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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어떻게 바꿔야 이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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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연금, 어떻게 바꿔야 이득일까? [해설] 소득 대체율 50%, 얼마 더 내고 얼마 더 받나?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한 여야 합의가 난항 상태다. 그래도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는다. 국민연금 가입자로서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그대로 두자는 방안과 올리자는 방안 중에 어느 쪽이 이득일까?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보험료를 두 배 인상해야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용돈 연금'을 현실화하자고 주장했다.

두 주장을 비교하려면 소득 대체율이 현행보다 10%포인트 오를 때 얼마를 내야 하고, 노후에 얼마를 돌려받는지를 봐야 한다. 먼저 알아야 할 점은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40%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40년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200만 원인 노동자 ㄱ 씨가 있다고 하자. ㄱ 씨는 국민연금에 40년 가입해야 소득 대체율 40%를 적용받아 노후에 월 80만 원(소득 200만 원 X 40%)을 받는다. 국민연금에 20년 가입했다면 노후에 월 40만 원(200만 원 X 20%)을, 30년 가입했다면 월 60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25년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 대체율은 25%가량이다. ㄱ 씨를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에 평균 25년 가입했을 때 노후에 월평균 50만 원가량을 받는 셈이다.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이 40년 가입 기준으로 최대 50%로 늘어나면 ㄱ 씨는 40년 가입했을 때 월 100만 원(200만 원 X 50%)을 받는다.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인 25년을 적용하면, ㄱ 씨는 바뀐 제도에서 노후에 월 62만5000원을 받는다. 현행 50만 원에서 62만5000원으로 받는 돈이 12만5000원 늘어난다.

ⓒ연합뉴스

보험료 두 배 인상? 1.01%포인트 인상?


이제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 보자.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직장 가입자라면 이 중 절반은 회사 측이 부담한다. 현재 ㄱ 씨는 200만 원의 4.5%인 9만 원을 보험료로 낸다. 노후에 매달 12만5000원을 더 받기 위해서 ㄱ 씨는 얼마를 더 보험료로 내야 할까?

정부 계획대로라면, 보험료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는 오는 2060년을 기준으로 달라진다. 정부는 소득 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 ㄱ 씨의 자식 세대인 ㄴ 씨는 2060년부터 18.8%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은 회사 측이 부담하므로, 200만 원을 버는 ㄴ 씨는 2060년부터는 18만8000원(200만 원 X 9.4%)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대로 소득 대체율을 40%로 유지해도, ㄴ 씨는 '2060년이 이후부터' 보험료로 소득의 15.85%(15만8500원)를 내야 한다. 정부 계산법대로 2060년까지 현행 보험료를 동결한다면, 노후에 연금을 올려 받지 않아도 2060년부터는 갑자기 보험료를 두 배 인상해야 한다.

반면 야당은 '2060년 이전까지' ㄱ 씨가 보험료를 1.01%포인트만 더 내도 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60년이 되기 전까지는 현행 9만 원에서 9만909원으로 보험료를 909원만 더 내면, 노후에는 현행 50만 원에서 62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2060년까지 연금 기금이 고갈되도록 그냥 둔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2060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당과 정부의 주장은 둘 다 사실이다. 보험료율 인상안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2060년 이후에 연금 기금을 얼마나 적립해야 하는가를 두고 정부와 야당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은 연금 기금(적립금) 고갈이다. 현행대로라면 2060년에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는데, 정부는 현행 적립금 수준을 유지하려면 보험료를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계산한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거대화된 적립금 규모를 줄이고 그때그때 보험료를 걷어 연금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연착륙시키자고 주장한다.

2060년 기금 고갈돼 연금 못 받는다?…과장된 불안

국민연금 적립금이 모두 소진되면,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을까?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이 바닥나도 국민연금 제도가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의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사회보험의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은 '적립식'과 '부과식'으로 나뉜다. 쉽게 말해 '적립식'은 평생에 걸쳐 큰돈을 쌓아놨다가 내가 낸 보험료를 노후에 돌려받는 방식이고, '부과식'은 젊은 세대가 그해에 낸 돈으로 그해 노인 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적립식'과 '부과식'은 이론적 편의상 나눈 개념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나라든지 공적 연금을 운영할 때 일정 정도 적립금을 쌓아놓되,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의 원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문제는 몇 년 치 적립금을 쌓느냐다. 같은 적립식을 채택했어도 한국은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가 다르다. 한국은 20년 치 적립금을 쌓고 있지만, 일본은 5년 치 적립금만 갖고 있다. 부과식에 가까운 독일은 7~10일 치 적립금만 갖고 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손꼽히는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일본조차도 5년 치 적립금만 쌓았다고 해서 '5년 후 연금 고갈'론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보험료를 두 배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2100년 이후에도 국민연금 적립금을 17년 치 이상 지급할 규모로 유지할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GDP 대비 규모로 환산하면 GDP의 140%인데, 이 정도 규모의 단일 공적 연금 기금을 운영하려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적립금을 많이 쌓기 위해서 보험료를 지나치게 올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보다 좋은 사보험은 세상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얼마를 더 내야 하는가? 소득 대체율을 50%로 높인다면, 보험료는 정부 안과 야당 안 사이에서 결정돼 조금씩 오를 확률이 높다.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조금씩 부담을 나누는 셈이다. 적정 보험료에 대해 김 교수는 "2007년 당시 학자들 다수 안으로 보험료율 12.9%에 소득 대체율 50%가 적정하다고 정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월 소득 200만 원인 ㄱ 씨의 사례를 적용하면, 25년간 보험료 12만9000원을 내고 노후에 62만5000원을 받는 셈이다.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내는 지역 가입자나 임의 가입자여도 마찬가지로 이득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은 무조건 이득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보다 좋은 사적 연금은 세상에 없다"고 단언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100을 내면, 노후에 120~400(평균 150)을 돌려준다. 그것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연금액을 받을 시점의 '미래 시가'로 준다. 반면 사적 연금은 수익률이 100%가 안 될 수도 있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또 국민연금은 가난한 사람일수록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이 받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에 가난하다는 이유로 돈을 더 주는 사보험은 없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고, 본인이 사망하면 유족 연금 형태로 물려줄 수도 있다.

▲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국민연금 신뢰 쌓고 사회적 합의 이끌어야"


4월 임시 국회 처리에서 연금 개혁안이 무산되면서 앞으로 두 가지 과제가 남는다. 하나는 국민에게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보험료율 점진 인상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서구에서는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점에 맞추어, 국민연금 제도가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우리도 부과 방식 전환을 논의한다면 세대별 재정 부담을 나눠 제도가 연착륙하도록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재정 경로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으로 김연명 교수는 "(출산, 실직, 군 복무 등으로 연금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크레디트 제도'를 강화하고, 공무원 연금 재정 절감분을 취약 계층 공적 연금 강화에 쓸 계획이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연금 혁명, 박근혜 약속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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