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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재보선 '전승(全勝) 전망',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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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재보선 '전승(全勝) 전망', 이유 있다? [표동협의 '정치 픽션'] 재보선, 그리고 새누리당의 '물귀신 전술'
재·보선은 주목받지 못하는 선거다. '지역 일꾼론'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 '지역 일꾼론'은 아마 대한민국에 선거라는 게 생긴 이후 각종 '선거공학개론서(?)' 제 1장을 차지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간 나타난 선거 양태는 '지역 일꾼론'의 '생성론', 그리고 '실무이론'과 '응용이론'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 간판이 뜬 이후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는 그럴싸한 상품에 '심판론' 포장지를 입혀 시장에 내다 팔았고, 짭짤한 재미를 봤다. 열린우리당이 압승한 2004년 총선 이후, 새누리당이 각종 재보선에서 거둔 승리(40석 대 0석)는,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프로 권투선수의 승률을 우습게 만든다.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그때는한나라당)은 '무능한 노무현 심판론'을 적절히 활용해 '지역 일꾼론'을 내건 당시 여당을 제법 잘 조리했다.

2008년 새누리당이 집권한 이후부터 양상은 달라진다. 야당이 된 새정치민주연합(당명이 하도 많이 바뀌어서 당시 당명을 써야할 효용성을 잃었다)은 이제 '정권 심판론'을 줄기차게 외쳤으나, 새누리당은 열린우리당이 폐기했던 '지역 일꾼론'을 살려내 맞섰다. 2009년 4월 재·보선에서 0대 5로 참패한 이후, 한나라당은 2009년 10월 재·보선(2대 3 패)에서 다소 만회를 했고, 2010년 7월 재·보선에서는 무려 승리(5대 3 승)를 거뒀다. 2011년 4월에 한번 패(1대 2패)했지만, 그해 10월부터(2대 0 승) 지금까지(2013년 4월 재·보선 2대 1 승, 2013년 10월 재·보선 2대 0 승, 2014년 7월 재·보선 11대 4 승) 내리 이겼다.

요컨대 새누리당 7년 정권 동안 시행됐던 굵직한 재·보선 8번 중 5번의 승리는 여당의 차지가 된 것이다. 지역 일꾼론이든, 심판론이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이유가 다 있다.

·보선에 부동층은 없다…단순무식 지지층 결집 싸움이다

결국 재·보선은 지지층 결집 싸움이다. 판세를 읽고 구도를 파악하는 게 아니다. 스윙보터(중도층)나 부동층을 보고 전략과 전술을 짜는 것도 아니다. 어떤 당이 자신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얼마나 많이 끌어내느냐, 이것이 관건이다. 기껏해야 몇 석 안되는 의석 싸움에 거창한 정치 명분을 부여하는 것은, 지역민 입장에서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애초에 뉴스를 잘 안 볼 것이다.)

간혹 정치 명분을 부여할 때가 있긴 하다. 재·보선을 이끄는 장수가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국정 동력(여당의 경우)를 확보하려고 하거나, 정권 교체(야당의 경우)의 발판을 삼으려 할 때다. 그러나 이는 보통 선거전 초반 전략 차원에서 '공중전'으로 다뤄질 뿐이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전술은 중요해진다. 어떻게 하면 우리 당 지지자가 귀찮음을 무릅쓰고 선거장에 나와 표를 던져줄까. 요컨대 '투표장에 나올 사람'들을 나오게 만드는 기술이 관건이다.

정치 토양(점잖치 못한 말로 '표밭')의 성질이 중요하게 언급됐던 것도, 재·보선이 본래 '지지층 결집' 싸움이기 때문이다. 여당 성향이 강한 인천서강화을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고, 야당 성향이 강한 광주 서을, 성남 중원, 서울 관악을에서는 야당 후보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먼저 깔고, 언론은 재·보선 판세를 분석해왔다. 이렇게 여야 구도로 정리가 됐다면 사실 결과는 깔끔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야당 성향이 강한 세 지역에서 야권 표가 분산된 것이다. 세 곳 모두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가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어떤 재·보선도 지지층의 표를 떼 주고 성공한 사례가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진행됐던(여당이 승리했던) 대부분의 재·보선 지역은 친여 성향이 강한 곳에 몰려 있었다. 지금은 좀 달랐다. 야당에게 유리한 지역들이었으나, 이같은 '토양론'이 먹히지 않는 것은 야권 지지자들의 분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매우 성공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 전가의 보도, 바로 노무현 정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년 간 새누리당은 뭐 했는지 모르겠지만, 7년 전 실정이, 7년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에 현현(顯現)하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꽤 잘 먹히는 것 같다. 노무현에 대한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원한이 어디까지인지는,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지지층을 자극시켜라…그럴려면 논리를 쥐어줘라

새누리당이 '지난 7년 간 뭐했냐'는 욕 먹을 각오하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심지어 전직 새누리당 의원님이다)의 노무현 정부 특혜 사면론을 꺼내든 것은 간단하다. 지지층에 논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거짓말을 섞어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더라도, 그것이 나중에 들통이 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다. '성완종 리스트'로 패닉에 빠진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우리 당이 이렇게 형편없는 당이었느냐"며 질문을 쏟아낼 때, 그들을 설득할 답변과 논리만이 필요한 것일 뿐.

"성완종이라는 사람이 노무현 정부 때 로비를 해서 사면을 받았다"는 데서 시작했지만, 지역의 핵심 지지층들에 전달될 메시지는 좀 더 나아갈 것이다. "노무현 측근 문재인이 성완종과 새누리당을 어찌 비판할 수 있느냐"는 논리는, 아마 '승패의 분수령'인 이번 주말 내내 지역 조직망을 샅샅이 훑을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들 입에서 "아무렴" 소리가 나올 때까지 말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도 시점을 의도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런 의혹을 떠나서라도 타이밍이 좋았다. 총리 리스크를 털고, 노무현으로 역공을 한다. 기막힌 전술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애초에 지지층 일부를 포기하고 선거를 시작했다. 문재인의 욕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선거전 초반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반사 이익을 얻는가 싶더니, 이내 여당의 프레임에 말려들고 말았다. 물론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에 반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프레임에 말려들 것을 알지만, 지지층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상황이 겹쳐 "참여정부는 부도덕하지 않다"는 수세적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회견은, 굳이 의미를 찾자면 '야야(野野) 구도'를 '여야(與野) 구도'로 전환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여야 구도가 형성돼 무소속 후보들이 가려지면, 지지층 결집이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부동층 떼고, 새정치연합이 끌어올 수 있는 표는 천정배(광주 서을), 김미희(성남 중원), 정동영(서울 관악을) 지지자들이다. '무소속 후보'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 이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야당 심판이 웬말이냐", "분열을 가져오는 배신자" 논리를 지지층에 설득하려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미하다.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새누리당 지지층은 무섭게 결집하기 시작했다. '지역 일꾼론'과 '노무현 때리기'로 지지층에 투표장 방문 명분을 쥐어줬다. 그들은 모르긴 몰라도 '문재인은 안되지'라고 투덜대며 승합차에 실린채 투표장에 배달될 것이다. 투표율은 아마도 상당히 낮을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막판 프레임 싸움에서 판정패했다. 물귀신 작전에 걸려든 원인이 문 대표 잘못만은 아니라고 본다. 보수 언론이라는 든든한 백을 가진 새누리당의 그간 행태를 보면, 100년 전 일도 노무현 정부 잘못으로 둔갑시킬 수 있을 기세다. 구도도 나쁘다.

선거 판이 흐리다. 지난 7년, 노무현이 나라를 주물럭거리는 동안 집권 여당이 과연 뭘 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새정치연합은 뭘 했는지 더욱 모르겠다.

'정치 픽션'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돌아가며 쓰는 일종의 가상 정치 칼럼입니다. 이 '카더라' 칼럼이 진실의 한 구석이라도 보여줄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정치 평론가 표동협은 가공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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