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이미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 실패로 1조 원대의 적자를 안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후 2조 원대의 부채가 예상된다. 심각한 재정 위기임에도 개·폐회식장 신축을 고집하고 기존 경기장 활용을 거부한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앙 정부의 재정으로 짓고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겠다는 것 아닌가? 지독한 지역 이기주의다. 국회의원은 나라 살림은 외면한 채 지역구 이익만을 챙기고 지역의 여론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인구 4000여 명 횡계리에 짓는 개·폐회식장이 올림픽 유산이 될지 올림픽 흉물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심보는 결국 '내 돈이 아니니까'라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임이 분명하다.
평창동계올림픽뿐만이 아니다. 부산시는 2028년 올림픽 유치를 계획 중이다. 인천시도 올림픽을 고려하고 있다. 중앙 정부가 사업비의 75%를 지원하고 경기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관리하니 올림픽은 유치만 하면 빛나는 일이 아닌가? 올림픽은 웬만한 광역시의 자치단체장이라면 욕심내 볼 만한 사업이 돼버렸다. 아니, 지금까지 늘 그랬듯이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는 일단 벌여놓기만 하면 중앙 정부가 뒷감당 질 수밖에 없는 가장 손쉬운 치적 사업인 셈이다. 강원도는 지금 올림픽 파티를 준비 중이다. 올림픽 경기장 관리 책임을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떠넘기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법률안만 통과된다면 "돈은 너희가 내라"가 완성된다. 강원도로선 즐길 일만 남았을 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우리가 보너스를 받는 걸 막거나 우리에게 책임을 지운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본을 확충할 수 없다. 만약 우리에게 돈을 더 주지 않으면 당신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라는 말로 월가의 모럴 해저드를 비꼬았다.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사태로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정작 거품을 키워 금융 위기를 촉발한 장본인들은 수십억 원대의 연봉과 보너스를 챙겼다. 정부 예산, 국민 세금을 눈먼 돈, 임자 없는 돈이라고 해서일까? 고통은 온 국민이 분담해야 하지만 올림픽 보너스를 챙기는 이들은 따로 있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돈은 너희가 내라'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법률안 통과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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