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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6자 회담, 살릴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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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6자 회담, 살릴 방법 없나 [정욱식 칼럼] 한미 군사 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묶어 '빅딜'

7년째 산소 마스크를 끼고 있는 6자 회담이 죽음의 문턱에 도달하고 있다. 6자 회담이 죽으면 한반도의 운명도 위태로워진다. 6자 회담의 종말은 곧 한반도 핵 문제와 불안한 정전 체제의 악순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6자 회담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도 없는 현실이다. 한반도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까닭이다.

불안한 미래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6자 회담이 비교적 잘 나갈 때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동북아 평화 안보 체제를 추진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 회담의 문이 닫힌 이후에 미-일 동맹과 중-러 협력 체제 사이의 대결 구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 다자 간 평화 체제에 대한 희망은 희미해지고 신(新)냉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렇게 6자 회담이 수명을 재촉하고 있는 원인은 미국의 경직된 태도, 한국의 무능, 그리고 북한의 입장 변화가 맞물리고 있는 데에 있다.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먼저 도발을 삼가고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년째 지겹도록 들어온 얘기다.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탐색적 대화를 추진하다가 여의치 않자, 대북 압력과 제재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올해 초까지 "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과는 더 이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 않겠다"며 6자 회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아마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한미 양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제건설과 핵 무력건설 병진노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 지난 2008년 12월 8일 증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 ⓒ연합뉴스

북한이 이처럼 돌변한 데에는 올해 초에 자신들이 내놓은 '중대 조치'가 무시당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북한은 1월 10일 "미국이 올해에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합동 군사 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우리도 미국이 우려하는 핵시험을 임시 중지하는 화답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이 제안을 "중대 조치"라고 일컬으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두 가지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이 사안이 6자 회담의 수명을 재촉하는 결정적인 악재가 아니었나 싶다. 한미 양국에서는 북한의 의도를 색안경을 끼고 봤다. 북한이 한미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내놓고 이를 거절하면 도발과 핵 능력 강화의 구실로 삼을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암묵적 위협”이라고 일컬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의 의도야 추측의 영역이다. 어쨌든 북한은 오늘날에도 한미가 자신의 '중대 조치'를 거절한 것을 두고 '대화에 흥미가 없는 쪽은 한국과 미국이다'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북한의 발언권도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미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러시아에게 대북 압박과 제재 강화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가 북한의 '중대 조치'를 거부하자 중국과 러시아도 직간접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동시에 한미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타진하자 한미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북한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중·러에 항변하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이다. 8월엔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실시될 것이다. 북한은 "우주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며 10월경에 인공위성 발사를 예고하고 있다.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는 대응에 나설 것이고, 그러면 북한은 이를 4차 핵실험의 빌미로 삼으려 할 것이다. 광복 70주년에 한반도가 또다시 크게 요동칠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들이다.

그렇다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방법이 있다. 북한이 올 초에 내놓은 '중대 조치'에 한미 양국이 '알파'를 붙여 역제안을 하는 것이다. 즉, '한미 군사 훈련을 중단할 의사가 있으니 북한은 핵실험은 물론이고 장거리 로켓 발사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북핵 고도화를 제어할 수 있고,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의구심을 완화할 수 있으며, 6자 회담의 문도 열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오바마 행정부와 후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에게 올 하반기는 중대 기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고집하면 한반도의 앞날은 더욱 불확실하고 위험해질 것이다. 반면 ‘역제안’을 통해 돌파구를 만든다면,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이 그 전환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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