위기에 굴복했는지 모른다. 나아가, 어린아이들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들의 일반 가정 또한 ‘공격자와의 동일시’를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친구들이나 자신이 당한 폭력의 경험을 부모들에게 편하게 알렸을 것이고, 부모 또한 스스로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면 그것을 문제 삼아 어린이집 전체의 분위기를 진작 바꾸어 놓았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공격자와의 동일시’ 또는 ‘강자 동일시’를 하고 있는 우리 자신부터 시작해서 우리 삶의 과정 전반을 철저하게 성찰하고 진정한 자유가 숨 쉬는 곳으로 바꾸어나가야 한다.

자유로운 진리탐구엔 무관심하면서도 ‘일류/대학’이란 이름에 도취되어 무조건 들어가고 보자는 태도, 우리를 괴롭히는 권력자들을 계속해서 지지하는 행위, 노동과 환경을 억압하는 자본에 고용되어 자유를 구속당하면서도 회사 자랑을 하며 순종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정치경제, 사회문화, 교육종교 등 우리 삶의 모든 일상적 과정에서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철저히 없애야 한다. 주어진 틀이나 강요되는 틀과는 전혀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하며 다르게 살 수 있는 자유, 나아가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구조나 분위기에 저항할 수 있는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E. 프롬이 말한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진정 자유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번 사건 직후에 여기저기서 나온 사후 대책들처럼, 단순히 CCTV를 모든 어린이집에 설치하고, 또 모든 어린이집의 폭력 사례를 철저히 단속하고, 나아가 폭력 행사 어린이집을 영구 폐쇄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이런 식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과연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참된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학습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 저명한 경영학자이면서도 생명 운동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수돌 고려대학교 교수가 2015년부터 칼럼을 연재합니다. 마을 개발에 반대해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반대 운동을 이끌다가 '이장님'까지 된 강수돌 교수가 우리 사회의 '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칼럼을 매달 한편씩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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