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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그들에겐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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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그들에겐 '절호의 기회'다" [정욱식 칼럼] 다시 '사드'다 (상)
수그러들던 사드(THAAD) 배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한국과 비공식 협의 중"이라고 했고, 중국 국방부는 반대 의사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사이에 낀 한국 국방부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알쏭달쏭한 표현으로 논란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서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의 전형적인 적대적 분단 논리가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의 최대 명분으로 북한을 삼고 있고, 남한을 어떻게 해서든 포섭하려고 한다. 이러한 적대적 구조는 MD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對) 북중러 사이의 대결 구도로까지 확대·전이되고 있다.

또 하나는 사드 논란이 미·중 간의 패권 경쟁과 이 사이에 낀 한국의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한국의 어정쩡한 태도가 이러한 딜레마를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6월 미국의 의사 타진 직후부터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도 사드가 배치되면 "한국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줄곧 견지하고 있다. 미국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사드 배치를 희망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화법인 셈이다. 그 결과 미국에게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이 '청신호'를 보낸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펜타곤 기류의 변화

사드 논란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올해 들어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에 펜타곤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 논란을 야기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고 미국이 이들 나라를 설득하는데 실패하면서 꼬리를 내리는 듯했다. 작년 가을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은 사드 배치는 전략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고,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과 협의를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랬다가 올해 2월 들어서 다시 사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국무부 쪽에서는 "결정된 바도 없고 실질적 협의가 이뤄진 적도 없다"고 했지만, 정작 주무부서인 펜타곤은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2월 10일 존 커비 펜타곤 대변인은 "우리 모두 사드 미사일 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주목할 발언은 제프 풀 펜타곤 공보담당관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현재 한미 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사드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진지하고 공식적인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이미 한국 내에서 부지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사드 문제를 한국 측과 비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펜타곤의 고위 관료가 공개적으로 사드 부지 조사를 마쳤다고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동시에 한국에서 부지 조사까지 했는데, 한국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고백'도 담겨 있다.

애슈턴 카터의 효과?

그렇다면 올해 들어 펜타곤의 기류가 다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네 가지가 중첩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첫째는 작년 12월에 체결된 한미일 군사정보보호 약정이다. 3자 MD를 위한 정보 약정을 체결한 만큼, 올해부터는 3자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자는 게 펜타곤의 기류이다. 그리고 사드는 동아시아 지역 MD의 핵심적인 무기체계이다.

▲ 지난 4일 (현지시각)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애쉬턴 카터 미국 신임 국방장관 ⓒAP=연합뉴스

둘째는 아시아 재균형(rebalance)을 겨냥한 미국의 국방비 증액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회계연도 2016년 국방예산으로 전비(戰費)를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로 책정했다.(☞관련 기사 : 오바마 국방비 증액, 한국 또 '현금자동지급기'?) 특히 전력투자비를 획기적으로 높였는데, 여기에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뒷받침하는 최신형 무기체계 확보가 주류를 이룬다. 그리고 사드를 비롯한 MD는 이러한 전략의 핵심적인 무기체계이다.

셋째는 사드의 수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6월 펜타곤이 사드 배치를 공론화했을 때, 미 육군의 사드 포대 구비량은 3개였다. 1개 포대는 괌에 배치했고, 2개 포대는 미국 본토에 두고 있었다. 펜타곤 내에서는 미국 본토에 있는 2개 포대를 그대로 둘 것인지, 1개 포대를 한국이나 중동에 배치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었다. 그런데 올해에 2개 포대를 추가로 구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량적으로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끝으로 애슈턴 카터 효과(?)이다.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돼 인사청문회도 무난히 마친 카터는 미국 내 대표적인 MD 옹호론자이다. 그는 2006년 6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전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선제공격론을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 이후 카터는 MD가 북한의 위협 대처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러한 입장은 2월초에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도 거듭 밝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장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면서 "강력한 양자적, 다자적 MD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월이 '중대 시기'가 될 전망이다. 안 그래도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가 꽉 막힌 상황에서 3월에 또 다시 한반도 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강행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북한은 강력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또한 한미 양국의 반북 단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DVD와 USB에 담아 북한에 뿌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MD 변수까지 더해지게 됐다. 미 의회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3월에 미국의 MD 전략 및 예산 관련 청문회가 집중적으로 잡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미군사훈련과 북한의 반발로 초래될 위기 상황은 사드를 비롯한 MD 증강을 위한 '최적의 환경'에 해당될 수 있다. 한반도에겐 '최악의 상황'을 잉태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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