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벌써 1월 말이니 추운 겨울이 절반을 넘었고, 대통령의 '실제' 임기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게 희망일까요?
서서히 가라앉는 경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실감 나듯 지지도가 떨어지자, 세월호 참사를 남의 일인 듯 외면하던 대통령도 연말정산에 대해서는 삼일 만에 바로 사과를 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닮아 가는 걸까요? 우리 경제 성장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1월 23일 '2014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을 발표했는데요. 아래 표에서 보듯이 전년 동기 대비GDP 성장률(즉, 2013년 각 분기와 2014년 각 분기를 비교한 숫자)이 1/4분기 3.9퍼센트(%)에서 3.5%, 3.2%로, 그리고 4/4분기에는 2.7%로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국내총생산 행의 괄호 안의 숫자). 흔히 상반기엔 성장률이 저조하지만 하반기엔 회복될 것이라고 하는 상투적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이 어긋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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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013년 말 전망치인 3.8%에 비해서 0.5%p 줄어든 수치고, 이는 주로 소비증가율에 대한 낙관에서 비롯된 오류라는 점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2013년 말의 전망은 3.3%였는데 실적치는 1.7%로 반 토막이 났으니까요. 또 2013년에 마이너스를 보였던 설비투자가 5.6% 증가로 반전된 것(여기엔 물론 기저효과가 포함돼 있죠)을 빼곤 수출(6.6%->2.8%)이나 건설투자(2.0%->1.1%) 역시 원래 전망보다 나쁜 실적을 보였습니다.
거꾸로 가는 정책
이 정부 들어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 때문입니다. 두 정부는 일관되게 건설경기와 가계부채에 기대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빚을 줄이는 가운데(디레버리징), 한국만 홀로 가계부채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빚에 의한 소비와 건설투자에 기대는 성장이 이제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그런데도 금년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사업’과 손익공유형 민간투자에 의한 토목건설, 그리고 부자들에게도 1%대의 이자율로 주택매입자금을 빌려주는 손익공유형 모기지와 전세자금 대출입니다(1월 22일 자 <주간 프레시안 뷰> 71호 참조). 여전히 가계부채와 건설에 목숨을 걸고 있는 거죠.
담뱃세와 연말정산 문제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비상식적 정책기조 탓에 불거진 일입니다. 지금 민간소비를 늘리는 방법은 하층의 목숨을 위협하는 가계 빚의 처리(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행복기금'은 사실상 서민 가계 부채 탕감정책이었죠), 그리고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의 상승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필요한 돈은 자산세와 자본이득세 등에서 충당해야 합니다. 오바마의 연두교서가 바로 그런 내용이었죠.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새누리 당은, 설립된 지 30년이 넘는 기업 중 매출액 5000억 원인 기업의 오너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면 최대 1000억 원의 상속자산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5년간 약 25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표발의자는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강석훈 의원이고, 김광림·나성린·박맹우 의원 등 발의자 11명 전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인데요, 2012년 법인세 신고법인 48만 개 중 매출액 5000억 원이 넘는 기업이 689개임을 고려하면 기업의 99.8%가 상속특례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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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지난해 세수는 부진한 반면 복지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중앙정부나 지방 모두 살림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정난 해결 방안으로 지방교부세 및 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을 제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체 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지자체가 갖게 되는 교부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체 세입을 확대하려는 동기나 의욕을 꺾는 그런 비효율적인 구조는 아닌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지방정부에 보조금을 많이 주니까 자체적으로 세수를 확보하고 세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니 보조금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라는 거죠. 임금과 실업수당을 너무 많이 주면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을 테니, 임금과 복지를 줄여야 한다는 발상과 똑같습니다.
또 교육재정교부금을 놓고도 "내국세가 늘면 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현행 제도가 과연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해 교육에 대한 보조금도 줄이라고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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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가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바로 실행을 하는 '준(準) 군사정부'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지방교부금과 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가 한계에 부딪히자 지방으로 가는 보조금과 교육투자를 줄이라는 거죠. 건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만큼 복지지출은 줄이라는 얘기와 다름없습니다.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지난 25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민세와 영업용 승용차에 대한 자동차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의 말이 걸작입니다.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의 성격이므로 이번 인상안을 서민증세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집착은 드디어 '지록위마(指鹿爲馬)'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정책이 계속되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민간소비와 내수에 기반을 둔 투자는 더 줄어들겠죠. 원화표시 수출이 마이너스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총수요는 더욱 위축될 겁니다.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원인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정부, 우리는 그런 정부와 앞으로 3년을 더 같이 살아야 합니다. 정녕 그래야 할까요?
('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에서 빈곤탈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연구원 홈페이지에서 원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내용은 보고서 원본을 분석한 뒤에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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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별 필진은 '정치'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경제' 정태인 칼폴라니 연구소 창립 준비위원(前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 '생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세월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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