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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文, 친노 좌장으로 버틸지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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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文, 친노 좌장으로 버틸지 선택해야" 사실상 공개 사퇴 압박…'선거 책임론' 재등장, 깊어지는 새정치 내분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이 수습은커녕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당내 비노계 중진인 김한길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향해 "'친노' 좌장으로 버티며 끝까지 가 볼 것인지,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 지난주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방송 인터뷰에 이어, 사실상 문재인 대표에 대한 대표직 사퇴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11일 "문 대표가 선출직 지도부의 의무를 강조하면서 지도부의 사퇴 불가를 강조하는 것은, 책임 정치 구현을 위해 선거 패배 후 사퇴했던 모든 지도부의 결단을 무색하게 만든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후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을 사퇴했었다.

김 전 대표는 "선거 참패 이후 사퇴만이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선출직의 의무만 강조하는 건 보기에 참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는 선거에 지고 물러났는데, 너는 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느냐'는 간접적 지적이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버틸지 결단할지 정하라'는 말은 사실상의 사퇴 촉구로 봐도 무리가 없다. 앞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지난 8일 밤 방송 인터뷰에서 "(재보선 패배에 대해) 문 대표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었다.

지난해 대표직 사퇴 이후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것을 자제해 온 김 전 대표가 돌연 이같은 입장을 발표한 배경으로는 이날 오전 문 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발언과, 문 대표의 측근인 노영민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 등이 꼽힌다.

문 대표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최고위원을 간접 비판한 것이나, 노 의원이 역시 "선출된 최고위원이 그 직을 수행하는 의무 이행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모두가 절제와 품격을 지니고 자중자애해야 된다"고 좀더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 김 전 대표 측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주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내 '김한길계'로 불린다.

특히 노 의원의 인터뷰 내용 중에 있는 '자중자애'라는 표현은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난 8일 '공갈' 발언에도 등장한다. (☞관련기사 : '친노 패권주의' 놓고 주승용-정청래 막장 설전) 이것이 '정 최고위원의 주 최고위원 비난이 문 대표 측과 조율된 것 아니냐'는 비노계의 의심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정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과 관련해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에게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겠다면 최소한 패권 정치 청산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1주일 넘게 응답을 기다리던 와중에 벌어진 색다른 응대"라고 규정했다. 정 최고위원의 말에 문 대표측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해석한 것이다. 주 최고위원도 앞서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이것이 (친노) 패권주의"라고 했었다.

김한길, 7일 오후 文 회동 내용도 밝혀…"대안 없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지난 7일 문 대표와 만찬 회동을 했던 내용을 밝히면서, 자신이 이 자리에서 문 대표에게 '버틸지 결단할지 정해야 한다'는 앞의 주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며칠 전 문 대표가 청해서 저녁을 같이 했다"면서, 자신은 문 대표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문 대표의 결심이 서고, 그 (결단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그 때 연락을 달라'고 말하고 문 대표와 헤어졌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당시 회동 내용에 대해 "저는 문 대표가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인 대안을 말씀하실 줄 알았다"며 "'앞으로 이렇게 변하겠다'면서 제게 '이런 부분을 도와달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말씀은 없이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의견을 구했을 뿐"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그는 이날 오전 문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놓은 메시지에 대해서도 "'공갈' 발언에 대한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금요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망한 모습을 보여 국민과 당원들께 큰 실망과 허탈감을 드렸다"며 "당을 대표해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하는 한편 "친노-비노, 친노 패권주의라는 분열의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며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는 "'문재인은 친노 수장이다'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재보선 패배를 언급하며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당의 단합이 절실하다"며 "주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이 오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문제를 풀기위한 성의 있는 노력이 지금 이 시간 진행 중이다. 주 최고위원이 하루빨리 당무에 복귀해서 당의 단합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주 최고위원의 사퇴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주 최고위원에게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을 먼저 생각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도 했다.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말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문 대표는 한편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은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개인적인 발언이 아니라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드리는 발언"이라며 "당의 입장에서 더 공감받을 수 있는 언어와 정제된 표현으로 발언해줄 것을 각별히 당부한다"고 정 최고위원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주 최고위원에게 사과하기 위해 전남 여수로 갔으나 주 최고위원과 만나지는 못했다. 다만 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 노선이나 견해를 떠나 상처를 준 부분에 미안함을 전하러 왔다"며 자신이 주 최고위원과의 통화에서 "모든 것을 떠나 인간적으로 미안하다. 그래서 내려왔다"고 말헀고, 주 최고위원은 "여기까지 내려와 줘서 고맙고 사의(謝意)는 받아들이겠다"며 "만난 걸로 치자"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과 당원, 지지자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주 최고위원은 별도 입장 자료를 내어 "(정 최고위원괴의) 만남은 불발됐고, 정 최고위원은 전화 통화를 통해 사과 의사를 전했다"며 "이와 함께 최고위원 복귀도 종용했으나 '최고위원 복귀는 정 최고위원이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과 표명과 사퇴 철회는 별개 문제"라며 "사퇴 철회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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