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하게 돌아간다. 평창동계올림픽 말이다. 분명 IOC가 분산개최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측에서는 못 한다고 한다. 세상에, IOC가 하라는데 감히 이를 거부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까지 평창조직위 측은 어땠나. 가급적 기존 시설 활용해야 하고, 새로 짓더라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작게 지어야 한다고 아무리 충고를 해도 들은 체 만 체 했다. 오히려 거꾸로 갔다. 무조건 새로 짓는다. 그리고 최대한 크게 짓는다. 그러면서 매번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게 바로 "IOC 지시사항"이기 때문, 또 "IOC를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IOC가 분산개최를 하라는데 지금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외국에서는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가급적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새로 짓더라도 작게 짓는다. IOC도 경기장 위치, 규모 등 거의 모든 것을 협상을 통해 조정한다. 그래서 있는 게 바로 '조정위원회'다. 지난달 강릉에서 열린 회의에서 IOC의 린드버그 평창올림픽조정위원장도 "분산개최는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썰매 종목을 치르는 슬라이딩센터는 유지비용도 많이 든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럼에도 평창 측은 분산개최도 안 되고 슬라이딩센터도 새로 지어야 한다고 우겨서 결국 관철시켰다. 고광헌 한림대 교수의 표현대로 IOC와 평창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IOC는 살림 줄이라고 설득하는데 평창 측은 싫다고 거부하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가.
원하는 게 '올림픽'인가 '돈'인가
평창올림픽의 본색이 드러났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스포츠 이벤트' 올림픽이 아니었다. 강원도가 '대회반납'을 불사하며 분산개최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은 올림픽이 이들에겐 스포츠가 아닌 '토목개발 이벤트,' '국고예산 따먹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원하는 건 올림픽을 빌미로 앞세워 중앙정부 예산을 최대한 많이 따내는 것이다.
올림픽은 스포츠이벤트가 아니다. 문화체육부가 확정한 올림픽예산 13조 중 경기장 건설 예산은 약 7500억 원 밖에 안 된다. 그러니까 올림픽예산은 결국 거의 모두 토목공사비용인 것이다. 강원도 내 올림픽 유치론자, 분산개최 반대론자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강원도에 건설경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저기 공사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근 땅값이 오르는 것이다. 사실은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의 땅값이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평창조직위나 강원도 측은 예산 절감을 위한 모든 제안에 "이미 늦었다"는 것을 핑계를 내세우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고, 강원도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인 분산개최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 좋은 걸 나눠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중에 어찌 되는지는 신경 쓸 바 아니고 지금 당장 경기장을 짓고 공사판을 벌여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원도에 거대한 빚더미를 안겨줄 게 뻔한데도 왜 이들은 분산개최를 거부하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를 정점으로 하는 지역 기득권집단을 위한 돈잔치이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서민경제가 어려워도 상관이 없다. 강원도의 토호세력과 평창 인근에 땅투기를 한 서울의 부자들에게 올림픽은 '한탕' 해 먹을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주체할 수 없는 국고 폭탄과 사방에서 벌어지는 공사판은 그들과 그 자식들까지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올림픽 폐막 후 강원도가 떠안게 될 거대한 재정적자와 도민들이 대를 이어 갚아야 할 빚더미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남의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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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만세 부르고 강원도민들은 대를 이어 빚 갚아야
이런 대학들이 있다고 하자. 신입생도 줄고 재정도 적자인데 자꾸 큼직한 건물을 지어올린다. 이유는 뻔하다. 돈 빼돌리기에 건물 짓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건설사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학교 설립자(패밀리)는 부자가 된다. 학생들만 불쌍하다.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총학생회도 사실은 한통속이다. 같이 나눠먹는다. 학교가 결국 문을 닫아도 설립자는 엄청난 부를 챙긴다. 학생들만 속은 것이다.
이게 지금 강원도의 현실이다. 재정은 이미 파탄상태로 달려가고 있는데 강원도의 '빚더미 질주'는 멈출 줄을 모른다. 재정자립도가 2014년 18.7%로 전국 최하위권인 강원도는 올림픽 때문에 앞으로 매년 1000억 원 가량의 지방채를 발행해 거의 1조 원의 빚더미에 오른 상태에서 올림픽을 개막할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강원도의 미래는 알펜시아라는 괴물을 봐야한다.
일년 예산이 3조 원 남짓인 강원도는 그놈의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물경 1조7000억 원을 쏟아 부어 평창에 알펜시아리조트를 짓는 바람에 순식간에 1조 이상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콘도 한 채 값이 30~40억 원이라는 이 리조트는 완공된 지 몇 년이 지났건만 팔리지 않아 결국 중앙정부에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강원도는 알펜시아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하루 1억3000만 원을 이자로 허공에 날리고 있다. 이게 수년째이니 이자비용만 이미 수천억 원이다.
끝이 아니다. 지금 강원도에는 돈벼락이 폭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중앙정부가 경기장, KTX, 복선철도, 고속도로 등의 건설을 위해 퍼붓고 있는 국고 13조 원의 '국고 폭탄'에 강원도민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덫이 있다. 그 사업들 중 강원도 내에서 벌어지는 사업은 강원도가 25~40%의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 이게 또 몇 조가 될까.
이제 끝인가? 강원도의 빚더미 질주는 끝이 없다. 새로 지어지는 6개의 올림픽 경기장은 폐막 후 적어도 20억에서 많게는 50억 원 가까운 유지관리비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년 200억 원에 가까운 유지관리비가 필요하다. 이 돈을 낼 사람은 정해졌는가? 아니다. 조직위원회, 강원도, 평창군, 강릉시 간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시설들은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자, 이제 강원도가 올림픽으로 인해 떠안게 될 재정적자 견적을 내보자. 견적이 나오겠는가?
과연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내가 체육인이고 체육학과 교수지만 올림픽에 반대하는 분명하고도 많은 이유들이 있다. 올림픽을 개최했다고,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땄다고 해서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고 내 제자들이 취직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올림픽은 이제 스포츠행사가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란 오직 기득권 집단을 위한 올림픽으로 변질됐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 주는 이벤트다. 평범한 사람들이 수십, 수백 년을 살아온 고장에서 쫓아내는 게 올림픽이다. 서민이 가져야 할 몫을 빼앗아 소수의 부자들에게 옮겨다 주는 게 올림픽이다. 능력 없는 지자체장들이 뭔가 업적을 만드는 게 난망해지면 들고 나오는 게 스포츠이벤트 유치다.
특히 스포츠이벤트를 빌미로 천금과도 같은 국고를 빼내 '눈먼 돈'으로 만들어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게 낭비했던 역사가 이미 수차례 반복되어왔다. 전남의 F-1이 그랬고, 충주의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그랬으며, 인천의 아시안게임이 생생한 사례가 되어 그 어처구니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고작 6시간을 쓸 1000억 원 가까운 개폐막식장을 인구가 고작 4000명인 횡계리에 새로 짓는 문제가 논란이 되자 한 강원도민이 인터뷰에서 그랬다.
"올림픽 치르는데 그 정도 돈도 안 써요?"
무주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자는 제안에 대해 평창조직위측이 이렇게 답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할 거면 올림픽 개최를 할 도시가 어디 있겠느냐."
평창동계올림픽. 도대체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진정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가. 그 지저분한 속내가 다 까발려진 올림픽, 차라리 반납하는 것이 답이다. 2011년 유치 확정 이후 조직위원회는 그야말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바람에 어느 언론의 표현대로 이대로 가다가는 '200% 실패'할 게 뻔하다. 도대체 지난 4년간 뭘 했는가.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이 올림픽은 MB정부의 4대강 보다 더 많은 혈세를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 예산 13조 원은 2018년 개최 때가 되면 분명 20조를 넘어설 것이다. 안 그런 국책사업이 드물다. 일단 삽질 시작하면 두 배, 세 배로 뛰는 국책사업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다른 나라들도 유치 신청 철회한다. 우리가 선망하는 유럽과 미주의 도시들이 그랬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반납이 무책임하다고? 반납을 무책임하다고 하는 바로 그 사람이 무책임한 사람이다. 올림픽 폐막 후의 문제를 남의 일 보듯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무책임하다.
반납이 답이다. 미국의 덴버가 동계올림픽 반납한 바 있고 우리나라도 박정희 대통령 때 아시안게임을 벌금까지 물고 반납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덴버가 있는 콜로라도주는 세계 최대, 최고의 겨울리조트가 됐고 우리나라는 박정희 때 최고의 경제성장을 일군 바 있다.
반납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분산개최가 답이다. 단 사흘의 행사를 위해 500년 보존해온 가리왕산 깎지 말고 IOC와 협상을 해 덕유산이나 용평에서 하면 된다. 북한의 마식령스키장도 있다. 슬라이딩센터는 일본의 나가노가 있다. 아이스하키는 서울 태릉이나 목동에서 하면 된다. 개폐막식은 원래 계획대로 강릉의 경기장을 리모델링 해서 하면 된다. 새로 경기장 지었다가 부술 게 아니라 평창에서 30분 거리인 원주에 지어서 계속 쓰면 된다.
왜 우리가 수십조 원을 쓰고 IOC 좋은 일만 해야 하는가. 왜 우리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빚감당을 해야하는가.
* 최근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도 필자가 출연해 평창올림픽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방송을 들어보시기 바란다. ()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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