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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주문진 칼바람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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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주문진 칼바람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상지대는 지금‧③] 즉각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
또다시 상지대가 내홍에 휩싸였다. 2014년 3월 31일 김문기 아들 김길남 씨가 이사장이 되면서 본격화됐다. 학내 구성원들은 현 이사회를 해체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레시안>에서는 상지대가 또다시 혼돈 사태로 가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 편집자


1992년 겨울, 주문진의 칼바람은 매웠다.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원 교수들은 학교의 비통한 상황을 주문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유인물을 준비해 떠났다.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가 처음부터 김문기 씨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지, 학교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학교를 사금고로 취급하며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고를 빼돌려 개인의 재산을 늘리는 비리행위를 중단할 것을 김문기 이사장에게 요구했을 뿐이다. (김문기 씨는 당시 3선 현역 국회의원으로 여당인 민자당의 강원도지부장으로 활약했다. 그의 지역구는 강릉이었다.)

그러나 재단은 교수들을 자르는 것으로 그 요구에 답했다. 바늘 끝 하나 들어가지 않았다. 상지대학을 설립한 바도 없으며, 고 원흥묵 선생이 설립한 청암학원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인수한 뒤, 이름만 바꾸어서 이사장에 취임한 김문기 씨는 자신의 행위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또는 않고 있었다.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는 김문기씨가 그렇게 안하무인인 이유가 그가 3선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그에게 정치권력을 맡긴 지역구 주민들에게 호소하기로 했던 것이다.

교수들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유인물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유인물을 배포했을 때였을까. 덩치가 산만한 장정들이 어디에선가 우르르 나타났다. 나는 나를 향해 걸어오며 소리치던 그 덩치 큰 남자의 위협적인 얼굴과 목소리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나를 향해서 “이 XX년아, 교수면 연구실에서 연구나 하고 자빠져 있지, 왜 여기까지 와서 XX이야”라고 외치며 다가와 내가 들고 있던 유인물 뭉치를 거칠게 빼앗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험한 쌍욕과 폭력적인 분위기에 놀라서, 나는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았다. 내가 주저앉았던 차갑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그리고 굴뚝인지 무엇인지 잘 알 수 없는 어떤 스산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옆에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대로로 트럭이 하나 달려왔고, 덩치 좋은 사내들은 교수들에게서 완력으로 빼앗은 유인물 뭉치를 그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듯한 어떤 사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교수님들 잘 모셔!” 우리는 강제로 “잘 모셔져서” 닭장차에 태워져 강릉 경찰서로 이송되었다.

하룻밤 유치장에서 조사받으면서 우리는 김문기 씨가 우리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당시는 14대 대통령 선거기간이었다). 당연히 우리는 학교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비리를 주민들에게 알리려 했던 것일 뿐,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를 낙선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으므로, 무혐의로 그 다음날 풀려났다.
그 무서운 남자들이 누구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김문기 씨가 교수들을 위협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인지, 아니면 김문기식 정의의 사도로서 땅속에서 솟아나온 사람들인지. 다만, 나는 그들의 위협적 행동을 통해 학교가 학교다워야 한다는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는 일조차 이렇게 힘겹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리고 김문기 유형의 사람들에게 상식과 양식이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의 유일한 철학이란 단지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일뿐이라는 것도. 김문기 씨에게 상지대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단지, 그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돈주머니에 지나지 않았다.

▲ 지난 1월 9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 앞에서 상지대학교 총학생회와 학교 관계자들이 김문기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993년 부정입학 혐의 등 사학비리의 상징으로 구속되면서 상지학원 이사장에서 물러났던 김 총장은 지난 8월 열린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선임됐다. ⓒ연합뉴스

얼마 전에 김문기 씨가 어떤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상지대학교는 나의 영혼”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많은 사람이 그 기사를 비웃었지만, 나는 비웃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김문기 씨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기 씨에게 ‘영혼’은 곧 ‘돈’이다. 따라서 상지대학교는 그의 ‘영혼’이 맞다. 왜냐하면 그에게 상지대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그의 ‘돈줄’이기 때문이다.
강릉 경찰서 유치장에 교수들이 갇혔던 사건이 발생한 후 얼마 안 되어 김문기 씨는 자신이 저지른 비리로 인해 김영삼 정부의 사정개혁 1호로 고발되었고, 유죄 판결을 받아 교육비리 사범으로 실형을 살았다. 그 후 김문기 씨의 ‘돈줄’ 역할로부터 자유로워진 상지대학교는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객관적 지수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간 뒤, 상지대학교는 다시 주문진의 칼바람 앞에 서있다. 김문기 씨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집요하게 귀환을 시도했고, 교육부와 사분위의 방조 하에 다시 상지대학교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끊임없이 꾸몄고, 그리고 결국 허수아비 이사회를 등에 업고 상지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따라서 상지대학교 현재의 난국은 감독 책임을 방기한 교육부와 사분위에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 교육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임시이사를 파견하여 학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비리를 저질렀던 구재단에 사학재단을 돌려주면서 사분위가 내세우는 논리는 ‘사학은 사유재산’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천박한 논리인지는 이 글에서 상세히 다루지 않겠다. 다만, 백보 양보해서 사학이 사유재산이라는 논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김문기 씨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사실을 짚어두고자 한다. 사학이 사유재산이라는 논리가 작동하려면, 최소한 그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가 사재를 출연해 학교를 설립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김문기 씨는 상지대학교의 설립자가 아니다. 그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고, 대법원 판결로 법적으로도 확정된 사실이다. 김문기 씨도 그 점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얼마 전에 자신이 장악한 이사회를 동원해 멋대로 정관을 고쳐서 자신을 설립자로 만들려다가 교육부에 의해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김문기 씨는 상지대학교의 설립자가 아니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데에만 학교를 이용한 비리 전과자이다. 그리고는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이 다시 학교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교육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의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 학교는 한 나라 도덕의 잣대이다. 아무리 세상이 망가져도 원칙이 서 있어야 하는 곳 중의 하나가 교육기관이다. 비리 전과자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허용한다면, 교육부는 교육의 현장에서 도둑질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공표하는 셈이 된다. 그 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한 나라의 교육은 한 나라의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가치까지도 결정하는 기능을 가진다. 김문기 씨의 상지대학교 장악을 허용한다면, 교육부는 교육부라는 간판을 떼고 '비리지원부'라고 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교과과정에서 '윤리' 과목을 삭제해야 할 것이다. 비리를 저질러도 대학총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교육기관이 공인한 것이 될 터이니 말이다.

김문기 씨는 대한민국의 적폐 중에서도 대표적인 악성 적폐이다. 이런 인물을 대학총장으로 인정한다면, 황우여 장관은 그 자신이 적폐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상지대학교를 다시 상식의 터로 만들어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즉각 임시이사를 파견하여 다시 상지대학교가 미래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황우여 장관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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