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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돌고 돌아 중국과 관계 개선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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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돌고 돌아 중국과 관계 개선 밖에 없다" [6.15 15주년 학술대회] 박근혜 정부, 말만 무성…실천 방안은 전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한반도평화포럼 공동 이사장)은 6.15 남북정상선언이 한국 외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면서, 위기에 빠진 한국 외교의 돌파구는 남북관계 개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9일 김대중평화센터와 (사)한반도평화포럼은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15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임 전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6.15는 한반도 질서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 때 동북아 질서에서 한국 외교의 역할이 주어지고 공간이 생긴다는 점을 증명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복잡한 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한 뒤 "강대국 정치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외교의 힘은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생긴다"고 덧붙였다.

▲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임 전 장관 스스로도 "착잡한 심정으로 6.15 15주년을 맞는다"고 말할 정도로 2015년 현재 남북관계는 15년 전과 비교하기도 힘들 만큼 꽉 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동북아 세력 지형이 급변하면서 한국의 대외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학술회의에서 '북·중·러 삼각관계와 한반도'를 주제로 발표한 베이징대학교 진징이(金景一) 교수는 현재 동북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정학적인 위기는 "한반도의 분단에서 그 에너지를 보충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반도 분단이 북핵을 만들어냈고, 그 북핵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롤러코스터에 태워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게 했다"면서 "이는 결국 한미, 미·일 동맹을 전례 없이 강화시켜왔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의 설명대로 북핵은 한미일 3국의 군사 공조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는 과거 냉전 시기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며 북·중·러가 가까워지는 이른바 '북방 삼각'은 현실화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냉전 시기 동맹 관계는 공동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목표로 이뤄졌다면, 오늘에 와서 이러한 요소들은 다 사라졌다"며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미국의 동맹국들도 호응해오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장선에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는 것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진 교수는 현재 중·러 관계는 냉전 시기 중·소 관계와 다르다면서 "북한은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중국과 관계 개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가 위기의 근원? 위기 해결할 열쇠!

한반도 분열이 동북아 지정학 위기의 '근원'이라면, 반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합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진 교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가치가 아무리 높더라도 분열 상태가 아니면 대국들이 한반도에 개입할 이유가 없게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동북아에서 지정학 위기를 극복하는 결정적 요소는 남북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의 화해 협력 또는 평화적 통일이 이뤄진다면 북한과 미국, 일본과의 '대립 의존 관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며 미국과 일본의 전략 지향도 개변(改變)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한반도가 현재의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한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대(對)러시아 견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능동적으로 '지역통합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와세다대학교의 이종원 교수는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구도를 고려할 때 선택지는 많지 않다"며 "주변 관계국과 양자 관계를 심화·확대하면서 협력적인 지역 질서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김대중 대통령은 '아세안(ASEAN)+3(한중일)' 외교 무대를 중심으로 당시 일본 오부치 게이조(小渕 恵三) 수상과 전략적 협조 하에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주도하고 한중일 정상회담을 실현시켰다"며 지역 내에서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질서를 만드는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 핵심인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역시 한국이 동북아 질서를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구체적 실현 전략이 불투명하고 양자관계와 전략적 연계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상은 있지만 현실로 이뤄낼 만한 로드맵이 없고, 동북아 내에서 핵심적 양자 관계인 한일 관계는 여전히 정상회담도 하지 못한 채로 경색돼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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