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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4개월 연장…'그렉시트' 위기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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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4개월 연장…'그렉시트' 위기 넘겨 현행 지원 조건 일부 수정…6월말 새 협상까지 가교 역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이 20일(현지 시각)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그리스와 다른 18개 회원국, 국제 채권단 등이 4개월 연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28일 끝나는 현행 구제금융의 공식 명칭인 '마스터 재정지원기구 협정'(MFFA)의 6개월 연장을 요청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4개월로 줄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장의 목적은 현행 협약의 지원 조건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유연성'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긴축 정책의 일부를 수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그리스 정부는 현행 협정을 기반으로 개혁 정책 리스트를 23일까지 제출하기로 했으며, 채권단은 이를 토대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개혁 리스트는 채권단이 아닌 그리스 정부가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라며 이날 합의가 그리스 정부의 승리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가 새로 제출한 개혁 정책의 이행 여부를 실사하고서 4월 말에 구제금융 분할 지원금과 그리스 국채 보유에 따른 투자 이익을 지원하기로 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이번 연장으로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 새로운 협상을 체결할 때까지 가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새 협상에는 성장을 위한 개혁 정책 외에도 채무 경감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로 그리스는 6월 말까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펀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인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위기는 넘겼다.

다만 유로그룹은 EFSF가 제공하는 펀드는 시중은행의 자본 확충에만 쓰도록 제한해 정부가 이를 재정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4개월 안에 그리스와 트로이카가 새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다면 그리스는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35억 유로(약 4조4000억 원) 규모의 국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는 재정수지 목표와 경제 회복, 금융 안정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정책의 변경을 자제하기로 했다.

다만 트로이카가 전 정부와 합의한 올해 기조재정수지 흑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달성한다는 목표는 낮출 수 있도록 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성명서에 '적절한' 기초재정흑자를 보장한다고 표현한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저소득층에 재정을 지원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긴축 반대 공약으로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탈세·부패 척결, 행정 부문 개혁 등을 추진하고 긴축 정책에 따른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전날 유로그룹에 제안한 연장안과 이날 합의안은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전날 요청서에서 "수백만 그리스 국민의 생계를 재건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고용 안정, 사회적 통합을 위해 필요한 개혁을 위해 EU 기구들, IMF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그리스의 제안에 반대했던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날 합의를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는 2010년부터 2차에 걸쳐 트로이카로부터 2400억 유로(약 302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있다. 이 가운데 EU 측 구제금융은 6월 말까지 연장됐으며, IMF의 프로그램은 내년 3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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