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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 쌍용차 해고자, '비해고자'보다 47배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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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 쌍용차 해고자, '비해고자'보다 47배 우울 고려대 연구팀 비교연구…최고의 치료법은 '복직'

2009년 어버이날, 해고 예고 통보서를 담은 노란 봉투가 배달됐다. 그 봉투가 한 달 후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동료들을 '산 자(비해고자)'와 '죽은 자(해고자)'로 갈랐다. 이후 6년이 흐르는 동안, 해고자와 그 가족 28명이 차례로 목숨을 잃었다.

8일은 2009년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지 꼭 6년이 되는 날이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며 공장에서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였고, 고공 농성부터 단식 농성까지 "안 해본 것 없이" 싸웠지만, 아직 복직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살인'과 같다던 정리해고는 얼마나 노동자들을 병들게 했을까.

7일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팀이 발표한 '2015년 함께살자 희망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 1년간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겪은 '우울 및 불안장애'(75.2%)는 일반 자동차 공장 노동자(1.6%)의 4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은 해고자 142명과 노사합의에 따라 무급휴직 뒤 2013년 회사에 복귀한 복직자 17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를 2011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진행한 자동차 공장 노동자(422명) 근로환경조사와 비교했다. 해고자와 복직자, 일반 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울, 불안장애…해고자 75.2% > 복직자 49% > 일반 노동자 2%

조사 결과 해고자와 복직자, 일반 자동차 공장 노동자 사이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차이는 극명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은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어떠하냐'는 질문에 39.5%에 '나쁘다'고 응답했다. 복직자의 24.2%, 해고를 경험하지 않은 일반 자동차공장 노동자의 2.5%가 '나쁘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밖에도 두통, 호흡곤란, 심혈관 질환, 청력 문제 등 9개 항목의 건강 문제에서도 해당 증상을 경험했다는 해고자들의 비율이 복직자나 일반 노동자에 비해 전 항목에서 크게 높았다. (아래 표 참조)

해고는 몸 뿐이 아니라 마음도 병들게 했다. 최근 1년간 우울 및 불안 장애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일반 노동자의 경우 1.6%에 그친 반면, 복직자는 30.1%, 해고자는 75.2%에 이르렀다.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해고자는 72.2%, 복직자는 49.0%, 일반 노동자는 2.0% 수준이었다.

해고, 낙인, 고립

해고라는 사회적 낙인이 가져온 상처도 싶었다. 조사에 참여한 해고자 중 90.0%가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고, 93.8%는 "해고 당하지 않은 이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75.6%가 "해고당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당혹스럽다"고 했고, 74.9%가 "해고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답했다.

이는 세상과의 '고립'으로 이어졌다. 해고자의 62.8%가 "해고당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거부할까봐 가까이 하는 것을 피한다"고 했고, 73.6%가 "해고 당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부적절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내 가족이나 친구가 나 때문에 난처해지지 않도록 사람들과 같이 있는 자리를 피한다"는 해고자도 59.5%에 달했다.

이런 고립의 배경엔 정리해고 이후 겪은 차별의 경험 역시 있었다. 해고자의 87.4%가 해고 뒤 구직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6년간 싸웠지만, 이런 차별을 경험할 경우 '참는다'는 답변이 41.2%로 가장 많았다.

해고자는 아프다…해법은 '복직'

노사 합의에 따라 지난 2013년 복직한 무급휴직자들과 해고자들의 건강 상태 비교도 눈에 띄었다. 최근 1년간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을 복용한 해고자가 22.1%에 달한 반면, 복직자의 경우 10.8%로 절반 이하였다. 지난 일주일간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도 해고자는 78.6%, 복직자는 52.8%였고,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신 경험 역시 해고자는 68.7%, 복직자는 56.7%로 해고자보다 낮았다.

몸의 건강 상태도 복직자가 해고자보다 양호했다. 병원에 입원한 경험(해고자 52.7%, 복직자 40.1%)부터 고혈압(해고자 23.3%, 복직자 12.5%), 지방간(해고자 18.6%, 복직자 9.5%), 디스크(해고자 13%, 복직자 6.5%), 위·십이지장 궤양(해고자 20.7%, 복직자 7.7%) 경험까지 모두 해고자가 복직자보다 2~3배 정도 응답 비율이 높았다.

복직한 노동자의 건강은 해고를 경험하지 않은 일반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에 비해선 나빴지만, 해고자들에 비해선 훨씬 양호했다. 2009년 해고 이후 급격한 건강 악화를 겪었다가, 복직 뒤의 안정감이 건강 회복으로 이어진 것이다.

티볼리 '불티나게' 팔리는데…교섭은 5개월째 '제자리 걸음'

하지만 해고자들에게 가장 큰 '치유'가 될 수 있는 복직의 길은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 1월 정리해고 이후 5년5개월 만에 쌍용차 사측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교섭이 열렸지만, 교섭은 5개월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쌍용차 사측은 여전히 경영 상태를 이유로 해고자 복직을 미루고 있지만, 쌍용차의 대주주인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해고자 복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티볼리 판매량은 고공 행진 중이다.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 2만 대를 돌파했고, 쌍용차는 당초 계획했던 올해 생산량을 3만8000대에서 6만 대로 늘려 잡았다. 지부는 "6~7월 출시 예정인 티볼리 디젤과 연말로 예정된 티볼리 롱바디, 내년 10만 대 생산 계획을 맞추려면 생산 라인을 늘리고 인원을 채용해야 한다"며 "7월엔 인원 채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섭에 진전이 없자, 쌍용차지부는 실무교섭을 중단하고 최종식 사장과 김득중 지부장 등 노사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본교섭을 열자고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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