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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포기' 오바마, 움직이는 김정은, 박근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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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포기' 오바마, 움직이는 김정은, 박근혜는? [한반도 브리핑] 해방 70년, 남북관계는?
올해는 해방 70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역사를 아는 만큼 멀리 볼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우리가 겪었던 해방과 분단, 전쟁과 냉전, 그리고 독재와 민주주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한반도 정세는 멀리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다. 어떤 변수를 주목해야 할까?

북·미 관계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몇 년 동안 한반도 정세는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각자 국내정치에 몰입하는 정체기를 겪었다. 정체시기의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라고 이름 붙여진 무시 정책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낮고 대중들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높고 그렇다고 협상으로 해결할 의지는 별로 없는 상황에서 그저 남의 일처럼 대하는 것이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는 북한 변수를 미·중 패권경쟁을 위한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의 명분으로 활용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지난 22일 공개된 오바마 대통령과 유튜브 관계자와 인터뷰. 오바마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북·미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오바마 정부는 임기 후반기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했고, 안타깝게도 북한 문제는 해야 할 일의 목록에 없다. 의회 또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서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대통령의 권한인 행정명령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협상의 재개 과정에서 미국은 적극적이지도, 유연하지도 않을 것이며, 정책의 우선 순위가 갑자기 높아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세는 훨씬 복잡하고 과거의 관성과 많이 달라졌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서 북·미 양자 관계의 영향력은 꾸준히 쇠퇴해 왔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이럴 때 북한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판을 흔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렇게 하면 할수록 북한만 손해다. 미국은 과거처럼 협상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비롯한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현안들을 해결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일본도,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는 중국도, 북한을 동방의 출구로 생각하는 러시아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실험이 2006, 2009, 2013년으로 대체로 3년 주기로 이루어진 것은 기술적 준비에 필요한 시간 때문이다. 2015년이 적정한 시간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북한은 현재에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고, 소형화 기술을 진전시키고 있으며 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핵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레드 라인으로 설정된 핵 실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저유가 전쟁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

러시아가 정체국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5월 전승기념일에 김정은 제1위원장을 초청했고, 북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작해서 몇 달째 계속되는 ‘저유가 전쟁’의 후유증이 적지 않다. 원유와 가스수출이 재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저유가는 재정위기와 루블화의 가치하락, 그리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2015년 저유가를 둘러싼 에너지 전쟁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석유전쟁에서 중동 산유국의 승리를 점치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미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생산원가가 높은 셰일 가스가 채산성 위기를 겪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물량을 조절할 경우 저유가가 멈추고 다시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셰일 가스의 개발은 사실 고유가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현재처럼 배럴당 40달러 수준이라면 그것보다 높은 생산 단가 때문에 당연히 셰일 가스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저유가가 유지되면서 셰일 가스 업계도 주춤하고 자본력이 약한 업체들 일부는 철수하고 있다.

그러나 채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셰일 가스 개발은 그동안 꾸준히 생산단가를 낮추는 기술경쟁과 병행해서 이루어졌다. OPEC 국가들이 저유가로 셰일 가스의 공급을 제한하려 한 시도는 어쩌면 절반만 성공만 거둘 것이다. 셰일가스의 채산성을 넘어서는 석유 가격의 인상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셰일 가스업계 또한 기술개발로 생산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유가는 셰일가스 채굴비용의 적정선인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묶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대체로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재정계획을 작성해 왔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저유가의 정착은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수요자가 대체로 제한적이라는 특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쪽으로 가는 길이 막혔고, 러시아는 동쪽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현재 중·러 양국의 에너지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입장에서 수요자가 더 많아야 중국과의 가격협상에서 유리하다. 일본이나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이유고, 지경학적으로 북한 카드를 흔들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러시아에 갈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실제로 러시아에 갈 것인지는 별개로 북한에게 러시아 카드는 유용성이 있다. 러시아 카드는 다목적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북·중·러 삼각관계에서 몸값을 높이는 외교에 익숙하다. 러시아 카드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서 북·중 관계가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 접경지역에서 북·중 경협은 지속적으로 진전되고 있지만, 북·중 양국의 정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면 경제협력의 속도는 더욱 빨라 질 것이다. 두만강 지역에서 북·중·러 삼각협력의 새로운 형태도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북·일 관계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올해는 한일 협정 50년이 되는 해이다. 한일 관계의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일 관계의 진전은 얼마든지 한반도 정세를 흔들 수 있는 카드다. 북한도 일본 카드의 유용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일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정권 역시 북한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생각이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 기대하기 어렵다. 정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티가 나지 않지만 질서가 변하면 움직이는 국가와 가만있는 국가가 확실하게 구분된다. 모스크바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마치 서울에서 KTX 타면 부산까지 금방 가는데, 굳이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서 다시 부산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화할 의지가 있으면 남북 양자 사이에 가능한데, 그런 의지가 없는데 다자적 접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점점 과잉이 되어가는 통일 담론은 남북관계 현실과의 격차만큼이나 우스꽝스럽게 될 것이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움직이는데 정부는 뭐하냐는 여론도 지지율이 빠져나간 공간을 대체할 것이다. 해방 70주년의 뜻깊은 해를 이렇게 흘려보내도 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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