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 선거 참패를 계기 삼아 재차 불거진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 갈등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장 당 지도부들부터 친노(親노무현) 대 비노라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모양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계파 간 신경전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월요일(4일) 광주를 다녀왔다"면서 "재보선 기간 제가 하루씩 묵었던 회관과 경로당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그분들께 저는 우리당이 누려온 기득권을 벗고 민심을 제대로 받드는 당이 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노계 주승용 최고위원이 "주말에 만난 호남 민심을 전해드리겠다. 4.29 재보선 참패는 '친노 패권 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다"라는 직격탄을 날린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문 대표는 이어 "우리 당이 더 신뢰받는 정당이 되는 길은 역시 더 크게 혁신하고 단합하는 길밖에 없다. 새삼스러운 해법이 아니다"라면서 "그간 여러 차례 변화를 말했지만, 단결의 문턱에서 각자의 길로 뒤돌아서곤 했다. 전당대회 이후부터 해왔던 당 혁신과 단합 노력을 더 가속화 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 책무를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일각에서 여전히 제기하고 있는 '거취론'에 대해 재차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를 이어 우윤근 원내대표가 자신의 임기 마지막 날을 맞아 인사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모두 발언을 했으며, 그다음은 통상 주승용 최고위원의 발언 순서이나 그는 이날 친노 공격 무대로 활용해 오던 최고위 공개 발언을 스스로 거부했다.
주 최고위원은 "저는 오늘, 아니 이번 주는 발언하지 않겠다"고 한 후 마이크를 밀어냈다.
다음 순서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계파 논쟁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소셜네트워크(SNS)가 시대 정신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페이스북 혁명으로 집권과 재집권을 이뤄내고 재스민 혁명도 페이스북 혁명이었다. 비생산적 논쟁(계파 논쟁)을 종식하고 SNS 스마트 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내 신경전은 동교동계와 비교적 가까운 전병헌 최고위원의 발언 중에 불현듯 드러나기도 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친박 유죄 비박 무죄'라는 말실수를 했다. '친박 무죄 비박 유죄'라고 지적하려던 것을 잘못 말한 것이다. 이에 유승희 최고위원이 옆 자리에서 '잘못 말하셨다'며 실수를 알려주었고 이에 회의장이 일순간 웃음 바다가 됐음에도 주 최고위원만은 굳은 표정을 꿋꿋하게 유지했다.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애써 감추지 않던 문 대표 옆에서 주 최고위원은 천장을 쳐다보며 답답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주 최고께서 유구무언이어서 오늘은 제가 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국민의 눈에 작금의 우리 상황이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쩔쩔 매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 선거에서 이기건 지건 결과에 담긴 민심을 정확히 헤아려서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공당의 책무이고 존재 이유다. 그러면서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전날 전 최고위원은 70명가량의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자리에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이사장이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힘을 내서 잘 수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한 바 있다.
전 최고위원은 "지금은 당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한숨 고르면서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선거) 결과만 놓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건은 대단히 공허한 짓이고 더군다나 그것이 계파적 이해에 뿌리를 둔 것이라면 해악이고 해당이다"라면서 "이미 최고위는 공식적이고 중립적인 재보선 평가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소한 객관적 기관의 공식적 평가가 끝나기 전까지는 당에 누구도 국민 보기에 민망한 자해성 평가는 서로 간에 자제할 것을 정중히 제안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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