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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원자력협정, 동북아 평화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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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원자력협정, 동북아 평화에 미칠 영향? 사용후핵처리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도

한미원자력협정이 41년만에 개정됐다.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한 문구가 사라지면서 한국이 핵 에너지 이용에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재처리가 가능해진 것 자체가 외교·안보·환경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핵비확산센터 소장은 협정 개정에 대해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하는 조치가 가능해질 길을 열었다는 점 △협정 시한을 20년으로 짧게 잡아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따라 협정 변경이 가능해졌다는 점 △원전 연료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 등을 들어 한국이 핵 에너지 이용에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개정된 협정에 따르면 재처리 방식 중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가 국내 연구시설에서 가능해진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위한 전 단계인 '조사후시험'(照射後試驗)과 전반부 공정의 핵심 과정인 '전해환원'(電解還元) 연구에 대해 한미 양국이 협정 기한 내에 '포괄적 동의'를 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500도 이상 고온에서 소금을 녹인 것과 유사한 용융염 상태로 만든 다음, 이를 전기화학적인 기술로 처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핵무기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추출할 수 없기 때문에 핵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재처리한 후의 우라늄도 재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기존 재처리 방식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전 ⓒ프레시안(이대희)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은 여전히 개발 단계의 기술이며 실제 이 기술을 사용해도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010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시작하던 당시 <프레시안>에 기고한 '핵연료 재처리 진단과 대안' 연재에서 (☞관련 기사 : 핵연료 재처리 안전성도 경제성도 없다) 기술적으로 플루토늄 추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장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을 이용하면 사용후핵연료의 93~94%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은 플루토늄의 1~1.2%를 재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단 1%짜리 재활용 위해 수백조원 투자?) 실제 파이로프로세싱이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용후 재처리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의 과정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설사 이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시도하더라도 이에 따르는 외교·안보적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보유하려는 시도 자체가 핵무장의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주변국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북핵 문제로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본격적으로 재처리에 돌입할 경우 주변국, 특히 일본의 핵개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핵보유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북한의 핵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재처리와 농축을 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개발은 남북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사무처장 역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손을 대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연구 차원에서도 재처리 시도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연구를 더 해보고 싶은 호기심의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용후핵연료 연구는 단순히 과학자의 호기심 차원으로만 고려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면서 외교·안보·환경적인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관련해 내부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녹색당은 논평에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의견수렴절차가 매우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원자력협정부터 타결한 것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녹색당은 이번 협정에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 핵발전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발전 확대정책을 전제로 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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